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단키트·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 차여경 시사저널e. 기자 (chacha@sisajournal-e.com)
  • 승인 2020.03.11 14:00
  • 호수 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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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즉시 진단 가능한 키트도 나와…백신 개발은 장기화 가능성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하루를 ‘26시간’처럼 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바이오 업계가 분주해졌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코로나19 진단키트나 백신, 치료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국 정부도 민간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2일(현지시간) 제약 기업들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달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긴급 예산을 확보해 코로나19 백신과 진단키트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산하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감염병 의료기기 연구협의체’를 지원하고, 중소벤처기업부는 감염병 퇴치에 기여하는 스타트업에 최대 1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그림자가 전 세계에 드리운 가운데 국내 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2월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시약 제조업체인 코젠바이오텍에서 진단시약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2월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시약 제조업체인 코젠바이오텍에서 진단시약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 빠르고 간편하게’…쏟아지는 진단키트들

한국은 바이러스 확진 환자를 가장 빨리 찾기로 유명하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지난달 코로나19를 쉽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진단시약과 검사기기를 포함한 ‘진단키트’ 4개를 긴급사용 승인했다. 긴급사용 승인은 진단시약이 필요한 감염병에 한해 질병관리본부장이 허가한 진단키트들을 일시적으로 판매 및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품을 심사하고 제조 및 사용을 허락한다.

제일 먼저 진단키트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기업은 코젠바이오텍이다. 코젠바이오텍의 진단키트인 ‘파워체크2019’를 사용할 경우 6시간 안에 유전자 분석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다. 질본은 씨젠 ‘올플렉스’, 솔젠트 ‘디아플렉스Q 노블’, SD바이오센서의 진단키트 등을 추가로 승인했다.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4개 업체가 한 주에 공급할 수 있는 진단키트는 총 1만4000여 개에 육박한다.

지금까지 승인받은 진단키트는 모두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이다.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검체를 채취해 유전자를 다량 복제한 뒤 바이러스를 찾아내는 분자진단법이다. 과거 진단방법보다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들이 개발한 진단키트는 4시간, 더 빠르게는 1시간30분 안에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출한다.

이 밖에도 진단키트 승인을 기다리는 기업이 많다. 바이오 기업 피씨엘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간편 진단키트를, 분자진단 업체 아람바이오시스템은 실시간 유전자 증폭장치를 이용해 50분 안에 코로나19를 진단하는 유전자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질본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 바이오 기업의 한 관계자는 “질본 긴급사용 승인 허가를 받은 4개 업체가 물량 공급을 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3월 중순에나 또 다른 승인 허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기능 싸움이다. 더 빠르게 유전자 항체를 진단하는 기능 좋은 키트들이 나온다면 허가 업체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는 일부 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 중국, 동남아시아로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출하량이 증가한 덕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우 독감바이러스 창궐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계절적 특성상 1분기 호흡기 진단시약 매출이 증가하고, 여기에 코로나19 진단시약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이 9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은 뚜렷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 제약사와 국책 연구기관들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분양받아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희소식도 들렸다. 한국화학연구원 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은 기존에 알려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중화항체가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 내에 침입할 때 활용하는 단백질이다. 다시 말해 사스와 메르스 항체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면역항체를 발견한 것이다.

 

감염병 치료제·백신 임상시험 기간만 10년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항바이러스제 30여 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시험 중이다.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는 아시아 지역에서 에볼라와 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중에는 이뮨메드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서울대학교병원과 함께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이뮨메드는 ‘HzVSFv13주’의 2상 임상시험을 위해 코로나19 환자 투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다른 바이오 기업 코미팜은 신약 물질의 코로나19 적용 확대를 위한 긴급임상 시험계획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카이노스메드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IPK)와 코로나19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단기간에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감염병 치료제나 백신의 경우 임상시험 기간이 보통 10년이다. 감염병의 경우 변종 바이러스가 많아 면역반응을 살피고, 감염에 더 강력한 단독 백신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성 문제도 있다. 2015년에 유행했던 메르스도 백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나라별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글로벌 제약사들도 최대한 1년 내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하지만 당장 (백신 개발이) 시급하더라도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받기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백신이 나오는 것은 힘들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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