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괜찮다더니…” 지난해 거시 지표들에 ‘빨간불’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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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작년 대비 4.1% 하락…GDP 성장률 2.0%
명목성장률도 IMF 이후 최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등을 비판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 있었다. “성장률 등 거시 경제 지표들은 괜찮다”는 반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지표만 보면, 그 해명조차 틀린 것으로 보인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데다 성장률마저 멈춰섰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국민들의 말이 거시 지표에서 드러난 셈이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상용차 출고장 전경 ⓒ현대차 전주공장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상용차 출고장 전경 ⓒ현대차 전주공장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정부의 해명이 얼마나 거짓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당장 GNI는 1조6571억 달러로 2018년보다 4.0% 감소했다. 1인당 GNI 역시 3만2047달러로 전년(3만3434달러) 대비 4.1% 줄었다. 1인당 GNI가 감소한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1.9% 줄어든 이후 4년 만이다. 감소 폭은 미국발 금융위기 때인 2009년(-10.4%) 이후 최대다. 물론 정부에선 1인당 GNI가 2018년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간신히 그 수준을 유지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원화로 해석해보면 1인당 GNI는 대략 3700여만원이다. 언뜻 많아 보이지만 이 통계엔 함정이 있다. 바로 기업과 정부의 소득까지 합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 소득을 따져보려면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을 보면 되는데, 2018년 1인당 PGDI는 1만8144달러, 한화로 대략 2000만원 수준이다. 그만큼 국민의 살림살이가 어렵단 의미다.

성장세도 멈췄다. 한은은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를 연 2.0%로 발표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이후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명목 GDP는 1914조원으로, 전년 대비 1.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0.9%)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소득도 늘지 못하는데 경제 활력조차 떨어지고 있다. 쉽게 반등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란 뜻이다. GDP 디플레이터는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끝에 지난해 -0.9%를 기록했다. 하락 폭은 1999년(-1.2%) 이후 가장 컸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인데, 경제 전반의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건 소비와 생산, 투자 가운데 어디선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된다는 의미다.

한은은 “실질성장률이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의 이유로 2%로 둔화됐고 우리 주력 수출품목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며 명목기준으로는 더 크게 주춤했다”며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며 투자여력이 줄어들고 확장재정정책을 통해 보완되긴 했지만 민간부문 둔화로 성장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은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운수, 항공, 음식숙박업 등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월 중국쪽 수출이 둔화되며 일평균 수출이 기대보다 낮아진 것이 확인된다”며 “제조업 대외거래 부문에서도 중간재 수입 차질, 수요부진에 따른 수출부진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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