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0 이후 판세 뒤집혔던 총선의 역사, 이번에도 반복될까?
  • 감명국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2 16:00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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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과 2016년 총선, D-50 전후로 승부 뒤집혀…현재 앞서고 있는 민주당, 전전긍긍

‘코로나19’로 인해 국회가 폐쇄된 2월25일은 공교롭게도 21대 총선 ‘D-50일’이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이날 이후, 총선 정국 또한 사상 유례없는 대혼전이 펼쳐지고 있다. 총선 승부가 아닌, 총선 그 자체가 혼전인 양상이다. ‘선거 D-50’은 전체 선거 판도에서 큰 의미를 갖는 시점이다. 각 당은 전략공천과 컷오프 경쟁으로 후보자를 속속 발표하게 된다. 이에 불복하는 탈락자들의 반발로 여야 각 당은 공천 몸살을 앓게 되고, 유권자들의 관심은 증폭된다.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D-50 시점의 정당 지지율은 여야 각 당에는 오히려 ‘마약’이다. 지지율 1위 정당은 50일 후 선거에서 패했다. 지지율 2위 정당이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지난 20대 총선(2016년)도 그랬고, 19대 총선(2012년)도 마찬가지였다. 지지율 1위에 도취된 오만이 빚어낸 참사였다.

2012년 4월11일 민주당(왼쪽 사진)과 2016년 4월13일 새누리당이 각각 19대 총선과 20대 총선 패배를 알린 출구조사 결과를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시사저널 포토
2012년 4월11일 민주당(왼쪽 사진)과 2016년 4월13일 새누리당이 각각 19대 총선과 20대 총선 패배를 알린 출구조사 결과를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시사저널 포토

정당 지지율 1위에 도취된 ‘오만’의 되풀이

4·11 총선을 약 50일 앞둔 2012년 2월말, 당시 총선 정국은 검찰이 칼을 쥐고 있었다.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 의원의 7억원 돈뭉치 의혹 수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에 대한 미국 아파트 자금 밀반출 의혹 사건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여야 양쪽을 동시에 건드리는 균형 잡힌 수사로 볼 수도 있었지만,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발끈했다. 18대 대선을 불과 8개월여 앞두고 치러진 당시 총선은 사실상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대결이었다. 여권에서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박 위원장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양날의 검’을 든 셈이었다. 반면 ‘노무현 정신’ 계승자를 자처한 문 고문으로선 검찰의 정치적 개입으로 여겨질 만했다.          

민주통합당이 ‘정치검찰’을 의심한 이유는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을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야권은 2011년 12월 기존의 민주당과 문재인·이해찬 등 ‘친노(親盧)’ 세력이 주축이 된 시민통합당이 합당해 민주통합당을 출범시켰다. 민주통합당은 컨벤션 효과를 얻으며 단숨에 새누리당을 제치고 정당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새누리당은 청와대 비리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불거진 데 이어 ‘친이(親李)-친박(親朴)’ 계파 간 다툼이 재연되면서 총선 위기론이 확산됐다.

검찰 수사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민주통합당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3월 이후부터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너무 일찍 승리감에 도취한 민주통합당은 ‘구민주계’와 ‘친노계’ 간 공천 갈등이 일어났다. 당시 구민주계를 대표했던 박지원 최고위원은 “이번 공천에서 ‘호남 물갈이’ ‘민주계 공천 학살’ ‘친노 부활’, 이런 평가가 있는 것은 앞으로 총선과 정권 교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임종석 의원이 서울 성동을 공천을 받자 당내 반발이 격화되기도 했다. 뒤이어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나꼼수’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까지 터지면서 상황은 50일 전과 완전히 딴판으로 바뀌었다. 결국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긴 152석으로 승리했고,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그쳤다.

2016년 총선의 반전은 더 드라마틱했다. 당시 4·13 총선을 50일 앞둔 2016년 2월말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기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41.7%의 정당 지지율로 더불어민주당(26.7%)을 압도했다. 같은 시기 한국갤럽 조사 역시 새누리당 43.7%, 민주당 28.0%였다. 제3당인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도 10%대 초반을 면치 못했다. 새누리당의 제1당 및 과반 이상 달성은 거의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였고, 문제는 과연 몇 석까지 차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었다. 당시 민주당을 이끌었던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107석만 유지해도 성공”이라고 할 만큼 야당의 상황은 심각했다. 이러다가 여당이 개헌선(200석)을 넘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4년 전 민주당이 범한 실수를 그대로 반복했다. 일찌감치 승리감에 도취한 여당은 ‘친박’ 이한구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내세우며 마구 칼춤을 췄다. 단순히 친박 대 비박(非朴) 싸움이 아닌, 친박 내에서도 ‘진박(眞朴·진실한 사람+친박)’ 가리기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이 완벽히 여당을 장악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비박계의 수장으로 박 대통령과 이 위원장에 강력히 맞서던 김무성 당 대표는 이른바 ‘옥새 파동’까지 일으키며 극심한 계파 갈등을 노출했다. 3월24일 친박의 공천 전횡에 맞서기 위해 공천장에 당 대표 직인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버린 것이다.

민심을 돌아서게 만드는 막말 논란도 불거졌다. 3월8일 친박 윤상현 의원이 한참 정치 선배인 김 대표를 향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욕설이 담긴 통화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윤 의원의 욕설 파문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음에도 당시 친박 측은 “술 먹고 실수한 것 갖고 뭘”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넘기려 해 국민 정서와 큰 괴리감을 나타냈다.

여당의 지나친 자만과 내분으로 인해 선거 직전까지 “새누리당 과반수 달성, 민주당 110석, 국민의당 20석 예상”이라는 선거 분석 전문가들의 예측을 완전히 뒤엎는 총선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이 123석으로 1당을 차지했고, 국민의당은 38석으로 대약진했다. 새누리당은 과반 이상 달성은커녕 122석으로 2당으로 밀렸고, 대역전패의 충격은 2017년 탄핵과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깜깜이 선거 된 이번 총선, 예측불가”

지난 2월20일 민주당은 선대위를 출범시키면서 키워드로 ‘미래’와 ‘겸손’을 내세웠다.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의 “오만과 독선을 경계하겠다”는 다짐은 지난 두 차례의 결과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60대 40의 선거구도도 결국 막판에 가면 51대 49 박빙의 싸움으로 좁혀진다”는 선거판 속설처럼 이번 총선 역시 반복되는 역사를 소환하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선거는 구도·이슈·후보 세 요소가 승부를 결정한다. 보수 통합으로 여야 일대일 구도가 되었고, 이슈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정책 심판이, 그리고 후보는 선거운동이 힘들어진 깜깜이 선거가 되어 버렸다. 말 그대로 예측불가”란 말로 D-50을 전후로 상황이 바뀌었음을 밝혔다. 더 이상 민주당 우세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역시 “선거 국면에서는 국민들의 어떤 이슈에 대한 관심도와 집중도가 극대화되고, 대체로 그 이슈에 따른 반감 투표의 위력이 컸다. 그런 점에서 지금 얼마 남지 않은 선거 기간이지만 총선 지형의 변화 가능성, 민심의 유동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박빙 승부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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