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기침체라는 감염병에도 대비해야 한다
  •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4 18:00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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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확산 중인 코로나19가 전 국민을 불안과 공포 그리고 좌절로 몰아가고 있다. 급증하는 확진자와 사망자를 보고 있노라면 이 재앙의 끝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코로나19는 확산의 정도에 따라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발생 시점이 매우 고약하다. 우리 경제는 2019년 미·중 무역분쟁과 그로 인한 중국 경제의 부진, 주력 산업인 반도체 경기의 퇴조라는 3중고에 시달리다 겨우 성장률 2%대에 턱걸이한 바 있다. 다행히 미·중 무역분쟁이 작년 말 1차 합의에 이르렀고 시간을 번 중국이 올해 온 힘을 다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크게 줄던 대중국 수출도 다소나마 회복될 것으로 기대됐다. 때마침 반도체 가격도 긴 하락을 마감하고 반등 양상을 보였기에 통계상의 기저효과와 더불어 2020년 우리 경제는 최소한 지난해보다 좋은 성장을 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정확하게 반등의 조건이 충족된 시점에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인생이 그렇듯이 경기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호황과 불황 사이를 순환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를 흔히 소규모 개방경제라고 한다. 수출 의존도가 탁월하게 높은 우리 경제의 순환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와 맞물려 돌아간다. 나 홀로 호황을 누리기도 어렵고 나 홀로 침체를 겪는 것도 드문 일이다. 그러므로 잘하는 정부의 경제정책이라는 건 그저 호황의 기간을 예상보다 다소 늘리고 불황의 기간을 조금 줄이면서 IMF 사태와 같은 위기를 미리 막아내는 것이다.

예상과 달리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대통령이 나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고 경제팀은 바로 추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거전 속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추경의 필요성에 대해 이론을 제기하지 않을 정도로 엄중한 시기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 물론 그 규모와 용처를 두고 여야 간에 입장 차이가 있을 것이고 전과 같은 정쟁의 대상이 될 공산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민들의 걱정이 바로 표로 나타나는 시기에 추경 편성은 의외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정부는 예비비를 동원하고 하반기 예산을 당겨 집행할 것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재정정책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또 한 가지 정책 수단이 바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즉 금리인하다. 2월27일 한국은행은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금리를 동결했다. 한국은행이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금리 인하 카드를 쓰지 않은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면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정의한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도 그 침체의 방향을 돌이킬 정책 수단인 금리인하를 유보한 것이다. 물론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한 찬반양론이 존재하고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대한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나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불안이라는 부작용을 걱정할 때인지 의문이다.

지금 우리는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경로를 통해 불황을 넘어 경기침체라는 재앙의 터널 초입에 들어와 있는지 모른다.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코로나19는 결국 소멸될 것이고 우리는 정상적인 생활을 회복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만든 불황의 변곡점에서 제대로 된 치료제를 쓰지 못한다면 우리는 경기침체라는 불치의 감염병에 걸릴 수도 있다. 어떤 치료제도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다. 병세는 초기에 잡아야 불치의 병이 되지 않고 치유될 수 있다. 병증의 본질을 개선할 수만 있다면 다소간의 부작용을 감내하고라도 처방하는 것이 의사가 할 일이다. 버블 붕괴 시기의 일본 중앙은행의 미온적인 대응과 금융위기 시기의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라는 과감한 처방전의 차이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미국의 전후 최장기간 호황이라는 극명한 차이를 만들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들이 코로나19 방역과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만큼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경기침체라는 치명적인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나름의 처방전을 때에 맞춰 내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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