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대처하며 진화하는 대도시[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 2030]
  • 김현수 단국대 교수(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asm@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6 15:00
  • 호수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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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휩쓸고 국가 명운 바꿔온 감염병…새로운 도시계획과 관리법으로 극복해야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중국 등 동아시아를 휩쓴 바이러스는 이제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마침내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도시를 휩쓸고 국가의 명운을 바꿔온 감염병은 인류 역사 속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 중반 영국은 제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공장이었다. 빅토리아 1세 여왕의 재임 기간(1837~1901)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기억된다. 경제부국이자 군사강국, 그리고 기술산업의 선도국이었다. 식민지로부터 값싼 농산물이 수입되고 산업혁명을 선도했다. 새로 발명된 증기기관과 방적 기술은 도시 제조업을 번영케 했다. 런던의 인구는 1801~51년 사이 약 10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배가됐다. 30년 뒤인 1881년에는 런던의 인구가 다시 두 배 성장해 400만 명으로 껑충 뛰었고, 그 후 다시 250만 명이 더해져 1911년에는 650만 명에 달했다.

농업이 붕괴된 농촌의 농민들은 도시의 공장으로 빠르게 유입됐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유입된 값싼 노동력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했다. 도시로 몰려드는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적절한 주거환경을 갖추지 못한 점은 예정된 비극이었다. 상하수도 없이 주택만 수직으로 쌓여 올라가니, 지하수의 오염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철도가 연결돼 도시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부터다. 철도나 자동차가 도입되기 전인 19세기 초반부터 몰려드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주택의 고밀화가 유일한 선택이었다.

즉 외곽으로의 확산 없는 수직 고밀화, 상하수도 없는 열악한 위생환경, 일조와 채광 확보를 위한 건축 규제의 부재…. 이는 결국 대규모 감염병이라는 비극을 초래했다. 오염된 상수도로 1832년과 1848년, 그리고 1866년에 콜레라가 영국의 전 지역을 휩쓸게 된다. 당시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보여주는 지표가 평균수명이다. 영국 산업 대도시의 평균수명이 24세로 기록돼 있다. 같은 시기 조선의 평균수명은 40세로 알려져 있으니 당시의 세계 수도 런던의 비참함을 알 수 있지 않은가. 

3월17일 대구시 남구 한 공영주차장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내버스 내부 방역 작업이 실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3월17일 대구시 남구 한 공영주차장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내버스 내부 방역 작업이 실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도시 감염병 대처 위해 시작된 도시계획

젊은 의사 존 스노(Dr. Johs Snow)는 사망자들의 위치가 공교롭게도 몇몇 포인트로 집중되는 점을 유심히 살폈다. 현미경이 없던 시절 수인성 병원균인 콜레라의 존재를 알 수 없어 주술에 의존하던 비참한 상황이었다. 닥터 스노는 사망자가 집중되는 지점을 도면에 옮기고 대역병이 오염된 우물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즉 수인성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오염원을 인간으로부터 일정 거리 분리시키는 ‘계획기준(planning standard)’이 도입된 게 근대 도시계획의 효시(origins of modern town planning)다. 공중위생을 위한 주택과 화장실의 분리, 상하수도 건설, 일조와 채광 기준 등이 이때 도입됐다. 이처럼 도시계획은 대도시의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시작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최초의 도시계획 제도라 할 수 있는 공중위생법(Public Health Act 1848)이다.

인류가 ‘도시’라는 공간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감염병은 인류에게 고통을 줘왔다. 자연 상태의 동물을 사육하면서 인류는 새로운 질병에 직면하게 됐다. 많은 감염병은 동물에게서 시작돼 사람에게 전파되며, 대도시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빠르게 전파된다. 특히 인간 정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는 사육과 농경은 인류에게 더 큰 충격을 가져다준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과 함께, 한편으로는 의학기술 특히 21세기의 유전학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어왔다.

그러나 21세기에도 바이러스 감염병은 여전히 대도시를 질주하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자연환경 파괴와 야생동물과의 빈번한 접촉은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를 인간 생태계로 끌어들였다. 감염병은 한 사회 내에서 인구구조와 노동 조건, 정치적 역학관계를 바꿀 뿐만 아니라 지구적인 차원에서 문명의 형성·전파와 인간의 대규모 이주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대의 감염병은 여행, 항공기, 이주, 지역 간 식량 교환, 밀림 등 자연 파괴, 기후변화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만 과거에 비해 예방 시스템과 치료제가 발달해 희생자의 규모가 줄어들었을 뿐이다. 바이러스의 피해는 핵무기보다 더 엄청날 것이라는 빌 게이츠의 예언이 두렵다.

 

위생적 도시 관리 기법 필요성 커져

코로나바이러스의 빠른 감염 속도가 진정된 이후에도 ‘두려움’은 이어질 것이다. 대면접촉과 대규모 집회를 회피하고 온라인 미팅, 온라인 쇼핑에 의존하는 클라우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등장이 예상된다.

대학들은 3월 개강을 연기하고 온라인 강의 준비로 분주하다. 정부, 기업들도 만나지 않고 소통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온라인 미팅, SNS 활용, 재택근무를 확대해 가고 있다. 온라인 종교집회도 확산된다고 하니, 코로나바이러스가 새로운 문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법도 하다. 수년째 이어져온 유통산업의 쇠퇴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배달 음식과 택배물류 산업은 호황이지만 관광, 휴양, 극장, 공연 산업은 회복하기 어려운 불황 속에 있다.

발달하는 ICT 기술은 질병에 대한 관리 방법도 바꿔 나가고 있다. 국토부, 과기부, 질병관리본부는 스마트시티 기술을 활용해 확진자의 역학조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운용한다고 알려졌다. 이는 환자의 이동통신 정보와 신용카드 사용 정보를 토대로 이동 경로 등을 파악, 지도 위에서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19세기 중반 런던의 의사가 사망자의 위치를 지도 위에 표시하던 방식과 비교하면 도시 관리 수준도 기술 발전과 함께해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거리를 확보하는 일이 도시 관리에서도 강화될 것이다. 돼지열병의 예방을 위해서는 가축과 인간 정주지 간의 거리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와 같은 거대 도시와 고속교통망이 스마트한 바이러스에 매우 유리한 환경임을 유념해야 한다. 대도시가 제공하는 경제적 기회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것이나, 대도시 안에서 일정한 거리와 공간을 확보해 가는 새로운 계획 수법, 위생적 도시 관리의 기법이 도입돼야 한다.

티모시 C. 와인가드의 명저 《모기(mosquito)》는 인류의 역사를 감염병과의 투쟁이라는 시각으로 엮은 베스트셀러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에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류를 습격할 수 있다. 그러나 인류는 이에 대한 합리적인 처방을 만들어낼 것이다. 인류의 삶의 터전인 대도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구조로 진화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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