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쯤 코로나19 치료제 나온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1 14:00
  • 호수 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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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월 치료제 임상시험 결과 기대…백신은 올해 상용화 힘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불안은 크게 두 가지다. 감염 확산이 빠르다는 것과 아직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렘데시비르와 칼레트라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를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 중인 약이고 칼레트라는 기존 에이즈 치료제다. 이들 약품에 대한 임상시험이 시작됐고 빠르면 3월 중순 늦어도 4~5월엔 결과가 나온다. 특히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엔 한국인 환자 195명이 참여한다. 반면 임상시험을 앞둔 코로나19 백신 두 종류는 여름쯤 돼야 1차 결과가 나온다.

임상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되면 치료제는 여름부터 사용할 수 있다. 백신은 내년 쯤에야 상용화를 기대할 수 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2월20일 제네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 종류의 서로 다른 코로나19 치료제를 임상시험 중이며 이에 대한 예비 결과가 3주 후에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타릭 자사레빅 WHO 대변인은 시사저널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진행 중인 백신 연구가 있으며 3~4개월 이내에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상시험에 들어간 코로나19 치료제 두 종류는 새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기존에 만든 약품이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임으로써 긴급한 상황에 바로 사용하는 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자체적으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월17일 국내 9개 연구기관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양했다. 한국화학연구원, 국립보건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보한 기관들은 백신·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 우한의 한 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EPA 연합
중국 우한의 한 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EPA 연합

여름 상용화 위해 임상시험 중인 렘데시비르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보이는 약은 렘데시비르다. 미국과 중국이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브루스 아일워드 WHO 부총장은 2월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 실효가 있는 유일한 약물은 렘데시비르”라고 밝힌 바 있다.

렘데시비르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약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바이오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용으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다. 이 제약사는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한 곳이다. 이 약의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은 미국에서 발견됐다. 중국 우한에 있는 친지를 방문하고 1월15일 귀국한 35세 미국인 남성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러 치료를 해도 증상이 더 악화하자 의료진은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 허가를 받아 렘데시비르를 투여했다. 동정적 사용이란 치료제가 없는 질병의 응급상황에서 승인이 나지 않은 약물의 투여를 허용하는 제도다. 증세가 급격히 호전됐고 환자는 2월초 퇴원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관계자는 “렘데시비르는 본래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것인데 미국이 자국의 코로나19 환자 1명에게 투여한 임상시험과 동물실험에서 바이러스 반응(증상 호전)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는 최근 렘데시비르의 효과와 안전성을 연구하는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이를 두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3월2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치료제가 이르면 여름이나 가을 초쯤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약을 개발 중인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올해 초 중국 보건 당국에 치료제로 써보라고 렘데시비르를 제안했고 중국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런 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2018년 에볼라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는 미미하지만 안전하다는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상 결과를 검토한 중국 의료진은 30여 가지 약물 가운데 효과는 가장 뛰어나면서 세포 독성은 가장 약하다는 걸 발견하고 보건 당국에 임상시험을 신청했다. 바로 승인이 떨어졌고 중·일우호병원이 2월6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에서 7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는 빠르면 3월 늦어도 4월에 나올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임상시험과 별도로 길리어드 사이언스도 2월26일 렘데시비르의 효과와 안전성을 위한 임상시험(3상)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임상시험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의학부 최고책임자(CMO)인 머다드 파시 박사는 “코로나19의 잠재적인 치료제로서 렘데시비르의 효능과 안전성을 신속하게 확인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임상시험엔 한국인 환자도 포함된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2월27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승인 신청서(IND)를 접수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관계자는 3월1일 “아시아 국가와 확진자가 많은 국가(이탈리아)에서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식약처 승인이 나오면 한국에서도 3월부터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3월2일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국내에 배정된 렘데시비르 물량에 따라 이 임상시험에 참여할 국내 환자 수는 195명(중등도 120명과 중증 75명)으로 결정됐다. 이 임상시험은 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대병원이 진행한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관계자는 “임상시험 결과는 빠르면 5월 중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증식하려면 핵산이 필요하다. 렘데시비르는 핵산 유사체(가짜 핵산)를 바이러스에 공급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렘데시비르의 임상시험 결과가 좋게 나와도 그 약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칼레트라 임상시험 결과 한 달 이내에 나올 듯

두 번째 후보 치료제는 칼레트라(리토나비르·로피나비르 조합)다. 칼레트라는 미국의 글로벌 제약회사 애브비가 개발한 에이즈 치료제다.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필요한 효소(단백분해효소)를 억제하는 성분인 리토나비르와 로피나비르를 합성한 약물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을 때도 칼레트라가 치료 효과를 보였다. 그래서 중국은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칼레트라를 썼다. 국내에서도 일부 코로나19 환자에게 이 약을 투여하고 있다. 대개 중증 환자에게 칼레트라와 세균성 감염을 막기 위한 항생제를 함께 쓰는 식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용법을 찾기 위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칼레트라와 리바비린(C형 간염 치료에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을 함께 썼을 때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추진한다. 칼레트라는 임산부에게도 투여할 만큼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중국의 임상시험 결과가 한 달 이내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렘데시비르와 칼레트라 외에도 잠재적인 치료제로 클로로퀸과 아비간이 있다. 클로로퀸은 오래전부터 말라리아 치료에 사용해 온 약이다. 그러나 이 약의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중국은 클로로퀸이 세포 내 산성도를 높여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는 과정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에 대해 자넷 디아즈 WHO 응급프로그램 임상사례관리 총괄은 “일부 과학자들이 항말라리아 약인 클로로퀸이 코로나19의 잠재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 이 약이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재갑 교수는 “현재 국내 일부 코로나19 환자에게 칼레트라와 클로로퀸을 사용 중이다. 그러나 현재 치료 효과를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일본은 독감 치료제로 개발한 아비간에 주목하고 있다. 아비간은 일본 후지필름 계열의 제약사 도야마화학이 신종플루 치료제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다. 이 약은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필요한 특정 효소를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코로나19 경증 환자에게 시험적으로 투약해 보니 효과를 보였다며 전국적인 투약을 검토 중이다. 

백신 개발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해외 일부 기관이나 제약사가 백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후보물질을 개발했다는 의미다. 초기 단계이므로 검증 절차를 거쳐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 현재 개발 중인 백신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은 두 가지다. 미국 백신 개발사인 모더나와 미국 NIH 산하 NIAID가 함께 디자인해 개발한 후보물질 ‘mRNA-1273’이 그 첫 번째다. 코로나19 표면에 스파이크 단백질이 있는데 이것이 인간 세포와 결합해 인체 내부로 유입된다. 이 과정을 차단하면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거나 느리게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설계한 후보물질이 mRNA-1273이다.

 

백신 개발은 현재 초기 단계로 시간 걸려

미국은 4월 초까지 안전성 테스트를 마치고 45명을 대상으로 12개월간의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세계 최초 임상시험이 된다. 이르면 7~8월 1차 결과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개발부터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데만 수년이 걸리는데 이번은 유전자 염기서열이 공개된 후 약 3개월 만에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속도다. 이에 대해 모더나에서 기술 운영 및 품질 분야 최고책임자를 맡고 있는 후안 안드레스는 “모더나와 NIAID,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협력으로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을 규명한 지 42일 만에 임상 배치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제기구인 CEPI는 mRNA-1273뿐만 아니라 또 다른 백신 ‘INO-4800’ 개발에도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INO-4800은 미국 바이오 기업 이노비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다. 이노비오는 4월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과 한국 순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조셉 김 이노비오 대표는 3월2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제약회사 경영진과의 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는 “연말까지 코로나19 백신을 100만 도스 규모로 생산할 준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턱없이 부족한 양으로 전 세계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은 기존에 사용하던 것이 아니라 코로나19에 맞게 새로이 개발하는 것이므로 효과는 물론 충분한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올해 내 상용화는 어렵다는 게 전문의들의 전망이다. 이재갑 교수는 “백신은 감염자는 물론이고 비감염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피험자 모집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또 코로나19에 노출된 지역에서 현장 테스트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올해 내 코로나19 백신 상용화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중국, 치료제 찾는 200가지 임상시험 진행 중” 

인터뷰  타릭 자사레빅 세계보건기구 대변인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치료는 어떤 상황인가. 

“지금까지 특정 의약품이 코로나19에 효과적이라는 증거가 없다. 코로나19 치료는 임상적으로 이뤄진다. 대부분 증상이 경미하고 제한적이어서 증상적인 치료를 한다. 일부 환자는 중증으로 진행하며 산소 치료와 같은 보존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은. 

“중국에서 항바이러스제와 스테로이드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를 조사하는 여러 무작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 코로나19에 대한 200건 이상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그 가운데 칼레트라(리토나비르·로피나비르 조합)에 대한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가 1개월 안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렘데시비르를 이용한 임상시험도 곧 시작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렘데시비르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치료제 개발을 위한 프로토콜은 어떻게 마련됐나. 

“주요 프로토콜은 WHO R&D 블루프린트 임상시험 전문가 그룹(blueprint clinical trials expert group)의 일련의 심의를 거쳐 마련된다. 이 그룹엔 국제 임상시험가, 코로나바이러스 전문가, 규제 및 윤리 전문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 심의를 기반으로 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전문가들이 프로토콜의 정식 버전을 개발했고 여러 국가에서 쉽게 구현하도록 조정 작업을 거쳤다.”

백신 개발 현황은. 

“아직 코로나19 예방용 백신은 없다. 그러나 진행 중인 백신 연구가 있으며 3~4개월 이내에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이다. 백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위해 세계은행, CEPI(감염병예방혁신연합) 등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환자는 어떤 치료를 받나  칼레트라와 클로로퀸 등 항바이러스제 투여와 보존적 치료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는 없다. 그렇다고 치료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한다.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회는 2월13일 코로나19 치료원칙을 발표하면서 항바이러스 치료를 권고했다.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하는 대표적인 항바이러스제는 칼레트라(에이즈 치료제)다. 대한감염학회는 칼레트라를 하루 2회 투여할 것을 권고한 상태다.

또 항바이러스제 인터페론은 단독이 아닌 칼레트라와 병합 투여할 것을 권고했다.  또 병원에서 사용 중인 다른 항바이러스제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이다. 코로나19 생체 외 실험에서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한다는 연구가 있다. 대한감염학회는 국내에서 클로로퀸이 유통되지 않으므로 대신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하루 1회 투여할 수 있다는 치료지침을 발표했다. 항바이러스제는 7~10일간 투여하며 환자 상태에 따라 단축 또는 연장한다. 

경우에 따라 C형 간염 치료제 리바비린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감염학회는 이상 반응이 많은 약제이므로 일차적 치료제로 권고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일차적으로 사용하는 약제에 효과가 없을 때 칼레트라 또는 인터페론과 병합해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한다. 

감기 증상을 넘어 폐렴으로 진행한 환자는 산소 치료나 인공호흡기 치료 등 회복을 돕는 보존적 치료를 한다. 또 동물실험이나 세포실험에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인 약들도 사용한다. 산모나 신생아도 인공호흡기 사용 등 보존적 치료를 한다. 현재 공인된 치료제가 없으므로 실험 중인 약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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