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선제’ 어렵게 일궈냈는데...차기 총장 선출 놓고 학내 갈등
  • 안성모 기자 (asm@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6 10:00
  • 호수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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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 후 한 달…투표 절차와 후보 적격성 문제 제기돼

국립 경상대 차기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학내 갈등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이 직접 뽑는 직선제로 치러진 선거에서 투표 절차 및 반영 비율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1순위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일궈낸 총장 직선제의 취지가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1순위 후보자로 선출된 당사자는 “총장 선거 때마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무분별한 의혹을 제기하는 부끄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관련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국립 경상대 캠퍼스와 1순위 총장임용후보자로 선출된 권순기 교수 ⓒ연합뉴스
국립 경상대 캠퍼스와 1순위 총장임용후보자로 선출된 권순기 교수 ⓒ연합뉴스

4년 전 총장 부적격 판정 왜 받았나

경상대 총장임용추천위원회(총추위)는 2월19일 실시된 선거에서 권순기 나노·신소재공학부 교수가 1순위 총장임용후보자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국립대 총장의 경우 학내 선거를 통해 1순위와 2순위 후보자를 선출하고 연구윤리 검증을 거친 후 후보자를 교육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이어 교육부 장관이 후보자 적격 여부를 심의해 임용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을 하게 된다. 경상대 총추위는 현재 1순위 권순기 교수와 2순위 권진회 기계항공정보융합공학부 교수에 대한 연구윤리 검증을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내 구성원 간 투표 반영 비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이견이 표출됐다. 이번 선거는 ‘교수 100, 직원 18.6, 학생 4.1’ 반영 비율로 치러졌다. 직원협의회와 총학생회 측은 교수와 직원·학생 간 반영 비율의 차이가 너무 크다며 반발했다. 가령 교수 780명이 투표하면 780표가 되지만 1만5000여 명 학생의 투표권은 32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가 치러졌다며 절차상의 문제도 제기했다.

반면 교수회 측은 반영 비율이 지방 거점 국립대 총장 선거 평균 수준으로 합당하다고 반박했다. 선거 절차와 관련해서도 반영 비율을 놓고 여러 차례 협의를 진행했고, 공직선거법에 따라 진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관리·진행한 만큼 문제 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선관위가 내린 결정으로 최종 결론이 난 사안이라는 뜻이다.

1순위로 뽑힌 권순기 교수가 국립대 총장임용후보자로 적격하냐를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권 교수는 2012년 12월부터 4년간 경상대 총장을 이미 한 차례 지냈다. 2016년 총장 선출 과정에서도 1순위 후보자로 교육부에 추천됐다. 이번까지 합치면 3차례 연속으로 1순위 후보자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2016년에는 최종적으로 총장 임명을 받지 못했다. 당시 정부가 1순위가 아닌 2순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그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권 교수가 총장을 맡을 당시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정부가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선 총장 재임기간에 7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게 의심스럽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연구부정행위가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상대 A교수는 “대학총장은 교수라기보다 행정가라고 할 수 있는데 연구만 하는 교수도 4년 동안 그렇게 많은 논문을 쓰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총장 재임 시절 경상대학병원 이사장을 겸했는데 이때 받았던 수당이 문제가 돼 감사에 적발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총장 재임 시 발표된 논문은 서울대, 포항공대 등 다른 대학 교수연구실과 공동연구로 이뤄진 것들”이라며 “공동저자로 등재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연구윤리 위반이 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병원 이사장 겸임은 재임 이전에 이미 시행되던 제도였다”며 “임기 후반에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병원으로부터 통보받고 수당 지급을 중지하도록 제도 개선을 했다”고 해명했다.

2012년 총선 때 진주에 출마한 한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게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후보는 권 교수와 친분이 두터운 친구로 알려졌다. 하지만 권 교수는 “당시 선관위 질의를 거쳐 순수하게 개인 자격으로 (지지 발언을) 한 것이다”며 “(이와 관련해) 선관위나 다른 기관으로부터 감사나 제재를 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총장 임명은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시 많은 국립대에서 2순위가 임명됐고 1순위가 배제된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한 후 “박근혜 정부의 피해자로서 명예 회복을 위해 총장 후보로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들 고교 시절 논문 의혹…“교육부 문제 없다 판명”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고교생 제1저자 논문’과 관련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권 교수가 고교생을 제1저자로 한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권 교수의 아들이 고교 시절 어머니 김아무개 교수의 논문 2편에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을 두고 ‘부모 찬스’를 쓴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경상대 B교수는 “석·박사들도 SCI급 제1저자가 되기 힘들다”며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할 것”이라고 밝힌 후 “대학총장은 사회적으로 책임을 많이 지는 직책인데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더라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미성년자와 함께 발표한 논문이 3편인데 모두 과학고 영재반을 대상으로 한 R&E(연구교육) 프로그램의 성과로 발표된 논문”이라며 “참여 학생은 과학고 영재반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논문 기여 정도에 따라 학생들이 제1, 2, 3, 4 저자로 기재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제출한 R&E 신청서에 나와 있는데 최종적으로 SCI 논문 작성법을 지도해 논문을 게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아들 논문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2018년 교육부의 미성년 자녀 공저자 논문 조사에서 문제 없는 것으로 판명된 것으로 조사 당시 아들이 연구에 직접 참여한 증거들을 제출했다”며 “각자 수행한 연구 기여에 따라 저자 등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다른 학생이나 학부모, 연구원들로부터 문제 제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관련 의혹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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