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 쇼크…‘얼어붙은’ 전남관광 1번지 담양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배윤영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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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발길 끊긴’ 담양 관광지·숙박업소
“정부·지자체 차원 파격적 대책 필요”

3월 1일 오후 2시께 전남 대표 관광지인 담양의 메타세퀘이아랜드. 젊은 사람들로 북적여야 할 휴일 가로수길에 썰렁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20여분 동안 단 한명의 관광객이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나타난 중년 부부도 운동 나온 지역주민이라고 매표소 직원이 귀뜸했다. 메타세퀘이아랜드 건너편에 있는 메타프로방스 주차장은 중·대형 관광버스와 승용차를 포함해 모두 500여대를 수용할 수 있지만, 주차된 차량은 40~50여대뿐이었다. 

‘코로나19 유탄’을 맞아 관광객 발길인 끊긴 전남 담양의 메타세퀘이아랜드 ⓒ시사저널 정성환
‘코로나19 유탄’을 맞아 관광객 발길인 끊긴 전남 담양의 메타세퀘이아랜드 ⓒ시사저널 정성환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

주차관리원은 “평년에는 관광차와 승용차가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면서 “지금은 평일엔 거의 비어 있고, 주말에도 전체 공간의 20%도 채우지 못한다”고 말했다. 담양 메타프로방스 주변에서 한정식 식당을 운영하는 박아무개 씨는 전남 담양 전역의 관광객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날씨가 풀려 예년 이맘때면 식당이 북적거렸는데 요즘은 손님이 반토막 났다”고 하소연했다. 

메타프로방스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담양의 또 다른 ‘핫플레이스’ 추월산 담양호 둘레길은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았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이곳은 예년보단 못하지만 산책하는 인파로 붐볐다. 단체 관광객보다 개인 관광객 위주로 방문하는 관광명소여서다. 굳이 돈 내고 코로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 곳을 가급적 피하고 싶다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길을 오가는 사람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나주혁신도시에서 온 김숙희(59)씨는 “극장이나 백화점 같은 실내보다 야외가 나을 것 같아 둘레길을 찾았지만 그래도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죽녹원 등 주요 관광지 입장객 80%까지 급감 ‘썰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전남관광 1번지’로 불리는 담양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관광객과 지역민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거리두기’를 하면서 관광지 방문과 각종 모임,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료 관광지의 경우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담양군에 따르면 담양 죽녹원 입장객 수는 지난달 2만500여명으로 작년 2월(3만5000여명)보다 42% 급감했다. 지난달 담양군 메타세쿼이아 길 입장객(유료기준) 수는 4600여명으로 작년 2월(6000명)보다 23% 줄었다.

관광지 입장객 수가 급감하면서 관광지 내 민간 운영 시설도 한파를 맞고 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유료로 운영되는 어린이 프로방스의 경우 지난달 입장객 수는 1200여명으로 작년 같은 달(7300여명)보다 6분의 1수준으로 확 줄었다. 호텔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담양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객실 예약율이 예년 이맘때보다 1/4 정도가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면서 “숙박 객실 판매율은 사실상 20%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도내 중소형 호텔이나 모텔, 펜션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객실 판매율이 10%대에 불과할 정도로 전남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

신학기를 앞두고 신입생 MT를 위해 많이 찾는 담양 메타프로방스와 추월산 주변 펜션단지는 ‘개점휴업’ 상태다. 펜션업계 경력 10년차인 박아무개씨는 “2015년 메르스 당시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박씨는 “코로나 여파로 장사를 망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 세수 감소와 함께 지자체로부터 관광지 시설을 위탁해 운영하는 민간사업자들과 관광지 주변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담양군 관계자는 “주요 관광지 유료 입장객이 줄어들면서 세수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며 “어린이 프로방스 등 연간 수천만 원의 임대료를 군에 납부하는 민간사업자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적한’ 전남 담양의 관광 명소 메타프로방스 ⓒ시사저널 배윤영
‘한적한’ 전남 담양의 관광 명소 메타프로방스 ⓒ시사저널 배윤영

전남 관광시장도 ‘꽁꽁’…운영업자·상인들도 ‘시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전남 주요 관광지 입장객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2일 전남 주요 관광지 운영 현황 등에 따르면 함평자연생태공원 입장객 수는 지난달 1900여명으로 작년 2월(9100여명)보다 거의 5분의 1수준에 그치는 등 전남 주요 관광지가 ‘코로나19 유탄’을 맞고 있다. 관광지와 함께 주변 식당과 편의점, 특산물 판매점 등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곡성 기차마을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아무개 씨는 “지난주 토요일과 일요일 손님이 모두 10명이었다”며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하순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준비해온 봄꽃축제들이 잇따라 취소될 가능성도 높아 관광지 주변 자영업자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구례 산수유꽃축제는 이미 취소됐고,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3∼5월 예정된 축제들도 취소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역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이 우려돼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화순 만연산 주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아무개 씨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가 관광산업이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축제장과 관광지에서 봄, 가을 한 철 장사로 버티는 민간사업자와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사업자인 목포해상케이블카(주)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방문 고객 감소 등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주업체를 돕기 위해 1개월 임대수수료를 감면하기로 했다. 감면 대상은 목포해상케이블카 시설 내부에 있는 카페·식당·제과·특산품·편의점·포토서비스 등 다수 입점 업체다. 목포해상케이블카 정인채 대표이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임대료 감면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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