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맞는 토론토, 불안한 수비와 뒷문이 문제
  • 이상평 야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2 16:00
  • 호수 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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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도와줄 파랑새군단 전력 점검…‘혈통볼’ 야수진은 기대할 만

2019년 류현진은 위대한 시즌을 보냈다. 작년에 기록한 2.32의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으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FA 시장에 나온 류현진은 많은 팀의 구애를 받았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며 새롭게 둥지를 옮겼다. 토론토는 메이저리그 유일의 캐나다 팀이며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탬파베이 레이스 같은 강팀들이 즐비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에 소속되어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구단이기 때문에 에이스 류현진의 지원군이 될 토론토의 선수들은 누가 있는지, 이 구단이 왜 류현진을 필요로 했는지 등에 많은 팬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월15일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이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 인근 훈련장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동료들과 다음 훈련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월15일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이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 인근 훈련장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동료들과 다음 훈련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수진, 기본기 좋아…내야 수비 안정감은 다소 취약

기본적으로 토론토는 류현진의 전 소속팀인 LA 다저스처럼 당장 우승을 노리는 팀은 아니다. 다만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리빌딩 시기를 지나 조금씩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팀이다. 이런 토론토의 희망은 ‘혈통볼’이라는 단어로 대표된다. 토론토는 야구인 2세 출신 유망주들을 대거 끌어모았다. 그들의 ‘혈통볼’은 1999년생 3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1998년생 유격수 보 비셋, 1995년생 2루수 케반 비지오, 1993년생 외야수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 1990년생 1루수 트래비스 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의 아버지는 각각 블라디미르 게레로, 단테 비셋, 크레이그 비지오, 루데스 구리엘, 제프 쇼 등으로 쿠바 야구인인 구리엘을 제외하고는 전부 박찬호의 전성기 시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왕년의 스타들이다.

2세 선수들은 현재 모두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특히 각종 유망주 평가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아버지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모두는 올 시즌 주전으로 나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선수들 외에는 2018년 25홈런, 2019년 31홈런을 때려낸 오른손 외야수 랜달 그리척이 타선의 핵심으로 꼽힌다.

토론토는 젊은 선수들이 아직 더 성장해야 하지만, 타선은 충분히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수비다. 류현진은 많은 내야 땅볼을 유도하는 유형의 투수로 알려져 있다. 젊고 타격에 좀 더 비중이 높은 선수들로 토론토 내야진이 구성되다 보니 수비 쪽에서는 류현진이 다저스 시절만큼 많은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배터리 파트너들은 어떨까. 작년 토론토의 포수진은 주전 대니 젠슨, 백업 리즈 맥과이어가 활약했다. 이 두 명의 1995년생 동갑내기 젊은 포수들은 올해도 그대로 포수진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니 젠슨은 수비가 좋은 수비형 포수다. 도루 저지 능력이 다소 아쉽지만, 블로킹·프레이밍 등 포수로서의 기본기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투수의 볼을 스트라이크로 보이게 만드는 능력인 프레이밍이 뛰어난 선수라는 평을 받는다. 미국의 야구 통계 사이트인 팬그래프는 작년 대니 젠슨의 프레이밍 수치를 8.1로 측정했으며, 이는 800이닝 이상 소화한 메이저리그 포수 중 전체 6위의 기록이다. 백업인 리즈 맥과이어도 이 수치에서 3.1을 기록하며 준수한 능력을 보여줬다. 류현진과 배터리를 이룰 두 선수 모두 프레이밍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류현진은 다양한 구종과 뛰어난 제구력으로 승부를 보는 타입의 투수이기 때문에 이런 포수의 능력은 호재라는 평가다. 류현진은 작년에도 다저스에서 프레이밍이 좋았던 러셀 마틴 혹은 오스틴 반스와 호흡을 맞출 때 경기 결과가 좋았던 경우가 많았다.

류현진은 다저스 시절 특급 불펜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다. 다저스는 지난 몇 년간 우승을 노리면서 호화로운 투수진을 구성했던 팀이다. 다른 팀에서 충분히 마무리 혹은 셋업맨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도 다저스에서는 추격조 역할로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덕에 류현진은 긴 이닝 소화에 대한 부담이 덜한 환경에서 시즌을 치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토론토의 경우는 불펜이 약점으로 지적받는 팀이다. 이는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작년 다저스는 팀 불펜 평균자책점 3.78로 리그 4위에 오른 반면, 토론토는 4.35로 리그 15위를 기록한 바 있다.

 

약한 불펜진…다저스 때처럼 든든한 지원 기대 어려워

토론토의 주전 마무리 투수인 켄 자일스는 특급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자일스는 100마일(160km/h) 이상의 강속구를 뿌릴 수 있으며, 뛰어난 고속 슬라이더를 던지는 선수다. 전매특허로 꼽히는 슬라이더는 알고도 못 치는 구종이라고 불릴 정도. 다만 작년 시즌 팔꿈치 문제로 부상자 명단을 들락날락했던 바 있다. 건강이 변수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자일스까지 이어질 길을 놓아줄 중간투수들이 양도 질도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토론토의 불펜진은 샘 가빌리오, 윌머 폰트, 앤서니 배스, 라파엘 돌리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팀이고, 선발투수 보강이 더 급했기에 불펜진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팀인 토론토는 왜 류현진에게 4년이라는 시간과 8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했을까. 그들이 찾고 있었던 에이스, 그리고 클럽하우스 리더라는 조건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토론토가 어린 선수들 위주로 팀을 재편하고 기존 선수들이 여러 이유로 팀을 떠나면서 2020 시즌을 앞둔 토론토에는 딱히 클럽하우스 리더라고 할 만한 인물이 없었다. 또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야수진과는 달리 투수진에는 중심을 잡아줄 만한 선수가 없었다. 따라서 토론토는 어린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클럽하우스 리더와 투수진의 중심을 잡아줄 에이스가 필요했다.

류현진은 다저스 시절부터 클럽하우스 내의 친화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아왔던 선수다. 언어가 통하지 않음에도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다저스 클럽하우스에서 류현진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았다는 점은 유명한 사실이다. 또한 특유의 피칭 스타일, 큰 부상 이후의 재기 등은 어린 선수들에게 여러모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토론토가 찾는 클럽하우스 리더이면서 젊은 투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베테랑 에이스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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