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형 부대·슈퍼솔저’로 ‘게임체인저’ 노린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4 10:00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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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 최초의 장기전략 비전서 ‘육군비전 2050’ 발간
2050년 ‘미래 강군’ 청사진 담겨

‘달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모두가 망원경에 집중할 때 달에 직접 가는 것을 목표로 삼은 사람들이 있었다. 위대한 성취는 위대한 목표로부터 나온다.’ 한 회사의 광고인 이 문구처럼 모두가 ‘미래’를 말할 때 그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육군에 있다. 육군은 최근 제4차 산업혁명과 인구구조 등 급변하는 미래 환경에 맞춰 새롭게 정립한 장기전략 ‘육군비전 2050’을 발간했다. 육군은 해·공군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이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보완해 미래전의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예측’하고 ‘준비’할 계획이다.

‘육군비전 2050’은 30년 이후를 내다본 우리 군 최초의 장기전략 비전서(書)이자 개념서다. 미래 전장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짜인 ‘육군비전 2050’은 육군 장병들의 혁신 노력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지향점이자 우리 군이 도약적 변혁을 이루는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5~10년 정도의 가까운 미래가 아닌 30년 이후의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대비하려는 비전 수립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과감한 시도다. 

‘육군비전 2050’을 수립한 육군은 미래전에서 승리하려면 ‘과학기술중심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육군비전 2050’을 수립한 육군은 미래전에서 승리하려면 ‘과학기술중심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기술혁명·인구절벽 파도 넘는 게 숙제

육군은 우선 ‘비전 2050’을 수립하면서 30년 이후의 ‘메가트렌드’를 크게 국제질서·과학기술·사회 및 자연환경 변화로 구분해 예측했다. 인류사회 전반에 걸친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 올라타는 동시에 다가오는 위기를 기회로 살려야만 ‘미래 강군’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발상이다. 

비전서에 따르면 30년 뒤 우리 군은 한반도를 둘러싼 전통적인 군사적 위협은 물론이고 비군사적 위협과 기후변화 등 새로운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인구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규모가 급감하는 등의 위기도 겪게 된다. 육군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 보호와 국가 방위라는 사명을 완수하려면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육군은 그 지향점을 비전서의 부제이기도 한 ‘시간과 공간을 주도하는 초일류 육군’이라고 정리했다. 

어떻게 시공간을 주도하는 초일류 육군이 되겠다는 걸까. 비전서가 제시한 많은 비전 중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레고형 조직’이다. ‘레고형 조직’이 뭘까. 각양각색의 레고 블록을 조합해 무한대로 변주 가능한 형태를 만드는 것처럼 임무와 상황에 맞춰 부대 구조를 자유자재로 변형해 다양한 유형의 위협에 원활하게 대응한다는 발상이다. 현재 우리 군 조직은 산업화 시대의 유물인 피라미드 구조로 돼 있다. 과거에는 효율적으로 작동했던 이 구조가 미래적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무거워 기동성과 융통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육군비전 2050’은 불확실한 전장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레고형’ 구조를 제시했다. 

그런데 왜 미래에 레고형 조직이 필요할까. 미래전은 현재와 달리 국지전이 아닌 사이버전과 테러 등이 국가라는 경계를 뛰어넘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하려면 육군은 ‘기술중심군’으로 변모해야 한다. 첨단 무기체계는 물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네트워크 등을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는 인력이 꼭 필요하다. 즉, 지금과 같은 병력 중심의 경직되고 복잡한 구조와 수직적·계층적 군 조직의 특성은 미래의 지능화된 전장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레고형 부대 구조에서 하나의 블록 역할을 하는 것이 모듈화 부대다. ‘모듈’은 전체 시스템 중 독립적인 하나의 구성요소를 뜻한다. 즉 모듈화 부대는 고유한 명칭을 부여하고, 고유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며, 외부 지원 없이 장기간 독립작전이 가능한 부대를 말한다. 가령  전투로봇 부대, 유·무인 복합 전투부대, 드론 부대 등 중대급 규모를 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중대급 모듈화 부대를 각각의 전장 상황에 맞게 결합해 대대 전투단(레고형 부대)으로 편성하고 지휘구조를 단순화하자는 아이디어다. 

즉 현재의 군단-사단-여단(연대)-대대-중대-소대-분대로 이어지는 다층적 지휘구조에서 벗어나 초지능·초연결을 기반으로 군단-여단-대대-팀(모듈화 부대)으로 단순화한다는 구상이다. 비전서는 이를 기반으로 미래 육군 구조 설계 방향을 크게 병력·부대·지휘 구조로 나눠 제시한다. 병사 중심의 인력구조를 전문 인력 중심의 ‘슬림형 구조’로 전환하고, 다양한 위협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레고형 조직’으로 변모시키며, 계층과 지휘구조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하부조직에 결정 권한을 대폭 위임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진화한다면 미래 육군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성·기민성·적응성을 갖춘 최적화된 부대로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이다. 

육군은 미래 예측되는 불확실한 전장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유연성·기민성·적응성을 갖춘 ‘레고형 부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육군은 미래 예측되는 불확실한 전장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유연성·기민성·적응성을 갖춘 ‘레고형 부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미래 육군의 핵심은 ‘레고형 조직’ 

‘육군비전 2050’은 미래 육군의 또 하나의 지향점으로 적의 전략적 중심을 마비시켜 전쟁 의지를 단번에 꺾을 수 있는 ‘게임체인저’ 즉 ‘결정적 한 방’을 갖춘 무기체계도 강조했다. 특히 신개념 무기체계 개발에서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양한 신개념 무기체계 가운데 제한적 자원과 미래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전쟁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을 선별해 집중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게 제시된 제1 무기체계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최상의 전투력을 갖춘 전투원, 일명 ‘트랜스 슈퍼 솔저’다. 슈퍼 솔저는 근력과 신체적 능력의 극대화를 위해 외골격 로봇 슈트 등을 장착·착용해 영화 《아이언맨》처럼 진화한다. 여기에 작전지도를 볼 수 있는 통합형 헬멧, AI 탑재 통신기기, 방탄 및 화생방 보호와 생체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슈트 등으로 무장한다. 이 슈트 팔 부위에는 초소형 유도탄이나 레이저 빔 발사 장치를 부착하고 헬멧 센서와 연동되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스스로 싸우는 지능형 자율 전투로봇도 핵심 무기체계로 제시됐다. 정찰·감시·타격용 생체모방형 로봇과 수십 대의 드론이 무리를 지어 공격하는 군집드론 등이 인간 전투원이 접근할 수 없는 협소한 공간과 방사능 위험지역에 투입돼 적의 핵심시설이나 무기체계를 효율적으로 파괴한다는 구상이다. 자율 전투로봇은 인구절벽 시대 인간 전투원의 수요를 절감하고 생명을 보호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육군비전 2050’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장래의 실현 가능성보다는 육군 구성원들의 희망과 낙관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담론적·탐색적 개념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 비전서는 우리 군이 미래를 설계하고 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 틀림없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육군미래혁신연구센터, 어떻게 운영되나

‘육군비전 2050’을 수립한 육군 미래혁신 연구센터는 ‘30년 베테랑’ 배태민 센터장을 주축으로 ‘비전설계실’ ‘군사혁신실’ ‘혁신촉진실’ ‘기술융합실’이라는 4개실로 이뤄져 있다.

비전설계실은 지금부터 20년 이후의 안보환경을 분석하여 미래 육군이 지향할 비전을 설계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육군 내부의 전 구성원들은 물론 밖으로도 산․학․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활발한 협업을 통해 군 내외적으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래 육군으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지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기술융합실은 첨단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군 적용을 선도함으로써, ‘첨단 과학기술군’으로의 변혁 주도 및 연구개발을 수행한다. 이를 위하여 육군을 대표하여 외부기관과 협업하며, 육군의 과학기술 업무를 조정·통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육군비전 2050’에 제시된 신개념 무기체계 구현을 위한 육군 과학기술발전계획을 수립 및 시행한다.

군사혁신실은 ‘육군비전 2050’ 구현을 위하여 군사혁신의 방향을 제시한다. 육군 내 군사혁신 담론 형성과 육군이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을 생산하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간행물을 발간한다. 또한 군에 적용 가능한 최신 과학기술의 테스트 베드인 ‘아미 이노베이션 랩(Army Inno.Lab)’도 추진 중이다.

혁신촉진실은 혁신학교 운영 및 현장 방문을 통해 미래 육군의 비전을 전파하고 각 부대 실정에 맞는 비전 설계를 지도한다. 또 육군 예하부대의 혁신 평가를 통해 육군 구성원들의 혁신 마인드와 혁신 리더십 함양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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