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바이러스? 제대로 알고 말하자
  • 세종취재본부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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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지 않은 용어 설정으로 선동성 발언 남발 문제
세균과 바이러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다른 종류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의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혼란이 가중하자 여기저기서 정확하지 않은 용어와 내용으로 선동성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발언이 SNS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주요 발언들은 종교계에서 먼저 이슈화됐다. 지난 2월9일 평택순복음교회 강헌식 목사는 설교 도중에 "우리 정세균 국무총리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돼서 세균이 한국을 강타하고 있는 거다"라고 했다. 또 성도교회 박성기 목사는 자신의 칼럼에서 "앞으로의 전쟁은 세균전쟁으로 치사율이 높은 감염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라고 적었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 발언들의 정치적 의도만 분석했을 뿐 과학적 오류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의 3차원 모형. ⓒwikimedia
코로나바이러스의 3차원 모형. ⓒwikimedia

세균과 바이러스는 엄밀히 다른 미생물

발언을 한 두 목회자 모두 세균과 바이러스를 혼동하고 있다. 세균은 라틴어로 박테리아(bacteria)라고 한다. 세균과 바이러스 모두 미생물인 건 동일하다. 그러나 완전 다른 생명체다.

질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세균으로 대장균을 꼽을 수 있다. 음식이나 물이 고온다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세균이 쉽게 번식한다. 그 음식을 섭취하면 대장균 감염이 된다. 대장균 자체는 해롭지 않지만 몇몇 병원성 대장균이 식중독을 일으킨다.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도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 세균이다. 보통 생화학 무기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탄저균도 세균이다.

세균은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 생물이지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기관을 가지고 있다. 즉, 먹이만 있고 환경만 잘 갖춰지면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어 살아가면서 번식도 가능하다. 여름철에 상한 음식에 식중독균들이 쉽게 번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세균은 실험실 배양이 쉽다. 플레이트에 세균을 묻혀서 배양시키는 장면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쉽게 볼 수 있다. 실험용 샘플 확보가 용이해 연구가 활발한 것도 세균의 장점이다.

반면 바이러스는 DNA와 RNA 같은 핵산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로 스스로 에너지와 유기물을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숙주가 있어야만 생존과 증식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사람이나 동물 몸속에서만 살 수 있고 대기 중에서는 오래 살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이유다.

바이러스는 대부분 온도와 습도와 큰 관련 없이 숙주 몸을 떠나서 대기 중에 노출되면 수 시간 안에 사멸한다. 그래서 승강기 등에서 감염자가 버튼을 만지고 갔어도 시간이 지나면 감염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치료제나 백신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양이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키우기 위해서는 숙주를 이용해야 하므로 동물이나 사람 몸을 빌려야 한다. 그래서 샘플을 확보하는데 세균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다.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화학 무기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이유도 마찬가지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생화학 무기를 만들기 위해선 인간의 몸 안에서 바이러스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비말감염은 뭐고, 공기감염은 뭔가?

코로나19 보도에는 이 질병이 공기감염이 아닌 비말감염이라는 설명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비말이란 단어의 뜻도 정확하게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감염은 크게 비말감염, 공기감염 혹은 대기감염, 그리고 접촉감염으로 나눌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바이러스는 특성상 숙주가 없으면 살아가지 못한다. 숙주의 몸에서 나와서 다른 숙주로 옮겨가야 번식이 가능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 일수록 전염성이 낮다고 본다. 숙주가 죽어버리면 바이러스도 따라 죽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영화 '감기'에는 치사율 100% 바이러스가 나온다. 출연연의 한 과학자는 "사실 그런 바이러스는 영화처럼 빠르게 확산하지 않고 오히려 빨리 사라진다"라며 "숙주가 죽으면 바이러스도 사라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비말감염은 꽃가루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꽃은 번식하기 위해서 수술에서 만들어진 꽃가루를 날려서 암술머리로 이동한다. 이 꽃가루를 멀리 있는 다른 꽃에 날리기 위해서 바람, 곤충, 물 등을 이용한다.

비말을 꽃가루라고 생각하자. 이 물질은 감염자의 침, 콧물 등 체액이다. 비말이라는 단어의 뜻은 '튀어서 흩어지는 물방울'이다. 비말의 크기는 보통 5(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미터)다. 기침 한 번에 약 3000개의 비말이 전방 2m 내로 분사되고 떨어진다. 그러니까 기침하는 사람에게서는 2m 이상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바이러스가 비말 안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은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다르다. 한국입자에어로졸학회 자료에 따르면 일반 코로나바이러스는 3시간, 변종은 24시간까지 생존이 가능하다. 공기감염은 바이러스 입자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사람에게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다행히 일반 바이러스는 단독으로 공기 중에 오랜 시간 생존하는 게 어려워 가능성이 희박하다. 다만, 홍역, 결핵 같은 바이러스는 공기 감염된다. 접촉 감염은 성병이 대표적이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포착한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알려진 SARS-CoV-2(오렌지색) 모습. ⓒNIAID-RML
주사전자현미경으로 포착한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알려진 SARS-CoV-2(오렌지색) 모습. ⓒNIAID-RML

코로나바이러스는 독감과 다른건가?

독감과 코로나바이러스의 차이를 제대로 알아야 치료제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아직도 코로나-19에 타미플루를 처방받으면 되지 않겠냐고 하는 주장을 SNS상에서 많이 접한다.

우리가 독감이라고 하는 질병은 인플루엔자다. 2009년 신종플루가 대표적이다. 당시 신종플루는 돼지에서 발생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돼지독감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또 매년 유행하는 조류독감(Avian Influenza, AI) 역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인플루엔자는 A, B, C 종류가 있는데 C형은 감염 빈도가 높지 않고 B형은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대유행하는 독감 대부분은 A형이다.

신종플루 때 처방했던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다. 우리가 매년 맞는 독감 예방 접종도 당연히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이다. 신종플루 치료제 중 일본에서 개발한 아비간(avigan, favipiravir)의 경우 타미플루와 작용기전이 달라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플루엔자 치료제와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는 기전이 다르다.

인플루엔자가 독감이라면 코로나바이러스는 감기로 보면 된다. 일반 감기는 보통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와 코로나바이러스 등에 의해 유발한다.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다. 인간 코로나바이러스는 총 7가지 변종이 있다. 그중에서 유명한 것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SARS-CoV),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MERS-CoV) 그리고 코로나-19다.

바이러스는 배양이 어려운 만큼 환자가 많은 곳에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편하다. 최근 다국적제약사 3곳이 한국에서 임상3상에 들어간 것도 이러한 이유다. 사스, 메르스와 달리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상업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많은 제약사가 치료제 개발에 앞장서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사스, 메르스 때와 다르게 빠르게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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