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함께 ‘反與 바이러스’ 확산…‘친문’ 내분에 ‘비례민주당’ 논란까지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처럼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의 명운이 걸린 21대 총선을 앞두고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한 개를 만나도 크게 가슴을 쓸어내릴 판인데, 무려 3개가 동시에 몰아쳤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일단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곧 사태가 종식되리라 장담했던 여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대책 마련에 거의 패닉 상태다. 지금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는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애써 억눌러오던 민심에 자칫 기름을 부을 수 있는 휘발성을 갖게 됐다.
시스템 공천으로 아직까지 큰 잡음은 없지만, 개혁 공천이라는 감동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점 또한 여권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부분이다. 매 총선 때마다 불거지곤 했던 여권 내 계파 갈등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고개를 들 조짐이다. 총선 판세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여당 내부에서 비례민주당 창당이 거론되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민주당 앞에 놓인 3대 총선 악재를 집중 점검해 봤다.
①코로나19 사태 반전시킬 카드가 없다
2003년 사스부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까지. 공교롭게도 새천년 들어 매 정부마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있었다. 그러나 전국 선거를 이처럼 불과 한두 달 앞두고 바이러스와 맞닥뜨린 건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다. 여당으로선 선거에서 최대 악재일 수밖에 없다. 다만 선거까지 남은 기간에 대응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2003년 사스 사태 당시 노무현 정부는 발 빠르게 선제 조치를 진행해 지지율 하락도 경험하지 않고 오히려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린 바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의 대응을 모델로 삼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최소한 3월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바, 정부의 대응 능력과 상관없이 전국으로 퍼지는 불안감이 언제든 정부·여당을 향한 심판론으로 끓어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 전, 대응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사태를 다독여 나갈 물리적인 시간조차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야당에선 중국 입국 금지 조치와 섣부른 대통령의 종식 발언 등 초반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계속하고 있다. 자칫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역풍을 맞을까 몸을 사리면서도 계속해서 정권 책임론을 꺼내 드는 야당의 목소리에 동조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악재에 스스로 기름 뿌린 민주당
문제는 철저한 대응 능력을 입증해도 부족할 시간에 계속 터져 나오는 여당의 헛발질이다. 홍익표 당 대변인의 ‘대구·경북 봉쇄’ 발언으로 당 대표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발언을 수습하는 등 악재에 악수(惡手)까지 더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해당 발언 후 김부겸 의원 등 해당 지역 민주당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들은 연이어 불편함을 드러냈으며, 민주당 대구시당엔 종일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당의 또 다른 대변인 이재정 의원 역시 코로나 감염 검사를 받은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무책임하다고 비판해 논란이 되는 등, ‘겸손’을 총선 키워드로 정하고 당내 실언을 엄정 관리하겠다던 이해찬 대표의 다짐을 연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헛발질이 반복되는 이유는 비상 상황에도 여권이 여전히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 같다’고 표현한 충남의 한 전통시장 상인이 정부·여당 지지자들로부터 맹공격을 당하는가 하면, 최근 대구·경북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 해결 의지를 깎아내리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발언까지 나와 “민주당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도 여전히 진영 싸움에만 빠져 있다”는 비판을 가중시켰다. 최근 임미리 교수 칼럼 사태와 금태섭 의원 공천 문제 등으로 곤욕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민주당에서도 혹여 전체 30%가 넘는 중도층 표심을 놓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재까지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에 눈에 띄는 하락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선거에선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여당 지지율에 일정 부분 반영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그간 국민이 정부·여당에 갖고 있던 불만, 즉 경제의 어려움이나 조국 사태와 같은 도덕성 문제 등 기저에 깔려 있던 요인들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전부 바깥으로 분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지지부진한 초기 대응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태 한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율도 함께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메르스는 지난 신종플루보다 약하다(국민안전처 차관)” “이럴 때 원격의료 시스템이 시작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 등 논란의 발언들이 나왔을 때 하락세는 더욱 가팔랐다. 이듬해 2016년 진행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여러 원인 중 하나로 꾸준히 메르스 사태가 지목되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엔 코로나19 사태를 조금이나마 잠재울 만한 마땅한 반전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또한 악재로 꼽힌다. 정권 초 성과로 내세우던 한반도 이슈는 매몰된 지 오래며, 줄곧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경제 상황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나빠지는 게 불가피해졌다. 공천 심사에서 중진 의원들을 다수 물갈이하며 뒤늦게 쇄신 의지를 보이려 하지만,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이에 미래통합당 한 관계자는 “지금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계속 앞서 나가고 있지만, 총선까지 남은 한 달여의 시간 동안 민주당 지지율을 더 올릴 만한 요인이 없다는 게 어쩌면 민주당의 최대 악재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 ‘與 총선 돌발 악재’ 연관기사
D-50 이후 판세 뒤집혔던 총선의 역사, 이번에도 반복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