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당후사’…지금의 홍준표에게 부메랑 된 과거의 말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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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지방선거 때 '험지 차출', '선당후사' 등 비판…"부메랑 됐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의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홍 전 대표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홍 전 대표가 과거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험지 차출', '선당후사', '소리(小利)' 등을 역설하며 ’소신 발언‘을 쏟아냈지만 정작 자신의 21대 총선 행보는 이런 발언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자중자애 하라" "그동안 본인의 행동을 생각해보라"라는 촌평도 나왔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 ©연합뉴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 ©연합뉴스

"한 줌도 안 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도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은 이제 용납하지 않겠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 "선당후사 정신을 가르치도록 하겠다"

홍 전 대표는 2018년 3월 21일 당 대표 시절 일부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방선거 공천결과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당시 이주영·정우택·유기준·나경원 의원 등 반홍(反洪·반홍준표)계 중진들이 지방선거 공천도 인재영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공천이 이뤄진 곳도 사천(私薦)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한데 대한 격앙된 반응이었다.

당시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페이스북 하다가 막말 시비에 휘말리고, 당내 의원들과 싸움하며 사당화(私黨化) 논란으로 보낼 시간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2년의 세월이 흘렀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9일 경남 밀양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홍 전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서울 강북 등 험지에 출마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너무 늦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홍 전 대표는 "고향에서 경남의 한국당 선거를 돕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며 '수도권 험지 출마' 요청을 거부했다.

홍 전 대표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거듭된 험지 출마 요구에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출마하는 경남 양산을로 출마 지역을 옮겼다. 그러나 지난 5일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에 홍 전 대표는 12일 4·15 총선 때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경남 양산시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산을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겠다"며 이같이 밝히면서다.

이날 홍 전 대표는 "이번 공천은 기망에 의한 막천이고 상대를 이롭게 하는 이적(利敵) 공천" "이번 협잡에 의한 공천배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승복할 수 없다" "제가 양산에서 물러섰음에도 통합당 후보가 패배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당 지도부와 공천위원장의 책임"이란 발언을 쏟아냈다. 2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이었다.

통합당의 불편한 반응이 곧바로 터져 나왔다. 정상환 통합당 대구 수성을 예비후보는 “통합당을 중심으로 보수야권이 뭉치고 있는 상황에서 홍 전 대표는 당이 요구하는 험지출마를 거부하고 자신의 당선 가능성만 생각하는 구시대의 거물에 불과하다”며 “홍 전 대표는 국회의원, 도지사,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사람이다. 이런 경력을 가진 분이 서울의 험지 출마도 못할 정도로 담대함이 없다면 무엇을 한다는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영남 정치권에선 홍 전 대표의 이런 반응을 두고 정치인이 명분에 살고, 명분에 죽는 것 같지만, 겉으로 드러난 발언은 빙산의 일각일 뿐 수면 아래에는 진짜 이유가 잠복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정치 현실을 꼬집고 있다. 영남지역 한 정치 평론가는 "2년 전 선당후사를 강조했던 홍 전 대표의 발언이 부메랑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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