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인터뷰] 고민정 “오세훈, 기득권 정치인 프레임 못 벗어나”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3 14:00
  • 호수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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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 광진을 르포] 고민정 민주당 후보
여론조사 우세 흐름에 캠프 분위기 고무
“늦게 뛰어든 만큼 매일 발목 부을 정도로 걷는다”

[편집자 주] 서울 광진을은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서울시장 출신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가 맞붙으면서 4·15 총선 최대 격전지이자 관심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인지도 높은 정치 신인과 보수진영 거물 간 혈투에 더욱 뜨거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두 후보의 지역 유세 현장을 밀착 동행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청와대 다닐 때 늘 첫차 보며 출근했는데, 오랜만에 다시 이 시간에 일어나보네요.” 3월19일 새벽 4시 서울 광진구 자양동 신흥운수 버스 차고지. 마스크와 장갑을 단단히 착용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후보가 첫차 출차를 앞둔 2222번 초록 버스에 올라섰다. 버스 손잡이마다 소독제를 뿌리고 닦던 고 후보는 자신이 유독 버스와 인연이 깊다고 말했다. “(출마 요구로 고민하던 때 캔커피를 건네줬던) 721번 버스 기사님과의 일화 영향인지, 유세를 다니다 보면 기사님들의 응원이 많이 전해진다. 최근엔 꼭 다시 뵙고 싶던 그 721번 기사님이 직접 캠프 사무소로 찾아오셨는데,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아주 반가웠다.”

경쟁 상대인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에 비해 지역 유세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고 후보는 매일 이른 아침부터 분 단위 일정을 소화한다. 이날도 지난밤 귀가 후 불과 5시간여 만에 다시 집을 나섰다. 보통은 오전 7시30분 출근길 인사로 시작해 매일 밤 9시 유튜브 라이브를 마치고 최종 점검회의를 한 후 하루를 마무리한다. “새벽 1시에 자서 오전 6시에 일어나는 패턴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다. 체력적으로는 아직 버틸 만하다. 오전 4시30분에 일어나야 했던 청와대 시절을 거치며 충분히 훈련이 된 것 같다.”

ⓒ시사저널 고성준
ⓒ시사저널 고성준

대중적 인지도 높아 청년에게 특히 인기

앞선 3월17일 오전 7시30분, 건대입구역 1번 출구 앞에 자리를 잡은 고 후보의 출근길 인사 현장을 동행했다. 1시간30분간 이어진 인사에는 캠프 관계자와 민주당 소속 광진구의원 등 4~5명도 함께했다. “안녕하십니까. 고민정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8시가 넘으며 출근하는 인파가 늘어나자 고 후보의 허리도 더 자주 굽었다. “진짜 고민정 후보 맞나” “얼굴 좀 보여 달라”는 주민들의 적잖은 요구에 이따금 마스크를 벗어 보이기도 했다.

이날 핫팩을 손에 쥐여주거나 셀카를 요청하는 등 직접 고 후보에게 지지를 표시한 주민은 대부분 20~30대 청년들이었다. 고 후보와 인사를 나눈 30대 지역주민은 “신선하고 TV에서 많이 봐서 친숙한 느낌도 있어 다가가기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많은 주민이 고 후보를 신기해하며 두 번 세 번씩 돌아보고 가신다. 특히 대학가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들로부터 인기가 있다”며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얼굴을 완전히 보이고 유세를 했으면 더 반응이 좋았을 텐데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게 우리로선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대면 유세가 제한적이어서 고 후보는 매일 밤 9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며 아쉬움을 메우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일 최대한 많이 걸어 다니며 인사를 드리려 한다. 매일 저녁 발목이 붓곤 한다. 그럼에도 만나지 못하는 주민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유튜브 라이브를 빼먹을 수가 없다.” 3월4일 개설한 유튜브 계정 ‘고민정tv’ 구독자는 약 2주 만에 5만5000명을 돌파했다.

3월17일 오전 건대입구역 앞 출근길 인사3월19일 새벽 차고지에서 버스 내부를 소독하는 모습
3월17일 오전 건대입구역 앞 출근길 인사, 3월19일 새벽 차고지에서 버스 내부를 소독하는 모습

주민 “신선하지만 정치 능력엔 아직 물음표”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 오세훈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면서 고 후보 캠프는 한층 고무된 분위기다. 고 후보는 축하를 보내는 동시에 “이럴 때일수록 더 긴장하고 조심하라”고 따끔하게 말해 주는 주민 또한 많다고 말한다. 최근 광진을이 서울 종로, 동작을과 함께 수도권 선거를 좌우할 삼각 벨트로 꼽히고 있는 만큼, 고 후보 역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한다.

경쟁자 오 후보에 대한 고 후보의 생각은 어떨까. “유세를 하며 두어 차례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선배님 고생 많으십니다’ 먼저 인사를 드리니 끄덕하며 화답하셨다. 끝까지 깨끗하게 경쟁하고 싶다”는 고 후보였지만, 오 후보에 대한 평가만큼은 냉정했다.

“오 후보께선 서울시장도 하셨고 여러 정책을 추진했지만, 가장 중요한 무상급식에 대해선 국민의 차가운 판단을 받기도 했다. 그 판단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본인이 가장 잘 아실 것이다. 경력을 내세우며 내게 ‘정치 신인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그야말로 ‘정치 기득권’이라 불리는 분들이 하는 말씀의 전형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국민이 정치로부터 멀어지는 건데, (오 후보가) 기득권 정치인으로서 여전히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 때마다 각 당에선 청년 정치를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그건 사람들에게 잠깐 인기 끌기 위해 했던 말인가. 청년 정치, 미래 정치를 말하면서 경력으로 평가하는 건 스스로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또한 고 후보는 “광진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일들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일선에 있는 구의원·시의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서울시청·정부 부처와 협의도 해야 한다”며 “오 후보가 이를 어떻게 해 나갈 건지 꼭 묻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지역주민들 역시 고 후보의 젊고 신선함, 원팀으로서 정부 부처 등과의 협력 가능성 등을 그의 경쟁력으로 꼽는다. 다만 ‘검증되지 않은 정치 능력’에 대해 여전히 물음표를 던진다.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만난 50대 지역 토박이 박아무개씨는 “젊고 얼굴도 유명하고 청와대에도 오래 있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변인 역할만 했기 때문에 자기 정치를 얼마나 잘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선 최대 관심 지역 중 한 곳이니만큼, 각 방송사에서 선거 당일 개표 생중계 준비를 위해 벌써부터 고 후보의 캠프 사무소를 드나들고 있다. 지지자들의 방문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3월18일 오후 시사저널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에도 사무소 내에 설치된 여섯 테이블 대부분이 방문객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중엔 고 후보에게 직접 쓴 응원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홀로 방문한 청년 주민도 있었다. 전날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초 MBC에서 ‘국민과의 대화’를 했을 때 질문을 했던 학생이 캠프 사무소 근처 학원 수업을 마치고 찾아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후보는 유세에 임하는 자세부터 국회 입성 후 가장 지키고픈 가치를 묻는 질문까지 모두 ‘소통’을 앞세웠다. 이는 그가 ‘정치 대부분을 배웠다’는 문 대통령의 최우선 가치이기도 하다 고 후보는 말한다. 그는 “그냥 행사니까 형식적으로 한마디 듣 한마디 해야지 하는 게 아니라, 무릎을 굽히 진심으로 듣고 얘기하는 자세를 3년간 바로 옆에서 배웠으니 그 점을 꼭 계속 지키려 한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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