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역사를 읽어야, 위기 속 기회도 보인다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5 11:00
  • 호수 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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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원 운용하던 ‘큰손’ 서준식의 《투자자의 인문학 서재》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이 흔들지 않은 곳은 없다.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으며, 그 수렁의 깊이를 예감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정설에 가깝다. 1997년 IMF 관리 체제에서 국내 우량 자산을 산 투자자나 2008년 금융위기의 저점에서 알짜 자산을 산 이들은 오랜 기간 큰 수익을 얻어냈다. 한 사안을 두고, 불안하게 인식하는 쪽과 미래를 통찰하는 사람들의 시야는 그래서 다르다.

올해 1월까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국내 운영 부분 총괄부사장(CIO)을 지낸 서준식 대표도 그런 인사이트 있는 시야를 가진 전문가로 꼽힌다. 국내 최고의 채권·금리 전문가로 알려졌고,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가치투자’ 전도사로도 유명하다. 그는 25년간의 펀드매니저 생활을 마무리하고, ‘연봉을 위한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로 살기 위해 노마드(유목민)가 되었다. 최근 《투자자의 인문학 서재》를 들고 나타난 그를 만나봤다.

《투자자의 인문학 서재》 서준식 지음│한스미디어 펴냄│372쪽│1만6800원 ⓒ조창완 제공
《투자자의 인문학 서재》 서준식 지음│한스미디어 펴냄│372쪽│1만6800원 ⓒ조창완 제공

투자의 고수는 어디서 답을 찾는가

이 책은 ‘투자의 고수는 무엇을 공부하며 어디에서 답을 찾는가’라는 기초적인 질문으로 시작한다.

“성공하는 재테크의 기본은 가치투자다. 오랜 기간 현업에서 일하면서 참고한 것이 워런 버핏식 ‘채권형 주식투자’를 전파하는 일이었다.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줄이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을 안내하는 역할이었다. 이번 책은 그 답을 돈의 역사, 경제사라는 관점에서 풀어본 것이다.”

그래서 책의 본론은 ‘펀드매니저의 눈으로 바라본 경제사’와 ‘3대 경제학 베스트셀러 읽기’ ‘가치를 알면 보이는 성공투자의 길’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중시하는 단어도 ‘경제사’라는 단어다. 특히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한다.

“신입 펀드매니저를 채용하는 면접에서도 금융 전문지식보다는 역사나 예술 장르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투자공식이나 통계 프로그램보다는 경제사나 경제철학 분야를 알리려 노력한다. 왜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지, 왜 주식투자는 장기투자가 필요한지를 인문 상식의 범주에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당연히 책의 내용도 인문적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생산이나 무기의 업그레이드 계기가 된 철기문명의 등장, 사제 간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식 차이와 그것이 끼친 서양 인문의 영향, 산업혁명, 프랑스 혁명 등이 경제사에 끼친 영향 전반을 차분하게 풀어준다. 저자는 2장에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마르크스의 《자본론》, 케인스의 《일반이론》을 통해 쉽게 경제사의 흐름을 풀어준다.

“제목으로는 익숙하지만 실제로 많은 이들이 숙독하지는 못한 책이다. 이 책은 국부의 증대를 실현하는 정부의 경제정책, 국부의 측정을 위한 경제지표의 이해와 한계점 등 거시경제 전반을 다루고 있다. 경제는 사용가치(효용), 교환가치(가격, 생산요소가치, 비용) 등을 통해 풀어낼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부분이 중요해졌다. 케인스가 이야기한 공공사업 정책과 근로복지 정책이 정부 재정정책의 두 축이다.”

저자는 책의 후반에 이런 위기와 기회가 한국, 일본 등 국가들에 준 영향을 분석해 준다. 아울러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자산 운용 등의 노하우를 설명한다.

“자신의 생각과 같은 것을 받아들이고, 아니면 배척하는 확증편향이나, 자신이 소유하면 더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소유효과 등 가치를 제대로 읽지 못하게 하는 위험요소는 다양하다. 투자자는 자신의 관점을 맹신하지 말고, 환율이나 금리처럼 바닥이 되는 부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가치투자자들은 통화를 평가할 때, 그것을 가치로 평가해 기준을 삼고, 가치보다 가격이 싸면 사고, 비싸면 매도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것이 위험을 줄여줬다.”

책의 후반은 채권이나 주식 등을 다뤘다. 그때 가장 강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가치투자다.

“가치투자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투자 대상의 가격이 가치에 비해 충분히 쌀 때 이를 매수한 후 가격이 가치와 적절한 수준이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투자방식이다. 사실 쑥과 마늘을 먹으며 오랜 시간을 버틴 우리 조상이 가치투자자의 원조 격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주식투자자들은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는 곰처럼 잘하면서 유독 주식투자는 호랑이처럼 하는 경향이 짙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채권성 주식’ 투자를 강조해 왔다. 채권성 주식은 미래의 가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주식이다. 이 때문에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자산은 절대 가치투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경기 사이클을 크게 타거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계속 대규모 설비투자나 연구개발이 필요한 회사는 미래 가치를 측정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에 채권성 주식이 될 수 없다. 가치투자자들이 아무리 훌륭한 주식이라도 게임주, 바이오 주식 등에는 투자하지 않고 큰 재미는 없지만 채권성 주식 성격이 강한 식품주, 필수소비재 주식에 많이 투자하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에 적절한 투자 방식은

그럼 코로나19 같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투자 방식은 무엇일까.

“어느 기업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잃을 수 있는 손실 가능성이 최대한 10으로 측정되는데, 그 회사의 주가가 30만큼 하락했다면 가치투자자들은 이 주식을 지금 적극 매수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시중금리 수준은 1%에 불과한데 이 사태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매년 꾸준히 투자금액의 10% 이상 이익을 내고 5%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주식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자본주의의 자연 치유력과 생존력을 믿는다면 보다 희망적이고 낙천적인 믿음을 가지고 투자에 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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