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열풍] “최연소 팬은 6살” 홍자·임영웅 팬카페 미니인터뷰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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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팬덤 이끄는 ‘홍자시대’와 ‘영웅시대’
스타와 ‘운명 공동체’…함께 공익활동 기획하기도

지난해 2~5월 방영된 TV조선 《미스트롯》은 가요계 분위기를 바꿔버렸다. 1년 후 《미스트롯》 시즌2인 《미스터트롯》과 MBC에브리원 《나는 트로트 가수다》, SBS 《트롯신이 떴다》, MBN 《트로트퀸》 등이 트로트 열풍에 더욱 불을 지폈다. 가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열풍을 이끈 숨은 주역은 뭐니 뭐니 해도 열광적인 팬들이다. 트로트 열풍 전후로 속속 만들어진 신흥 스타들의 팬카페는 대규모 조직과 십시일반 후원금을 통해 모은 예산, 체계적인 회칙 등을 바탕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과거 트로트 가수 팬클럽은 대부분 작은 규모에 활동도 활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트로트 광풍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일약 슈퍼스타로 떠오른 송가인(35), 홍자(36), 임영웅(29), 박서진(26), 영탁(38), 이찬원(25) 등 트로트 가수들은 현재 팬카페 회원 수가 적게는 1만여 명에서 많게는 5만5000여 명에 이른다. 장윤정(1만여 명), 홍진영(7200여 명), 남진(3800여 명), 박현빈(2600여 명) 등 기존 톱스타들을 압도하는 수치다. 팬카페 회원 수를 인기의 척도로 내세울 순 없어도 신흥 스타들이 엄청난 팬덤을 보유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트로트 팬덤을 이끄는 힘은 스타를 향한 순수한 사랑이다. 최근 어느 곳보다 뜨겁고 활발한 팬카페들을 만나봤다. 바로 《미스트롯》 출신 홍자와 《미스터트롯》 출신 임영웅의 팬카페다. 공교롭게도 두 팬카페의 이름은 각각 ‘홍자시대’, ‘영웅시대’로 비슷하다.

지난 1월12일 천안에서 열린 《미스트롯》 출연자 콘서트 직후 열린 홍자 데뷔 8주년 기념식 및 팬미팅 ⓒ 유튜브 채널 '오창철이 TV' 영상 캡처
지난 1월12일 《미스트롯》 출연자 천안 콘서트 직후 열린 홍자 데뷔 8주년 기념식 및 팬미팅 ⓒ 유튜브 채널 ‘오창철이 TV’ 영상 캡처

홍자시대 회장 “우리는 가족”

방송에서 다듬어지고 새로 만들어지기도 한 가수의 이미지, 스토리 등은 팬 결속력을 더욱 강하게 했다. 화제가 된 트로트 프로그램의 주요 출연자들은 데뷔 후 오랜 무명 시기를 겪은 사실을 털어놓은 바 있다. 자연스레 팬들 사이에는 ‘오랜 기간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 ‘이제라도 빛을 봐서 다행이다’ ‘앞으로 우리가 더 열심히 응원하겠다’는 정서가 짙게 깔렸다. 가수 역시 방송과 팬덤을 바탕으로 무명 생활을 벗어난 만큼 팬들과 ‘운명 공동체’를 이룬 모습이다. 

지난 1월12일 천안에서 열린 《미스트롯》 출연자 콘서트 직후 홍자 팬카페 ‘홍자시대’ 회원 100여 명은 홍자의 데뷔 8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팬들은 홍자 팬의 상징인 보라색 옷을 맞춰 입고 공연을 마친 홍자를 열렬하게 환영했다. 사회자가 “전체 차렷! 대장님(팬카페 회원들이 홍자를 지칭하는 표현)께 경례!”라고 외치자 자칭 ‘홍 일병’인 팬들은 “충성!” 구호를 외치며 홍자에게 경례했다. 이후 사회자의 “사랑해!” 선창과 회원들의 “영원히! 홍자만!” 후창이 세 차례 이어졌다. 꽃다발 전달식, 헌정 시 낭독식 등도 있었다. 홍자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렇게 열정적인 홍자시대의 리더(카페 아이디 '감성회장')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는 궂은일을 도맡으며 홍자와 팬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감성회장은 기자와 몇 차례 통화하고 홍자시대 회원들 의견까지 충실히 수렴한 다음 인터뷰에 응했다. 

홍자시대의 팬심, 열정, 활동력 등이 어느 팬클럽보다 두드러진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가족(홍자시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네이버 홍자시대 카페 회원 수가 1만 명에 이른다.

“회원 수가 많으면 좋지만, 참여도가 높은 게 더 중요하다. 함께 하다 보니 이제 팬들끼리도 서로의 안부가 궁금하다. 지금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홍자를 못 보고 있는데, 가수와 함께 팬들 역시 너무 보고싶다.”

홍자의 팬층이 넓은 만큼 성별, 연령대도 다양한 듯하다. 

“(팬카페 회원 구성을 보면) 50대가 40%, 60대 이상이 38% 정도를 차지한다. 50대 이하에서는 여성이, 60대 이상에선 남성이 많다. 이 밖에 10대부터 다양한 연령층이 존재한다. 30대 이하 팬들의 경우 처음엔 많지 않았다가 요즘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최연소 팬은 인형을 좋아하는 6살 여자아이다. ‘홍자 이모’ 준다고 인형을 꼭 두 개씩 사고 있다.” 

팬미팅을 보면 홍자에 대한 팬들의 애틋한 감정이 느껴진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홍자도 ‘우리는 화목한 홍자시대’라고 한다. 우린 가족이다. 홍자는 우리의 딸이고 조카이고 동생이며, 언니 또는 누나 같은 존재다.” 

홍자와 홍자시대 사이 소통도 어느 팬카페보다 긴밀히 이뤄지는 것 같다. 

“홍자는 홍자시대 카페를 통해 팬들과 소통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와 게시글 하나하나를 다 읽는다. 팬카페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홍자시대는 코로나19 관련 기부 등 공익활동에도 앞장서는 모습이다.  

“홍자가 무명 시절부터 봉사 활동을 많이 해왔다. 봉사단체에서 공연하거나 유기견 보호 활동을 했다. 쪽방촌에서 버스킹을 한 적도 있다. 그래서 우리 팬들도 홍자의 봉사 정신을 따르려고 많은 생각을 하곤 있는데, 항상 조금씩 늦는 것 같다. 홍자가 최근 인스타그램에 헌혈 독려 글을 올린 바 있다.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팬카페에서는 매달 천사무료급식소를 방문해 자원봉사하고 있다. 지난해 8월18일 홍자 신곡 발표 때는 쌀 기부행사도 진행했다. 홍자가 (봉사활동을) 팬카페의 다른 어떤 응원보다 좋아하더라. 공익활동 관련 의견은 회원들이 제시해주는 경우가 많다. 팬카페의 각 지역 대표들이 의견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다시 지역에 의견을 구한 뒤 진행한다.” 

홍자가 빛을 발하게 된 계기로 《미스트롯》 방송을 빼놓을 수 없다. 

“홍자는 노래를 통해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실력 있는 가수임에도 무명이 길었다. 오랜 기간 힘들게 버텨 왔지만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안고 있었다. 단단한 내공이 지켜보는 사람들을 뭉클하게 했다. 그래서 (팬으로서) 강한 척하는 이 여린 가수가 한 걸음씩 나아가는 길을 함께 하고 싶어졌다.” 

앞으로의 팬카페 활동 계획은. 

“당분간은 (홍자를 위한) 홍보가 먼저인 듯하다. 또 홍자가 봉사 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 하는데 앞으로 홍자시대에서 더 많은 곳을 찾아 봉사 활동을 하려고 논의 중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임영웅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
포털사이트 다음의 임영웅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

임영웅 ‘찐팬’ 오순희씨 “방송 후 팬 많아져 감사할 따름” 

임영웅은 올해 들어 가장 ‘핫’해진 트로트 가수다. 출중한 노래 실력과 더불어 힘든 시절을 딛고 이뤄낸 성공, 겸손한 자세 등으로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팬은 가수를 닮아가게 마련이다. 그의 팬들이 모인 ‘영웅시대’는 신흥 남자 트로트 스타 중 가장 많은 팬카페 회원 수(다음 팬카페, 3월13일 기준 3만7000여 명)를 자랑하지만, 철저히 ‘조용한 응원’을 추구한다. 보통의 팬카페와 다르게 대표자 외엔 따로 임원진을 두지도 않았다.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 뮤직의 대표이자 영웅시대 카페 운영자인 신정훈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정중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인터뷰는 임영웅의 오래된 팬과 나누는 게 좋을 듯합니다.” 임영웅 팬카페 운영자가 소개해준 ‘찐팬(진짜 팬)’ 중의 찐팬 오순희씨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오씨는 인터뷰 내내 “(임영웅이 잘 되어)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자신이 드러나기보다는 가수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언제부터 임영웅의 팬이었나.  

“팬카페가 2017년 5월쯤 생겼는데, 2018년 초부터 가입해 활동했다.”

팬클럽 내에서 직함을 가진 건 없나. 

“임영웅 팬카페는 대표(신정훈 대표) 외에는 직함이 없다. 운영진도 등급도 따로 없다. 누구나 똑같은 등급이다. 그래도 팬들끼리 너무 잘 지내고 있다. 오직 팬심으로만 똘똘 뭉쳤다.”

트로트 가수는 물론 다른 분야 연예인 팬클럽 중에서도 영웅시대의 활동력이 두드러진다. 

“감사할 따름이다. 정말 감사하다.”

임영웅 팬카페 회원들이 온라인은 물론 공연장, 팬미팅장 등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것으로 안다. 그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가장 큰 동력은 정(情)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배려하면서 스스로는 낮춘다. 인성 좋은 가수(임영웅)의 모습과 닮았다.”

공연장 등에 가면 다른 가수들 팬클럽도 많이 마주하게 되지 않나. 팬클럽별로 다른 점이 있나. 

“분위기가 저마다 다른 것 같다. 우리는 분위기가 조용하다. 묵묵히 가수를 응원하고 지원한다. 다른 팬클럽 회원들이 부러워 한다.”

굉장히 응원 규모가 크고 적극적·외향적인 팬클럽도 있다. 

“우리는 그런 분위기는 되도록 지양하자고 얘기한다. 다른 가수들의 팬들도 배려하자고 한다.”

영웅시대 팬카페 회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미스터트롯》 방송 이후 갑자기 크게 늘어서 놀랐다. 그 전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신진 트로트 가수 중엔 팬클럽 회원이 많은 편이었다.”

방송 이후로 팬이 급증해 오랜 팬으로서 서운한 건 없나. 

“전혀 없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던 임영웅이었는데, 이제 남녀노소가 좋아하니 정말 감사하다.”

평소 가수와 팬들간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정해진 방식은 없다. 공연장에서 또는 팬클럽에서 가수를 만난다. 팬이 된지 3년째이지만 가수의 전화번호를 모른다. 뒤에서 응원할 뿐이다. 팬의 역할을 넘어서는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어떻게 하면 가수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까' '준비한 플래카드가 어느 카메라에 잡힐까' 이런 것만 늘 고민한다.”

앞으로의 팬클럽 활동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임영웅이 지금처럼 잘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정이 넘치는 우리 영웅시대가 다른 팬클럽의 본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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