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文정권, 철 지난 이념정치 한다…총선서 심판받아야”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6 15:00
  • 호수 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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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구로을에서 윤건영 전 실장과 맞붙는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
"文정권 노동이중구조 해답 찾지 못해…독일 하르츠 개혁 롤모델 삼아야"
“이번 총선은 아직 야당에 불리…정권교체 위해 안철수도 함께해야”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52) 앞에는 ‘친(親)이나 계(系)’가 따라붙지 않는다. 계파정치가 판치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보기 드문 ‘무(無)계파’ 정치인이 김 의원이다. 그런 그가 서울 지역구(양천을) 3선 정치인으로 여의도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회 내 손꼽히는 전략가로 분류돼서다. 오른쪽 진영에 있지만 왼쪽의 민심도 읽을 줄 안다는 평을 얻으면서 원내부대표부터 기획위원장, 사무총장 등 당 요직을 두루 꿰찰 수 있었다.

통합당은 이런 김 의원을 21대 총선 전면에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투입한 지역구 구로을에 김 의원을 ‘자객’으로 단수 공천했다. ‘문재인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 전 실장을 김 의원이 잡아낸다면, 여당에 큰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는 게 통합당의 셈법이다.

3월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문재인 정권은 이념에만 사로잡힌 채 오로지 자기편만 보는 정치를 하고 있다”며 ‘정권심판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정당 지지율에서 뒤지고 있는 통합당에 대해선 “못해서 그런다”며 “총선은 (여당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통합당은 매우 어려운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서울 구로을 후보로 공천 받은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과 3일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은숙 기자
서울 구로을 후보로 공천 받은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과 3일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은숙 기자

“정부·여당, 사실 아닌 이념에 입각한 정치 해”

구로을은 보수의 험지다. 구로을은 최근 5번의 선거(2001년 재보궐 선거 포함)에서 민주당 계열이 내리 승리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역구다. 이번 총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전 실장이 민주당 후보로 등판한다. 민주당이나 통합당이나 패하면 그만큼 정치적 타격이 큰 상징적 선거구가 됐다. 서울 양천을이 지역구였던 3선의 김용태 의원으로선 가시밭길 같은 4선 도전이 됐다. 그러나 김 의원의 ‘출사표’는 단호했다.

“내가 그 말은 쓴 적은 없지만, 언론에서 표현한 그대로다. 공관위의 (나를 공천한) 뜻은 ‘자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의 지상명령이었다. 총선을 통한 정권심판, 꼭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당이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지 않나. 특히 윤 전 실장은 개인 윤건영이 아닌 지난 3년 문재인 정권 운영에 대한 실무 책임자로 심판받아야 한다.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총리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대표라고 할 수 있고, ‘문재인 청와대’의 대표는 누가 뭐래도 윤(전 실장)이다.”

‘윤’을 말하는 김 의원의 말에는 날이 잔뜩 서있었다. 사적인 연(緣)이나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러자 그는 “개인적으론 (윤 전 실장을)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전언으로 (윤 전 실장이) 어떤 사람인지 들었다”며 말을 이었다. 김 의원은 인터뷰 내내 윤 전 실장이 곧 문재인 정권의 ‘독단(獨斷)과 불통(不通)’을 주도한 실세라고 주장했다.

“지금의 청와대는 조직·운동권 논리만 답습하는 ‘586 동문회관’이 됐다. 이 사람들의 총대장이 윤 전 실장이다. (윤 전 실장은) 청와대 수석은 패싱하고 소위 운동권 비서관·보좌관들과만 네트워킹하면서 국정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 지난 이념이자 불가능한 걸 신봉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국회, 행정조직 관료, 전문가 집단, 언론, 이 4곳으로부터 검증받고 견제받으면서 권력을 행사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은 그러지 않더라. 권력의 정당성을 ‘광장’에서만 찾는다. 결국 자기편의 말만 듣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말하는 ‘철 지난 이념’이란 무엇일까. 그러자 김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주도하는 ‘소득주도성장’을 짚었다.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소득 양극화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되레 경제 성장 동력 자체가 꺾였다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다.

“이 정부는 사실이 아닌 이념을 기준으로 규제를 한다. ‘시장은 사악하다. 따라서 선한 권력이 시장을 대신해야 한다’는 게 이(청와대) 사람들의 이념이다. 그래서 나온 게 뭔가. ‘무조건 공무원 늘리겠다, 공공부문 확대하겠다, 근로시간 줄이겠다’ 같은 정책들이다. 과거 운동권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박물관에 들어있는 이념이다. 20대 국회가 최악이 된 이유도 바로 이 ‘시장은 옳지 않다’는 이념 규제만 내세운 여당 때문이었다.”

사실 그의 이 같은 판단이 문재인 정권 3년을 돌아보며 내린 평가는 아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할 때부터 ‘포퓰리즘 정부’라고 날을 세웠다. 이 판단이 3년이 지난 지금 더 강화된 것처럼 보였다. 그는 바른정당에 몸담았던 2017년 8월9일,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비정규직 개혁하겠다고 온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하는 분(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근원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하자는 말을 안 한다”며 “비겁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식 공무원 증원은 아니다. 고용 불안 커지면 이를 대처하기 위한 충분한 실업급여 제공하고 사회안전망 재구축이 필요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렇다면 김 의원이 생각하는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그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짚었다. 하라츠 개혁이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때인 2002년 2월 구성된 하르츠위원회가 제시한 4단계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말한다. 당시 독일은 심각한 실업난을 타개하기 위해 임시직 고용을 증진하기 위한 규제 완화, 소규모 소득의 일자리 창출 등을 추진한 바 있다. 결국 시장을 조이는 규제의 끈을 조금 더 헐겁게 하되, 충격파를 완화할 수 있는 복지개혁도 같이 추진해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다.

“현재 노동시장의 이중구도가 고착화되며 저출산과 청년실업 등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를 나라가 수당을 주는 방식으로 풀 게 아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혁하되 과감한 복지 개혁도 병행하는, 소위 ‘패키지 딜’을 추진해야 한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과 프랑스의 마크롱 개혁을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

 

“불리한 통합당, 중도 진영도 품어야 산다”

김용태 의원은 인터뷰 도중 저서 《문재인 포퓰리즘》을 들고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했다. ⓒ박은숙 기자
김용태 의원은 인터뷰 도중 저서 《문재인 포퓰리즘》을 들고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했다. ⓒ박은숙 기자

정부 비판이 계속 이어질 때쯤, 질문의 방향을 살짝 틀었다. 그가 몸담은 보수 진영의 ‘집안 사정’을 짚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결정적 계기를 만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었다. 즉, 보수 정권의 실책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촛불 광장’을 만들었고, 보수의 분열을 낳았다. 과연 현 상황에서 보수가 진보의 실책을 짚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 그러기엔 보수의 ‘반성’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김 의원이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국민이 이렇게 말한다. ‘문재인 정권 너무 못한다. 그런데 보수 하는 거 보면 더 화나고 짜증난다’고. 반성해야 한다. 국민의 뜻이 그렇다면 인정해야 한다. 다만 (정권심판론을 주장하는 건) 화풀이가 아니다. 우리 모두 같이 살기 위해 심판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보수도) 싹 한번 바꾼(미래통합당 창당) 것이다. 인적 혁신을 하고 통합을 했다. 물론 아직 부족하다. 현재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정당 사상 유례없는 전권을 행사하면서 인적 혁신 작업을 해 나가는 중이다. 어렵게 어렵게 (통합)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통합당이 ‘탄핵의 강’을 건너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총선 때문에 ‘임시 동맹’을 맺은 것 뿐, 결국 계파갈등이 다시금 보수의 분열을 촉발할 것이란 얘기다. 김 의원은 이런 우려에 “(탄핵의 강을 건넜다는) 증거가 바로 나 김용태”라고 웃어 보였다. 그는 “(비박계인) 내가 통합당의 가장 중요한 대표주자로 선거 전면에 나서지 않았나. 또 새로운보수당 분들도 공천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빚어지고 있는 공천 갈등에 대해 묻자 “예고된 상황”이라고 답을 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잡음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공천에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탈락한) 당사자 입장에선 얼마나 화나고 서럽겠나. 공관위 입장에선 명령하는 게 아니라 부탁하고 읍소하는 정도다. 공관위나 공천을 받은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이건 인적 혁신을 하라는 국민의 지상명령이다. 그래야 당신이 주장하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

다만 줄곧 정권심판을 외치던 김 의원도, 총선 판세에 대해 묻자 “불리하다”는 답을 내놨다. 통합당의 제1당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로선 턱없는 소리”라고 답했다. 그는 “여론조사를 보면 당 지지율에서 (민주당과) 10% 이상 격차가 난다. 통합당은 후발주자고 추격자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매우 어려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결국 중도진영의 대표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또 이른바 극우 보수인 ‘태극기 진영’이 통합당과 연대해야 총선에서 반전을 노릴 수 있다고 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에 동의한다면 모여야 한다. 통합당에 합류해야 한다. 방식은 상관없다. 연대든 통합이든 좋다. (합류를 거부한) 안철수 대표 뜻은 잘 알고 있다. 통합당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부족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작은 차이를 덮어야 큰길을 갈 수 있다.”

 

“확산하는 코로나19, 정부 비판할 때 아니야”

여의도 오른쪽에서 왼쪽을 상대하는 김 의원이지만, 인터뷰 중간 당 지도부와 다른 이견을 내놓기도 했다. 일례로 심재철 원내대표가 발언했던 ‘총선 후 문재인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해선 “당의 총의가 아니다. 탄핵을 거론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국민”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보수진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민주당보다 떨어지는 현실에 대해선 “우리가 (정치를) 못해서”라고 진단했다. 그는 “통합당도 변해야 한다. 시대도 사회구조도 변하고 있다”며 “(보수의 기치인) 성장과 효율은 기본으로 놓되, 공정과 정의를 구현할 정책들을 집중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여기에 여성과 청년에 대한 혁명적인 정책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과 관련해선 “정부를 비판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책임을 물어 마땅한 사람이 정부에 넘친다. 그러나 그거(비판) 할 때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정부가 더 과감한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방향이 잘못되면 바꾸도록 강제할 때다. 경제 침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초당파적 대책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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