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탄핵” vs “응원”…격해지는 ‘청원 대결’
  • 김재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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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게시판 글에 각각 127만, 99만 동의…코로나19로 갈라진 민심 반영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번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과 문 대통령을 응원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2월28일 오후 3시 현재 모두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훌쩍 넘긴 각각 128만 명과 99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격렬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문 대통령 탄핵 촉구 청원은 지난 4일, 문 대통령 응원 청원은 지난 27일에 각각 게시판에 올라온 후 계속 진행 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을 보면 진행 중인 청원 가운데 1위에 올라 있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 28일 오후 3시 기준 127만9350명이 동의했다.

이는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183만1900명)에 이은 역대 2위 참여 인원이다. 청원 참여자는 이 시각에도 매분 매초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청원인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문 대통령의 대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중국의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며 “국내에선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고 지속된 품귀 현상으로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어려운데, 대통령은 마스크 300만개를 중국에 지원했으며 마스크 가격 폭등에 대한 어떤 조치도 내놓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지난 2월25일 마스크 일일 생산량의 10%까지만 수출을 허용하고, 50% 이상을 공적 판매처에 출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긴급 수급 조정 조치를 내놓았지만 이번 청원은 그 전에 올라와 이런 내용을 반영하진 않고 있다.

청원인은 또 “전 세계적으로 총 62개 국이 중국을 경유한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했음에도 정부는 국제법을 운운하다 세계 수많은 나라가 입국금지 조치를 내놓자 ‘눈치게임’ 하듯 이제서야 눈치 보며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후베이성을 2주 내 방문한 외국인을 4일부터 전면 입국금지(한다)’라는 대책이라니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입국금지 대상을 확대하진 않았다.

청원인은 이어 “현재 국내 확진자가 늘어가고, 확진자가 하나도 없는 뉴질랜드조차 강력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자국민 보호’ 아니냐, 정말 자국민을 생각했다면 중국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입국금지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우리나라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청원이 답변 기준을 채운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청와대는 자체 규정에 따라 오는 3월5일부터 한 달 이내에 답변을 해야 한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4월 북한의 핵 개발을 방치·묵인한다는 이유로 문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청원에 “삼권분립의 원칙상 정부가 답변하기는 어려운 청원”이라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 명령에 따라 쉼 없이 달려 왔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진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촉구’ 청원에 120만 명 이상이 동의하자 게시판에는 해당 청원을 삭제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탄핵을 청원하는 자들을 탄핵한다”고 외치는 청원까지 우후죽순 쏟아지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청원자들은 “일만 터지면 정부 탓, 대통령 탓으로 몰고가는 보수세력을 대한민국으로부터 탄핵한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는 신천지와 관련된 것” “깨어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 청원자는 “문 대통령 탄핵 청원 사유는 전혀 말 안 되는 유언비어”라며 “한 나라 대통령의 탄핵을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국가 전복의 의도로도 여겨질 수 있고, 더 나아가 모종의 불법적 배후나 청원자의 지극히 어리석은 행동에 발원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탄핵 청원을 삭제 또는 탄핵 요청에 대한 반대 청원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게시판 청원 3위에 올라 있는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28일 같은 시각을 기준으로 98만5795명이 동의했다. 올라온 지 이틀 만에 참여자 90만 명을 넘긴 것이다. 이 청원 참여 인원 역시 매 시각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청원인은 “국민 건강을 위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 부처의 모든 분이 밤낮없이 바이러스 퇴치에 온갖 힘을 쏟고 있다”며 “하지만 신천치의 무분별한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단 일주일 새 급속도로 확진자들이 불어나고 있으며, 국민들 모두 힘들어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대통령은 밤낮없이 오직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인은 이어 “수많은 가짜 뉴스가 대통령 및 질병관리본부, 그리고 대한민국 각 부처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은 문 대통령을 믿고 응원하고 있다”며 “이 어려운 시기는 대통령과 함께 반드시 이겨낼 것이며,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정부에 대한 신뢰로 함께 극복해 나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언제나 응원한다”고 강조했다. 이 청원은 단 하루 만에 답변 기준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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