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월급도 미룬 ‘코로나 입학연기’…보육대란 몰고오나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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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유치원·어린이집, 학부모 퇴소시 정부 지원 못 받아…일선 원장 ”사비 털어도 인건비 다 못 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처가 엉뚱한 곳에서 화를 불렀다. 신학기 개학 연기에 따라 보육교사들이 급여를 못 받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후속 대책 없는 정부 조치로 일선 보육현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 종로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추가로 발생해 방역 당국이 비상에 걸린 가운데 2월20일 오전 확진자 발생 병원 인근에 위치해 긴급 휴원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한빛어린이집이 굳게 닫혀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서울 종로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추가로 발생해 방역 당국이 비상에 걸린 가운데 2월20일 오전 확진자 발생 병원 인근에 위치해 긴급 휴원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한빛어린이집이 굳게 닫혀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교육부는 3월2일 전국 모든 유치원의 신학기 개학일을 2주 추가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발표한 1주 연기를 포함하면 총 3주가 늦춰지게 됐다. 당초 입학일인 3월2일에서 23일로 변경된 것이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일단 3월8일까지 휴원을 지시한 상태다. 

곧 혼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보육업계에선 “학부모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퇴소하고 가정보육을 선택하면서 교사들 월급을 줄 길이 막막해졌다”고 호소했다. 학부모들 입장에선 금전적으로 따졌을 때 가정보육을 신청하는 게 이득이다. 매달 10만~20만원의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어서다. 네이버 맘카페에선 코로나와 관련해 양육수당 받는 법을 문의하는 글이 최근 1주일 새 200건 넘게 올라왔다.

단 양육수당으로 전환하면 사설유치원∙어린이집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끊긴다. 사립유치원은 아이 1명당 연령에 따라 24만~29만원의 교육비를, 민간어린이집은 24만~97만원의 보육료를 지원받는다. 원장은 해당 지원금을 교사 인건비, 급식비, 교재∙교구비로 쓰고 있다. 

특히 0~2세 영아를 돌보기 때문에 교사 수요가 큰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료의 약 80%가 인건비로 나간다고 알려져 있다. 0세 영아 2명만 빠져도 교사 평균 월급(2018년 기준 213만원)에 육박하는 지원금 195만원 가량이 미지급되는 셈이다. 

경남 사천의 한 민간어린이집 원장은 “(코로나 사태 전후로) 입학을 신청하려던 학부모가 가정보육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미 지금도 정원 미달인데 사태가 장기화되면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대구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경북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경북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예전에 비해 가정보육 전환율이 높아졌다”면서 “교육부는 인건비 지원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단톡방(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원장들끼리 걱정을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유치원 교사의 경우 무급휴직도 불가능하다. 교사가 적용 받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휴직 처리된 교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기 전까지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전북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교사들 인건비는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공립유치원이나 국공립 어린이집은 당장 문제가 없다. 학부모들의 가정보육 신청 여부와 상관없이 인건비를 전액 지원받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 관계자는 “민간어린이집의 경우 검토는 하고 있는데 확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칙상 민간어린이집은 인건비 지원 자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부산의 한 민간어린이집 원장은 “전형적인 공직사회의 변명”이라며 “정부 지원금이 없으면 사비를 털어도 교사들 월급을 다 못 준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3월3일 “사립유치원 감사 때는 공무원에 준하는 잣대로 온갖 징계를 다 내리면서 이런 시국에 (지원) 대책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대한 동의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1만 건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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