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받지 않은 마스크 취약계층에 배부…거제시 “전량 회수”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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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연월일과 성분 분석 내용 미표기 마스크 6만장 배부
황사, 미세먼지, 감염원 예방 등 표시된 보건용 마스크 단속 대상
변광용 거제시장 "송구하다. 추후 품질기준에 적합한 제품 확보해 보급하겠다"

경남 거제시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 취약계층에 무상 배부한 마스크를 전량 회수·폐기하고 있다. 마스크 중 일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으로 밝혀진 뒤 내려진 후속 조치다. 이미 배부된 문제의 마스크는 6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거제시 관계자는 11일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내부 검토 결과, 일부 마스크가 정품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배부를 중단하고 정밀 검수를 결정했다"며 "아울러 이미 배부된 마스크를 전량 회수해 폐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생산에 분주한 마스크 공장. 이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
생산에 분주한 마스크 공장. 이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

거제시는 지난 6일 전자 수의계약으로 조달청 등록업체인 A사와 KF94 인증 마스크 15만장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편성된 예비비 5억원으로 65세 이상 고령자와 1~3급 이상 장애인, 보건소에 등록된 임산부 등 3만여 명에게 마스크를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거제시 관계자에 따르면, 거제시는 지난 8일 이 중 일부인 6만장을 업체로부터 공급받아 다음날 오전부터 이·통장들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1인당 2장씩 마스크를 전달했다.

거제시가 문제의 마스크를 회수하게 된 배경은 ‘정품 인증’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수령한 일부 시민들이 포장지가 다르거나 제조연월일과 성분 분석 내용이 표기돼 있지 않은 탓에 불량품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인증품과 비교해 필터 두께가 얇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마스크를 받은 시민 이아무개(67·거제 고현동)씨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순간 이상한 냄새가 나 두통과 함께 구토증세가 났다"고 불평했다.

거제지역 한 병원 의사는 "보건용 마스크는 추위로부터 얼굴을 보호하는 일반 마스크와 달리 미세입자를 걸러내는 성능이 있다. 때문에 의약외품 허가를 받은 제품인지, 입자 차단 성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마스크는 지난 8일 야간에 거제시에 납품됐다. 당시 공무원들은 다음날 출근과 동시에 마스크를 배부해야 했기 때문에 검수를 소홀했다고 알려졌다. 9일 이 마스크는 거제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고현동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에 전달돼 버렸다.

현재 정부는 KF인증 마스크의 가격폭리나 매점매석, 인증받지 못한 마스크를 인증 마스크라고 속여파는 행위 등을 단속하고 있다. 특히 이 마스크는 황사, 미세먼지, 감염원 예방 등 보건용 마스크의 성능을 표시하고 있어 정부의 단속 대상이 된다.

거제시는 배부된 마스크를 전량 회수해 폐기하고 불량품 유통 과정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경찰 수사와 별도로 납품 업체에 대해 상급 기관, 고문변호사의 자문을 거쳐 지방계약법에 따라 조처하기로 하고, 불량 마스크에 대한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코로나19 지역 확산으로 시민들의 불안함이 큰 시기에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함량 미달 제품이 배부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품질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확보해 빠른 시일 내 재보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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