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북한 김여정 말폭탄에 ‘침묵’ 배경은?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20.03.04 14: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에서 원색 비난…하태경 “친문 인사들 찍소리도 못해”

"참으로 미안한 비유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한 말이다. 그는 청와대를 향한 '말폭탄'으로 전면에 나서 정치적 위상을 과시했다.

김 제1부부장은 3일 오후 10시30분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에서 자신들의 화력전투훈련은 ‘자위적 행동’이라면서 그에 유감을 표명했던 청와대를 향해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번 담화는 그의 '데뷔 담화'라는 점에서도 이목이 쏠렸지만, 그 수위와 화법, 형식 등 여러 면에서 모두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시종일관 거침없는 직설적 화법이다. 김 제1부부장은 청와대를 향해 '주제 넘은 실없는 처사' '바보스럽다' '저능하다'라고 원색적인 표현을 퍼붓는가 하면, "우리 보기에는 사실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북한 고위 당국자들이 대남 비난 담화를 낸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그동안 '최고지도자의 공식 메신저'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런 의미를 모를 리 없는 김 위원장이 '백두혈통' 여동생을 통해 직접 대남 담화를 내도록 지시한 건 결국 남측을 향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를 비난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지'를 둔 것은,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해 나름으로 수위를 조절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6월12일 오후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보내는 조화를 전달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2019년 6월12일 오후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보내는 조화를 전달했다. ⓒ 연합뉴스

김 제1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강도적이고 억지부리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꼭 미국을 빼닮은 꼴"이라며 미국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또 담화 말미에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고 한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남북이 상호 존중하며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제1부부장의 발언과 관련된 질문에 "좀 더 시간을 갖고 분석한 뒤 말하겠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이 같은 비난에 대해 청와대는 아직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발사체 발사는 중요한 문제지만 담화의 경우 즉각적으로 입장을 낼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청와대마저 말폭탄을 주고받을 경우 꼬여 있는 남북 관계가 더 경색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원색 비난에 대해 "2년 전 동계올림픽 당시 특별열차까지 편성해 극진히 대접한 결과가 이런 조롱"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북한이 김여정을 내세워 청와대와 우리 정부 강하게 조롱했다. '겁 먹은 개' '저능한 사고방식' '바보'란 단어 사용하며 한밤중에 말폭탄을 쏟아냈다"며 "그런데도 청와대와 민주당의 친문 인사들은 찍소리도 못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사일까지 쏘며 추근대지 말라고 해도 말귀 못 알아듣자 한밤중에 말폭탄 쏟아내 우리를 조롱한 것"이라며 "얼마나 더 조롱받고 우리 국민에게 상처입혀야 대북 짝사랑 멈출 거냐"고 반문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