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의 추억과 어린 아이와 책으로 놀기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0.03.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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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 만드는 그림책 놀이 일 년 열두 달》ㅣ박형주, 김지연 지음ㅣ다우 펴냄ㅣ488쪽ㅣ2만 4000원
ⓒ다우

요즘 특히 ‘종합적 비난’의 대상이 자주 되는 소위 ‘586 세대’의 공통점을 들라면, 그 중 ‘맞벌이’도 하나가 될 수 있겠다. 그들이 결혼을 했던 나이인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은 대개 1980~90년대였다. 일을 하려고만 하면 직장 구하기가 어렵지 않은 때였고, 내 집 마련이 신혼부부들의 1차 과제였던 때였다. 그래서 맞벌이가 대세였다. 그들에게 가장 힘든 문제는 당연히 ‘육아’의 지혜로운 해법이었다.

필자 역시 그랬다. 전세가 싼 서울 인근 신도시 다세대주택 한 칸에 신혼살림을 차렸던 우리 부부는 시골 출신들이라 육아를 거들어줄 혈육이 가까이에 없었다. 둘 다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 둘을 키워내는 일은 긴 말 대신 ‘전쟁’이란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었다. 젊었기에 육아의 어지간한 일은 어떻게든 감당 했지만,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아이를 맡긴 양육·교육기관이나 보모 아주머니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을 때였다. 한창 열심히 뛰어야 할 신입사원인 우리 부부는 그때마다 회사의 양해를 구해야 했다. 가끔씩은 대책이 없어 울고 싶었다. 그렇게 전쟁처럼 아이들을 키워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생활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가장 먼저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걱정됐다. 양육·교육기관들이 예정에 없던 문을 닫고, 타인과의 대면접촉에 극히 조심해야 하는 바이러스의 특징상 부모가 직접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최선일 텐데 이들은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가고 있을지. ‘아이 하나 키우려면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지금 이들에게 정부가, 기업이, 지방자치단체가, 사회가 나서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뜩이나 낮은 출산율이 문제가 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이유로 갑자기(?) 집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된 젊은 부모와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하고자 주변에 설문을 했다. 《공부머리 만드는 그림책 놀이 일 년 열두 달》은 그 결과 선택된 책이다. 누리통합주제와 발달과정에 맞춘 그림책 610권과 158가지 놀이를 정리한 책이다. 그림책 대화는 아이의 호기심을 북돋고, 그림책 놀이는 아이의 읽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목표다. 이 책에서 다루는 그림책들은 이미 출판된 기성 책들 중에서 엄선된 것들이라 이미 아이들 가정에 있는 책일 수도 있다. 《공부머리 만드는 그림책 놀이 일 년 열두 달》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이 책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읽어내는 방법론을 전문가적 입장에서 알려준다.

아이들을 모두 하버드 대학교 박사로 키워낸 미국의 엄마, 아들 셋을 모두 명문 S대에 보낸 한국의 엄마에게 비결을 물어 엮은 류의 책들을 보면 첫째 비결은 한결같이 ‘독서’다. 필자가 맞벌이 육아 때 놀랐던 것은 아이가 한글을 전혀 깨치지 못한 상태인데 그림 동화책을 보면서 열심히 읽는 모습이었다. 알고 보니 아이는 책의 글 내용과는 무관하게 그림을 보면서 자기만의 스토리를 창작하며 읽어나가는 것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곁에서 좀더 효과 있게 그 책을 읽고 상상하도록 부모가 곁에서 함께 읽고, 함께 대화하고, 함께 노는 ‘기술’을 전수하는 책이 《공부머리 만드는 그림책 놀이 일 년 열두 달》이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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