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에 ‘텃세’에…여전히 한숨 쉬는 청년 정치인들
  • 박성의·구민주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0 12:00
  • 호수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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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은 ‘험지 출마’ 권유…공천받으면 현역 의원·당직자가 사퇴 종용하기도

4·15 총선에 야심 차게 출사표를 던진 청년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렵게 공천을 받아도 현역 의원이 “무소속 출마 불사”로 어깃장을 놓거나, 지역 당직자들의 반발을 마주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당초 ‘적극 지원’을 약속했던 당 지도부도 중재에 나서기는커녕 뒷짐을 지기 일쑤여서, 일찌감치 기권을 선언하는 청년 정치인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퓨처메이커(Future Maker)’ 제도는 청년 후보의 반발을 부른 대표 사례다. 앞서 통합당 공천관리위는 수도권 표심을 공략하겠다며 경기 지역 8곳을 ‘청년 거점 지역구’로 선정하고 45세 미만 청년 후보들을 이곳에 파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년 후보들은 당이 그럴듯한 타이틀을 내걸고 청년들을 당선 가능성이 낮은 험지로 몰고 있다고 토로한다.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당이 ‘청년팔이 만행’을 벌이고 있다”

퓨처메이커로 선정된 김성용 전 자유한국당 송파병 당협위원장(33)은 당이 ‘청년팔이 만행’을 벌이고 있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김 전 당협위원장은 지난 15개월여 동안 자유한국당 송파병 당협위원장을 맡았지만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옛 안철수계이자 혁신통합추진위원으로 활동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단수공천하면서 사실상 낙천했다. 김 전 당협위원장은 3월15일 성명서를 내고 “당을 지켜온 청년과 원외 당협위원장을 무시하고 그들의 헌신을 헌신짝 버리듯이 무자비하게 짓밟은 공관위의 전횡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통합당의 ‘텃밭’인 서울 강남병도 청년 논란에 휩싸였다. 통합당은 강남병에 김미균 시지온 대표(34)를 전략공천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과거 김 대표가 SNS에 문재인 대통령에 호의적인 글을 남긴 게 화근이 됐다. 그러나 낡은 ‘색깔론’을 앞세워 청년 정치인을 낙마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청년 세대가 무슨 정치적 성향이 있나”라며 “이념의 정치는 끝났다. 지금 청년들은 정치 자체를 싫어한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서울 동대문을은 민주당이 지정한 청년전략공천지역이다.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37)과 의사 출신 김현지 중앙선대위 코로나19대책추진단 부단장(33)이 경선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역인 민병두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청년 경선의 의미가 퇴색됐다. 지역 연고도 없는 어린 청년 후보로는 민심을 얻기 어렵다는 게 민 의원의 출마 강행 입장이다.

민주당이 청년 인재로 영입해 의정부갑에 전략공천한 소방관 출신 오영환 후보(32)는 지역 당직자 반발에 부딪혔다. 지역위원장을 비롯한 당직자들은 지난 3월2일 “중앙당이 의정부갑 당원들을 배신하고 잘못된 결정을 했다”며 집단 사퇴했다. 여기에 ‘세습 정치’ 논란 끝에 출마를 포기했던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씨가 오 후보 공천에 반기를 들고 의정부갑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내부 청년그룹은 3월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영환 후보가 젊고 새롭다는 사실이 배척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힘없고 가진 것이 없다고 해 짓뭉개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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