신천지 신도들은 왜  자신의 신분을 숨기는 걸까
  • 정윤석 한국교회이단정보리소스센터장‧《신천지, 왜 종교 사기인가》 저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2 10:00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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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돈 싸들고 온다” 현혹…기행 전도법 연구하려 합숙훈련도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은 교주 이만희를 재림주(主)로 믿는 사기 종교집단이다. 이만희는 1931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전도관·장막성전·재창조교회 등 사이비 종파에서 ‘인간을 하나님으로 만든다’는 사이비 교리를 배웠다. 그리고 이 모두를 합쳐 1984년 3월14일 신천지를 만들었다. 신도들은 ‘신천지식(式)’ 교육을 6개월만 받으면 누구든 교주 이만희를 ‘만왕의 왕’ ‘이 시대의 구원자’ ‘재림주’로 믿는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만희의 말만 믿고 따르는 신도가 이 땅에 14만4000명이 되면 자기들의 육체와 하늘의 14만4000명 영혼이 합쳐져 세계를 통치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렇게 허황된 생각에 빠진 이들은 학업과 직장·가정을 내팽개친다. 현재 미혹된 신도들의 상당수가 20~30대라는 점에서 신천지 사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중대사다. 경제 불황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신천지는 마수를 뻗고 있다.

2월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교회가 출입문에 ‘신천지OUT’ ‘신천지 출입금지’  등 푯말을 붙여놓고 신자 및 방역 관리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2월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교회가 출입문에 ‘신천지OUT’ ‘신천지 출입금지’ 등 푯말을 붙여놓고 신자 및 방역 관리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요한계시록 근거한 종말론적 신앙관 강조

신천지는 교리 자체가 사기다. 여기서 말하는 교리 사기란 성경의 특정 단어를 신천지 신도들과 조직에서만 일어나는 일로 왜곡하는 걸 말한다. 이만희는 이러한 방법으로 신도들을 집단 망상에 빠트린다. 교리 사기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앞서 설명한 ‘14만4000 영육합일’이다. 14만4000이란, 성경 요한계시록 7장과 14장에만 나온다. 일반 교회에선 이 숫자를 상징적으로만 해석한다. 그러나 신천지는 이만희를 믿고 따르는 무리가 14만4000명이라고 본다. 이만희는 땅과 하늘의 신도가 합쳐지면 믿는 자들은 1000년 동안 왕 노릇을 한다고 사람들에게 가르친다.

여기서 왕이란, 세계 만민을 다스리는 ‘실질적인 왕’이다. 세계가 신천지 세상이 되며 전 세계인들이 돈다발을 싸들고 한국으로 몰려와 “진리의 말씀(신천지)을 가르쳐 달라”고 싹싹 빌 거라고 강조한다. 다음은 이만희의 말이다.

“사람들이 우리 신천지에 대해 이제 달리 볼 것이고, 그때는 뭐라 그래야 돼요. 잡고 늘어질 때도 있겠습니다. 그럴 때, 어떡해. 놓아라, 찢어진다 합시다(하하). 심순애와 김중배, 이수일의 그 사연처럼 말입니다. 놓아라, 찢어진다 하고(하하). 이것이 머잖아 그렇게 되게끔 돌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이 말을 신천지 신도들은 진짜 믿는다. 이들은 지금도 “때가 되면 세상 사람들이 바친 돈을 갖고 롤스로이스 10대씩 끌고 다닐 것이다” “세계 인구가 60억 명인데 그들이 십일조만 바쳐도 얼마냐”는 망상에 빠져 있다.

거짓 가르침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이만희는 ‘새 하늘 새 땅이 열리고 영생불사의 존재가 되는 날짜’를 1987년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그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그다음부터는 30여 년 넘게 2~3년이면 예언은 이뤄진다는 말로 바꿔가며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앞서 말한 영육합일 교리도 신도 수가 늘어나면서 함정에 빠졌다. 2020년 1월 신천지가 발표한 신도 수는 23만 명이다. 14만4000명이란 숫자는 2015년에 이미 넘어섰다. 물론 신도들 모두 ‘왕’이 되지 못했다. 그러자 신천지는 2018년 ‘(14만4000명) 인맞음 시험’이란 걸 시행했다. ‘점수가 90점을 넘어서야 이 숫자(구원)에 들어간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급기야 시험공부를 하던 신도가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간 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신천지로 인한 사건·사고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부모 몰래 신천지 시설에 가려고 4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가 부상을 입은 일은 경미한 사건·사고에 속한다.

20만 신도를 만들어낸 신천지는 포교할 때도 거짓말로 사기를 친다. 이른바 사기 포교활동이 버젓이 일어나는 것이다. 몇 가지만 열거하면 일단 신천지는 이단 대책 세미나도 연다. 본인들이 사이비 이단 종파면서 이단 대책 세미나를 연다는 게 논리적으로 맞는 말일까.

 

국내 포교 한계 이르자 해외로 눈 돌려

예를 들어 자녀가 신천지에 빠진 것을 알고 고민하는 부모가 있었다. 이러한 정보를 얻은 신천지 신도들은 이 부모를 미혹하기 위해 자신들이 신천지임을 숨기고 ‘위장교회’(겉으로는 일반 교회임을 표방하는 신천지 종교시설)에서 신천지 대책 세미나를 연다. 포교활동 때 이들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거짓말이다. 직통 계시·꿈·하나님의 음성 등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직통계시자 콘셉트’ 전략을 짰다. 예를 들어 김아무개 집사란 사람이 신비주의 성향을 갖고 있으면 ‘추수꾼’(일반 교회에 몰래 심어놓은 신천지 신도)이 미리 전화를 한다.

“따르르릉~” “여보세요.” “김 집사님, 저 이아무개 집사예요. 제가 기도하는데 집사님이 오늘 교통사고를 당한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어요. 조심하셔야 해요.” 어쩔 수 없이 하루 한 번 이상 운전해야 하는 김 집사는 어깨에 담이 결릴 정도로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운전대를 잡는다. 하지만 그러면 뭐 하는가. 이미 신천지 교인이 김 집사를 뒤따라가 뒤에서 차로 받아버리면 그걸로 상황은 끝난다. 김 집사로선 추수꾼인 줄도 모르고 미리 교통사고를 조심하라고 경고한 이 집사에게 완전히 매료된다. 신천지가 일반 교인을 유혹하는 방법은 이런 식이다. 신천지 신도들은 이처럼 일반 교회나 성당에 잠입해 그들의 약점을 찾아내고 이를 활용해 포교해 왔다.

신천지는 이만희를 믿도록 하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포교 대상자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 중 누구도 신천지 신도를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끝까지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때문에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또, 이들은 사람을 미혹하는 방법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직장도 학업도 가족도 버린 신천지 교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신천지 내에는 2박3일간 합숙하며 사기 포교법만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는 팀이 있는데 이를 ‘전도특전대’라고 부른다. 신천지 세상이 되면 자신의 육체가 완전히 새롭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신천지를 전하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짓말이 코로나19라는 전염병과 결합되면서 우리 사회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들이 최근 당국의 자가격리 조치를 거부하고 지하세계로 숨는 것은 이러한 종교적 특성 때문이다.

이들의 사기 포교 행각은 정체가 많이 드러났다. 그러자 이제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과 신천지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은 해외로 나가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신천지의 해외 신도 수는 올 초 기준 3만1849명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만8440명(57.9%)이 중국(19곳 교회 개척) 신도다. 북미 지역 신도는 4264명, 남아공은 1403명이다. 유럽에도 퍼져 독일 언론 ‘RBB(라디오 베를린-브란덴부르크방송)24’는 지난해 11월19일 베를린에서 한국의 신천지 신도 5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신천지는 중국·일본·필리핀·캄보디아 등 아시아 16개국,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9개국, 호주·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2개국, 남아공 등 아프리카 5개국 등 전 세계 40개국에 33개 교회, 109개 개척지(소규모 조직)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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