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에 10대 그룹 총수 지분 가치 14조5000억원 증발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2 11: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주식평가액 2조7000억원 감소
ⓒ연합뉴스
ⓒ연합뉴스

주식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내 10대 그룹 총수들의 보유 지분 가치가 14조50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주식 부호 1위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 자산은 무려 2조7000억원이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 전문기업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총수의 주식평가액은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 32조5650억원에서 40일 후인 지난 2월28일 27조9727억원으로 14.1%(4조5922억원) 증발했다.

이건희 회장의 지난 1월20일 주식평가액은 19조2607억원으로 올해 처음으로 19조원을 넘으며 최고점을 달성했다. 이후 2월28일 16조5417억원으로 14%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주식평가액 하락 폭이 가장 큰 총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었다. 신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8736억원에서 6511억원으로 25.5%(2224억원)나 줄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도 보유 주식 가치가 1조1665억원에서 9568억원으로 18% 감소하면서 주식부호 ‘1조 클럽’에서 제외됐다. 이밖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3조1225억원에서 2조4929억원으로 20.2%,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3조8544억원에서 3조4196억원으로 11.3% 각각 감소했다.

반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다른 총수들의 주식평가액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1167억원에서 2596억원으로 60% 가량 늘어났다. 조 회장이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그가 보유한 한진칼 주가가 단기간 내 폭등한 결과다.

이처럼 총수들의 주식평가액이 폭락한 건 핵심 계열사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 때문이다. 10대 그룹 핵심 계열사 10곳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평균 하락률은 16%에 육박했다. 그 중에서도 롯데쇼핑과 신세계의 주가 하락률이 각각 29.2%와 23.6%로 가장 컸다. 코로나19로 유통업계가 큰 타격을 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이어 한국조선해양(-19.1%)과 대한항공(-16.9%), LG전자(-15.2%), 한화(-15%) 등은 15% 이상, 삼성전자(-13.1%)와 SK하이닉스(-12%)는 10%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의 주가 하락률은 2.5%에 그쳤지만, 기아차(-12.9%)와 현대모비스(-14.6%)의 주가 하락률이 높게 나타났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업종과 상관없이 주가 폭락을 몰고 왔다”며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하고 있어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더라도 우리 경제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시점은 하반기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