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심장 파고든 ‘TK 노무현’ 김부겸의 운명은 [여론끝짱]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7 18: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권에서 대구·경북(TK)는 보수의 본진으로 불린다.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산업화의 상징적인 지역이다.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의 바람이 거세 영남권 쌍둥이인 부산·경남(PK)이 흔들릴 때에도 굳건히 보수 진영에 버팀목이 됐다.

이 철옹성을 무너뜨린 이가 있다. 바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얘기다. 김 의원은 2016년 대구 수성갑 전투에서 백병전으로 적을 무찔러 적진의 심장을 탈환했다. 대구에서 민주당 계열이 당선된 건 1985년 12대 총선 이후 31년 만이었다.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을 한 김 의원은 2012년 지역주의 타파를 걸고 맨몸으로 적진에 뛰어들었다. 예상대로 2012년 총선에서 패했다.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선 비록 졌지만 40.3%의 득표율로 가능성을 봤다. 그리고 2016년 대구의 역사를 쓴 인물이다. 그리고 2020년 지금, 다시 빨간 물결로 뒤덮인 ‘TK 심장’ 대구 수성갑에 다시 파란 깃발을 지키려 하고 있다.

보수의 아성을 지키던 미래통합당이 김 의원을 그대로 놔둘리 없었다. 안방을 되찾기 위해 '거물급' 4선 의원을 투입했다. 바로 옆동네인 수성을에서 4선을 한 주호영 통합당 의원이다. 주 의원을 이른바 김 의원을 무찌를 '자객'으로 보내 확실히 이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주 의원은 TK 물갈이 요구가 거셀 때도 살아남은 정책통이다. 그만큼 당내에서 입지도 단단하단 얘기다. 이번에 이길 경우 TK 지역 최다선으로 영향력 또한 급상승하게 된다.

최근의 분위기는 4년 전과 사뭇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율와 민주당 지지율이 대구 지역에서 4년 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민심의 동요가 김 의원 개인에 대한 지역 내 기대감과는 별개로 민주당에 악재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변수도 상당하다. 바로 이진훈 예비후보의 무소속 출마 여부다. 이 예비후보는 주 의원을 자객 공천한 데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박빙의 승부로 나왔다. 한국일보와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2~14일 대구 수성갑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의원 32.1%, 주 의원 37.3%였다. 두 후보가 오차범위(±4.4%포인트)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대구 수성갑은 현재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상황"이라며 "대구 수성갑은 젊은층과 노년층 가운데 누가 투표장에 더 많이 갈 것인가, 무소속 후보의 득표력 등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성을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