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트럼프 ‘올림픽 연기' 제안, 효력 있기는 한가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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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상 영향력 행사 불가능…단 흥행·수익 따지면 간과 힘들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연기를 제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그 배경이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이 올림픽 개최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게 규정상 가능할까.

마스크를 쓴 남성이 3월9일 오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홍보물이 설치된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의 한 사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속히 종료하지 않으면 올해 여름 올림픽 개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일본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 연합뉴스
마스크를 쓴 남성이 3월9일 오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홍보물이 설치된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의 한 사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속히 종료하지 않으면 올해 여름 올림픽 개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일본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 연합뉴스

 

결론부터 따지면 불가능하다. 올림픽과 관련된 방향을 결정할 권한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있다. 실무를 담당한 일본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IOC 입장에서 참고 사안이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일본 도쿄올림픽 담당장관도 “올림픽에 관한 최종 결정은 IOC가 내린다”면서 “IOC가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IOC는 국제법에 의한 비영리 독립기구다. 이 곳에서 미국은 101명 위원들의 출신국 중 한 곳에 불과하다. 물론 미국의 영향력이 미미하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101명 위원 가운데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15명으로 구성된 IOC 집행위원회(Executive Board)는 올림픽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 기구다. 이 집행위원 중 한 명이 미국 출신 아니타 데프란츠 IOC 부위원장이다. 

단 아니타 부위원장도 15표 중 1표를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IOC는 위원들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IOC 헌장은 “위원들은 정부나 조직, 단체 등으로부터 본인의 투표권이나 권리 행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지시나 명령을 수락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을 제외하고 현실적 측면을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림픽을 예정대로 강행했을 때, 미국이 안전을 이유로 선수단을 불참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는 올림픽 흥행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전통의 스포츠 강국인 미국이 올림픽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 때 미국은 금메달 46개로 1위를 차지했다. 

금전적 부분도 간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은 3월13일 칼럼을 통해 “IOC의 수익 대부분이 미국 방송국의 중계권료로 조달되고 있다”며 “실제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미국 NBC는 1100억 엔(약 1조2700억원)을 IOC에 내고 그 이상의 광고 수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또 “올림픽 주요 후원사도 미국의 대기업들이다. IOC가 미국의 입장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3월1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인적 생각이지만, 일본은 올림픽을 1년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는 것보다 (올림픽 연기가) 낫다”고 밝혔다. 일단 IOC는 올림픽 연기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IOC 관계자는 일본 NHK에 “개개인의 발언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7월 안전하게 올림픽이 열릴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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