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능신부터 신천지까지 중국을 노리는‘사이비 종교’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7 15:00
  • 호수 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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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포교 단속에 ‘정통 종교’도 불법화…이단 구분 어려워져

2014년 5월28일 중국 산둥(山東)성 자오위안(招遠)시의 한 맥도날드 매장. 장(張)아무개씨 등 6명이 젊은 주부 우(吳)아무개씨를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 당시 매장 안에는 맥도날드 종업원과 여러 시민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폭행을 말리지 않았다. 오직 여성이 집단구타를 당하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했을 뿐이다. 

여성을 살해한 이들은 기독교계 사이비종교인 ‘전능신(全能神)’의 교도들이었다. 그들은 해당 여성을 전도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물어봤다가 거부당하자 폭력을 행사했다. 주변 누구 하나 나서서 제지하지 않았다.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이 ‘맥도날드 살인 사건’은 중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중국 정부의 강한 단속 탓에 사망한 ‘파룬궁’ 수련자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는 대만 파룬궁 수련자들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강한 단속 탓에 사망한 ‘파룬궁’ 수련자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는 대만 파룬궁 수련자들 ⓒ연합뉴스

한국의 신천지가 중국 우한으로 향한 이유

1995년 당국으로부터 사교로 규정된 전능신은 어떻게 버젓이 포교활동을 할 수 있었을까. 전능신 측은 “교인이 10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중소도시와 농촌을 중심으로 교세를 확장했다. 살해 용의자 중 4명은 일가족이었고 미성년자도 포함됐다. 또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수집한 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해 공격적인 선교활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맥도날드 살인 사건 이후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사이비종교 단속에 나섰다. 중국 언론들도 중국 국무원과 공안부가 규정한 16개 사교 조직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경각심을 촉구했다. 사교로 규정한 교단 16개는 다음과 같다. △파룬궁(法輪功) △전능신 △호함파(呼喊派) △도제회(徒弟會) △전범위교회(全范圍敎會) △영령교(靈靈敎) △신약교회(新約敎會) △관음법문(觀音法門) △주신교(主神敎) △피립왕(被立王) △통일교 △삼반복인파(三班僕人派) △영선진불종(靈仙眞佛宗) △천부적아녀(天父的兒女) △다미(達米)선교회 △세계이리야(以利亞)선교회.

과거 중국은 파룬궁 단속에만 총력을 기울였다. 파룬궁이 단시일 내에 교세를 급속히 확장했기 때문이다. 파룬궁은 1992년 리훙즈(李洪志)가 불교와 도교 원리를 원용해 창시했다. 따라서 심신을 단련하는 기공(氣功) 수련에 중점을 두었다. 그 덕분에 수련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90년대 후반 필자는 대학 교정에서 파룬궁 수련모임을 자주 목격했다. 몇몇 중국인 학우의 부모도 파룬궁을 수련했다. 심지어 공산당 간부, 퇴직 원로 등도 참여했다. 1999년 파룬궁 수련자는 비공식적으로 8000만 명에 이르렀다. 그들은 리훙즈를 ‘큰 스승’이라 부르며 추종했다.

그로 인해 중국 최고지도부는 파룬궁에 대한 제재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일부 공산당 정치국 중앙위원은 반대했고, 논의 소식이 외부로 전해졌다. 1999년 4월25일 수백 명의 파룬궁 수련자가 행동에 나섰다. 중국 지도자들이 묵는 중난하이(中南海) 앞에서 파룬궁 합법화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던 것이다. 이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래 처음으로 베이징 도심에서 벌어진 대중 시위였다. 훗날 시위가 리훙즈의 승인 아래 계획적으로 벌어졌음이 밝혀졌다. 중국 지도부는 큰 충격을 받았고 같은 해 7월부터 대대적인 파룬궁 탄압에 들어갔다.

파룬궁을 통해 중국 정부가 사이비종교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알 수 있다. △교주의 신격화 △교리의 이단성 △단일 조직체계와 폐쇄적인 운영 △은밀한 포교 방식 △폭발적인 교세 확장 등이 그것이다. 사실 파룬궁을 종교로 규정짓기는 모호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규정하는 사이비종교의 여러 요소를 갖췄다. 또한 단시일 내에 늘어난 수련자와 그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중국 정부에 부담이 됐다. 따라서 파룬궁에 대한 탄압은 무자비했고 가혹했다. 그로 인해 현재 중국에서 파룬궁 관련 조직은 모두 괴멸됐다. 최근 들어서는 전능신과 신천지가 중국에서 사이비종교로 주목받고 있다.

전능신은 강력한 단속으로 인해 중국에서 조직이 와해됐고 신도가 급감했다. 하지만 교도들이 홍콩·대만·일본·미국 등 세계 곳곳으로 도피하면서 세력을 넓혀 나갔다. 한국에도 진출해 맹렬한 포교활동을 펼쳤다. 아시아총본부가 한국에 있을 정도다. 중국 언론매체는 전능신이 기독교에 너그러운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이용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실제 중국에서 넘어온 중국인 교도들은 난민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단 이름을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로 바꾸어 한국인의 거부감을 없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전능신이 신분을 탈색하거나 한국인을 내세워 중국에 역유입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중국 언론은 신천지도 전능신과 관련지어 조명하고 있다. 고민 상담을 한다면서 SNS를 통해 선교하는 방식이 똑같기 때문이다. 다만 신천지는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와 선양(瀋陽)·다롄(大連) 등 조선족이 많이 사는 도시를 거점으로 선교활동을 벌였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신천지 신도는 모두 2만 명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발병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도 진출해 200명가량의 신도를 확보했다고 한다.

신천지가 우한에 진출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한은 중국의 배꼽에 해당하는 중부지방의 중심이자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다. 동부와 서부를 오가는 사람과 물류의 대부분이 우한을 거친다. 지난해 말 우한의 상주인구는 1418만 명에 달했다. 또한 중공업과 IT산업이 발달해 기업과 공장에서 일하는 젊은이가 많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인천을 오가는 직항편이 주 4회씩 운항했다. 게다가 연해 대도시보다 선교 목적으로 진출한 기독교단체가 많지 않았다. 신천지 입장에서는 나름 최적의 포교 기반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불법화된 선교 환경, 사이비 종교엔 호재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국의 종교 정책이다. 중국은 신앙의 자유와 정상적인 종교활동을 보장한다. 다만 종교가 사회질서, 국가 교육제도, 인민 신체건강 등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과거 서구 제국주의가 종교를 앞세워 자국을 침탈했던 뼈아픈 역사를 거울삼아, 외국인의 중국인에 대한 포교활동을 불법화했다. 현재 중국 정부 관할 아래 교회·성당·사찰 등에서의 신앙활동은 자유롭다. 하지만 외국인 신자는 중국인 종교시설에 못들어 가고, 외국 종교인은 중국인에게 포교해서는 안 된다.

이런 현실이 오히려 사이비종교를 암약하게 했다. 현재 수천만 명의 중국인은 외국 종교인이 운영하는 지하교회에 다닌다. 문제는 자신이 다니는 지하교회가 정통인지, 이단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실제로 윈난(雲南)성에 사는 리메이쥔(가명)은 수년 전부터 한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지하교회에 다녔다. 리메이쥔은 필자에게 이를 자랑스럽게 말했다. 한데 필자가 처음 듣는 교단이었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 이단으로 꼽히는 한 교단이었다. 리메이쥔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으나 그의 마음을 돌릴 순 없었다. 최근 중국 젊은이들에게 사회주의 사상보다 신앙이 훨씬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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