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잠잠해진 안철수 위력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2 14:05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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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반문 연대’보다 ‘나 홀로 독주’ 의지
알다가도 모를 안철수 마음…소속의원들 ‘뒤숭숭’

바른미래당에서 미래통합당으로 둥지를 옮긴 김중로 의원(초선‧비례)은 장성민 전 의원의 추천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케이스다. 언론에선 ‘안철수계’라 이름 붙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장 전 의원 쪽 사람이다. 2018년 6‧13 지방선거 전까지만 해도 김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관계가 괜찮았다. 하지만 그해 9월2일 당 대표 선거에서 장 전 의원이 떨어지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손학규 대표가 당선된 당시 전당대회 결과를 놓고 당내에선 여러 말들이 돌았다. 장 전 의원 측은 “손 대표 당선에 보이지 않는 손(안철수 대표)이 있었다”고 반발했다. 이후 김 의원은 “난 안철수를 믿지 않는다”며 날을 세웠다. 그랬던 그가 다시 안 대표와 함께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은 1월28일 여의도 모처에서 가진 오찬 자리에서다. 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두 사람은 다시 손을 잡는 듯했다.

그랬던 김 의원이 2월20일 전격적으로 미래통합당에 입당했다. 왜 그랬을까. 정가에선 김 의원의 결정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주변인들은 “김 의원 마음은 이미 제1 야당에 가 있었다”고 말한다. 김 의원은 지인들에게 평소 “난 고향만 전라도(전북 군산)지, 정치적 성향은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과 같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러면서 “저쪽(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나만 보면 ‘왜 빨리 안 오냐’는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 입당은 2월18일 셀프 제명으로 족쇄가 풀린 직후 감행된 것이어서 뒷말이 많다. 비례대표로 뽑힌 국회의원들은 소속 정당에서 제명, 출당시켜야만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안철수계로 분류됐던 이동섭 의원도 나흘 뒤 통합당 대열에 합류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월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최고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월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최고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독자 브랜드로 4~5석 확보 가능하다 판단

김 의원의 행보는 현재 안철수계 의원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도리상으로는 신당 기치를 든 안 대표와 함께해야 하지만 실리를 따질 때 통합당행이 가져다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한 안철수계 의원실 관계자는 “안 대표가 귀국 직후부터 통합당과의 연대는 없을 거라고 말했지만, 정작 선거일이 가까워 오면 손을 잡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20대 총선 때처럼 ‘안철수 바람’이 불지 않는 것도 의원들이 통합당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반문연대를 매개로 미래통합당과 연대하는 것에 대해 안 대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2월24일 국회에서 연 첫 최고위 회의에서 안 대표는 통합이나 선거연대와 관련해 “거기(통합당) 대표분이나 공천위원장분도 오히려 생각이 없다고 그러신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한 측근 인사도 “독자적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안 대표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들의 속내는 다를 수 있다. 안철수계 중 권은희(광주 광산을), 이태규(비례대표) 의원을 제외하고 신용현‧김수민‧김삼화(이상 비례) 의원 등은 아직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최고위 회의에 김삼화 의원은 병원 방문을 이유로 불참했다. 현재 김 의원은 통합당 합류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현‧김수민 의원 역시 미래통합당 입당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최측근인 이태규 의원은 정해 놓은 지역구가 없기 때문에 비례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은희 의원은 여성 몫의 비례대표에 도전할 거라는 이야기가 돈다.

 

소속 의원 비례 출마‧통합당행 각자도생

관심은 안 대표 자신이다. 안 대표는 귀국 후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최근 신당의 흥행몰이를 위해선 비례대표로 나서 배수진을 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함께 바른미래당에서 활동했던 이상돈 무소속 의원은 2월1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 전 의원이 지역구엔 불출마를 했지만 신당 창당 후 비례대표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대표는 일단 의원들의 이탈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는 2월24일 회의에서 “저는 어렵지만 이 길을 가겠다. 이것이 우리나라를 살리는 옳은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각 의원 분들은 처해 있는 상황들이 다르니까 얼마나 고민이 많으시겠느냐. 어떤 선택을 하시든지 저는 존중하겠으니 마음 불편해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안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상당수 정치인들이 자신의 ‘브랜드’ 덕을 봤다고 생각한다”며 “당장의 이익보다는 ‘안철수’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여 신진인사 발굴에 역점을 둘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지금 분위기라면 이번 총선에서 4~5석은 건질 것으로 본다. 지지율을 2~3%가량 끌어올리면 병립형 비례로 1석, 연동형 비례로 3~4석을 확보하는 건 가능하다는 게 국민의당 내부 판단이다. 안 대표는 2월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 경제신문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의 비례후보 득표율이 8.8%, 지역후보 득표율이 6.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100% 전화면접으로 진행됐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일단 안 대표와의 연대에 주력하겠지만, 쉽지 않다고 판단되면 안철수계 의원을 개별 입당시키는 방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안 대표의 이런 행보에 대한 민주당의 계산은 복잡하다. 안철수 위력이 아직까진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민주당으로선 분명 반길 일이다. 안 대표가 자유한국당·새보수당과 함께해서 미래통합당이 중도보수로 외연이 확대되는 것 또한 좋은 시나리오가 아니다. 하지만 보수 통합에 응하지 않고 중도를 표방한 채 독자노선을 취하는 지금의 방향 또한 자칫 화를 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총선이 정권 심판 쪽으로 가닥을 잡아간다면 통합당보다는 민주당 표를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절대 찍을 수 없다는 일부 표심이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당으로 향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민주당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국민의당이 통합당과 보수 통합을 둘러싸고 갈등을 야기한 채 결국 결별하는, 그래서 여러 지역구에서 보수진영 표가 분산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안철수 측근 의원들은 속속 통합당에 입당하고 있고, 안 대표의 국민의당은 지역구 출마 없이 비례대표에만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전혀 달갑지 않은 방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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