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또는 앞으로 가장 걱정되는 점은? [코로나19 긴급 진단]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8 12:00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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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0인 “확진자 급증 예상⋯의료 인력 배분 실패하면 다른 질환 사망자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도와 우리의 낮은 공공의료 수준을 종합해 보면 코로나19의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분수령은 대구의 확산 여부에 달렸다. 대구의 확산을 막지 못하면 다른 도시로 전파되면서 코로나19 사태는 6개월 이상 이어진다. 대구의 확산을 잘 막으면 그 경험으로 타 지역 전파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료기관·국민의 합심이다.’

의료 전문가 10명이 코로나19 사태를 의학적으로 냉정하게 따져보고 내린 진단이다. 코로나19는 지역사회로 전파되기 시작했고 정부는 ‘심각’ 단계로 경계 수위를 높였다. 시사저널은 의료 전문가 10명에게 5가지 현안에 대해 물었다.

2월27일 오후 울산시 동구 울산대병원 응급실이 폐쇄돼 있다. 이날 울산대병원 응급실 근무 의사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2월27일 오후 울산시 동구 울산대병원 응급실이 폐쇄돼 있다. 이날 울산대병원 응급실 근무 의사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당분간 환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처음과 달리 여행력이 없는 사람도 감염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의료 인력의 집중 현상이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이 폐쇄되고 다른 병을 가진 환자가 치료를 못 받는 문제가 생긴다. 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신경 써야 이런 안타까운 경우를 방지할 수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감염 전파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신천지 교인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직장에 출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가격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우리의 공공의료 수준은 매우 낮다. 감염병이 짧게 끝나면 다행이지만 길어지면 병실이나 인력 공급에 부하가 걸린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

“의료 전달체계가 섞이면 안 된다. 대구의 대학병원 4개 응급실이 폐쇄됐다. 응급한 만성질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 예방 가능한 병을 막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부수적인 피해(collateral damage)가 없도록 해야 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자신이 감염된 줄 모르고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전파하는 것이 문제다. 이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피해를 주는 행동이다. 감염자 접촉을 피해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 효과가 나도록 개인마다 정부의 지침을 잘 따르는 게 중요하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망자는 대부분 장기 입원자다. 요양병원 등 병원 내 감염과 집단시설 감염을 차단하는 일이 관건이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아직 우리는 잘 버티고 있다. 다만 기존에 거들떠보지 않던 공공의료의 공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제야 대구의료원이나 마산의료원 등을 소개해 감염병 전담병원을 만들려고 한다. 현재 10% 내외인 공공의료 비율을 30%로 올려야 미래 감염병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대구의 웬만한 병원은 환자가 다녀간 상황이어서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응급실이 폐쇄됐다. 또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 이렇게 가다가는 진료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 군 병원과 군 의료 인력을 십분 활용하고 선별진료소를 확대해 의심 환자가 바로 검사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대구·경북 이외 지역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서로를 탓하기보다는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자신부터 예방수칙을 잘 지키고 집단모임을 삼가야 한다.”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의료 체계가 급증한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특히 중증 환자를 수용할 음압 시설의 부족으로 사망자가 증가하면 중국 우한과 같은 매우 위중한 상황이 된다. 또 의료 체계의 마비는 다른 급성 질환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게 되므로 다른 질환 사망자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최성호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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