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유가 쇼크, 퍼펙트 스톰을 불렀다 [코로나 극복 투자법]
  •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4 10:00
  • 호수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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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폭락, 美 정크본드 시장 패닉 불러와
美 기업 신용경색 땐 금융 시스템으로 위험 전이 우려

[편집자 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경제를 패닉으로 몰아넣고 있다. 또다시 공포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흔히 경제는 사람 몸에 비유된다. 기초체력이 튼튼한 사람일수록 코로나19 감염성이 낮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에 미국과 유럽 증시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그만큼 이들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가 ‘종양’이라면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는 돌연사 위험이 높은 ‘심근경색’과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위기 속에도 기회는 있다. 성공한 투자자들은 모두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았다. 워런 버핏과 함께 버크셔 해서웨이를 세운 버핏의 40년 지기 찰리 멍거는 “장기적으로 뛰어난 투자 성적을 얻으려면, 단기적으로 나쁜 성적을 견뎌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평생 파트너 버핏도 “우리는 비관론이 있을 때 투자하고자 한다. 우리가 비관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비관론 덕분에 주가가 싸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만든 ‘코로노미(코로나19와 이코노미 합성어) 쇼크’ 시대, 개인과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존법을 분석해 봤다.

ⓒ시시저널 임준선
ⓒ시시저널 임준선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은 물론 상품시장까지 일대 패닉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팬데믹·pandemic)이 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를 높이게 됐는지, 더 나아가 위기를 회피할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할 때다.

특히 위기의 양상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위기가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로 전이돼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겹친 초대형 경제위기)’ 속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태풍의 눈은 고요한 법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렵더라도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 쇼크의 진앙지를 찾아내야 한다. 

왜 코로나 경제 쇼크는 제일 먼저 국제 원유시장을 덮쳤을까. 유가 폭락은 왜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에 휩싸이게 할까. 주요국 증시와 환율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코로나 쇼크였을까, 유가 폭락이었을까. 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기업의 신용경색을 불러오고, 실적 악화 우려와 증시 폭락이라는 나비효과를 야기하는 걸까.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상품시장, 그 가운데에서도 원유시장이다. 연초 이란과 미국 사이의 갈등이 부각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2월말부터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급기야 배럴당 3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원유 가격이 급락한 데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준 것은 중국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3월17일 발표된 중국의 1~2월 산업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3.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중국 수요의 둔화가 원유 등 핵심 원자재의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자 원유 가격 하락 압력이 높아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되면, 원유 공급을 줄이면 될 일이다. 왜 산유국들은 국제유가의 폭락을 방기하고 또 심지어 유발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 속에 세계 증시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EPA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 속에 세계 증시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EPA 연합

‘퍼펙트 스톰’ 방아쇠 당긴 국제유가 폭락

주요 산유국이 감산에 실패한 이유는 미국의 셰일오일 기업 때문이다. ‘셰일’이란 오랜 세월 동안 진흙이 쌓여 이루어진 퇴적암층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석유는 지하의 고온·고압 환경에서 유기물이 풍부한 셰일 암석층에서 생성된 후 지표면 가까이로 점점 이동한 다음에 단단한 암석층 아래에 고이게 된다. 이른바 ‘배사(Anticline) 구조’라고 하는 특수한 지층에서 석유가 많이 생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중동, 그리고 카스피해 연안이다. 

그런데 미국의 석유기업들이 예전에는 석유를 뽑아내지 못하던 셰일 암석층에서 손쉽게, 그리고 이전보다 훨씬 싼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석유시장의 판도가 달라졌다. 셰일에 고여 있는 가스와 석유는 밀도가 무척 낮을 뿐 아니라 셰일 암석이 꽤 단단한 편이라 석유 생산에 장애 요인이 많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며 셰일 암석층에 있는 석유 및 가스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평시추와 수압 파쇄 기술이 개발되며 대량생산의 길이 열렸던 것이다. 수평시추와 수압 파쇄법은 이름 그대로, 석유와 가스가 밀집돼 있는 셰일 암석층을 수직으로 파 내려간 후에 여기서 다시 수평으로 시추 파이프를 뚫어낸다. 이후 물과 모래, 그리고 소량의 화학 약품을 섞은 혼합물을 강한 압력으로 쏘아내면 셰일에 고여 있던 가스와 석유가 빠져나오는 방식이다. 

기업 체감금리 급등, 실적 전망 악화로 이어져

중요한 것은 셰일오일의 생산단가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미국 셰일기업이 1배럴을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단가가 80달러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2010년대 접어들며 60달러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바로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 때문이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근로자들의 숙련 수준이 높아지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며 나날이 셰일오일의 생산단가가 떨어진 것이다. 이 영향으로 미국은 2020년을 전후해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사우디와 러시아 등 세계적인 산유국의 입장 차이가 부각됐다. 사우디는 감산을 통해 석유 가격의 하락 흐름을 막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러시아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미국의 셰일업체들을 꺾어놓자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산유국 간의 감산 합의 실패가 미국 회사채 시장, 특히 투기등급 회사채(이하 ‘정크본드’) 시장의 패닉을 유발한 데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 기업들은 은행보다는 회사채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왔다. 특히 셰일오일 생산기업을 비롯한 신생 분야 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은행의 대출심사를 피해 적극적으로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또한 글로벌 투자자들도 셰일오일 기업들이 발행한 정크본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제로 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고금리 채권에 대한 수요가 부각된 데다 미국 셰일오일 기업의 경쟁력이 나날이 개선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았던 시절은 이제 끝이 났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셰일오일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되는 가운데, 정크본드의 가산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산금리’란 비슷한 만기를 가지는 국채에 비해 정크본드가 얼마나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하는지 측정한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BBB등급 회사채의 가산금리는 2%를 밑돌고 있었지만, 지난 3월13일에는 가산금리가 5%의 벽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정크본드 가산금리의 상승은 비단 ‘투자 부적격 등급’ 기업들에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정크본드의 가산금리 상승은 투자 적격 등급, 예를 들어 BBB등급 기업이 발행한 채권 금리의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인다. 

회사채 금리의 상승세는 경제에 두 가지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첫 번째 문제는 바로 채권 만기 연장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운 없게 채권의 만기가 2020년 상반기에 도래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이자를 지불하는 것은 물론, 채권 만기 연장에 차질을 겪으며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릴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런 광경을 목격한 기업들 입장에서 최대한 투자를 자제하고 현금을 보유하려는 동기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 실적의 악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미국 기업 이익과 이자비용(전체 이익 대비)의 관계를 보면, 이자비용이 높아질 때마다 기업 실적이 악화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시기가 2008년으로 당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위기 속에 금리가 급등하고 이게 다시 기업 실적 악화로 연결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기업 실적의 악화 가능성은 주가 하락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고용 및 투자 감축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이처럼 ‘연쇄적인 위기’ 가능성이 높아질 때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단 가장 먼저 할 것은 금리를 인하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일이다. 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또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높아질 때 정책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이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화정책만으로는 ‘악순환’을 저지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왜냐하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기업들이 근로자들의 재택근무를 유도하고, 또 대중들이 쇼핑몰이나 백화점처럼 인파가 모이는 곳을 피하면 경제 전체의 활력이 둔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기업의 매출이 줄고 파트타임 근로자의 생계 문제가 부각될 때는 금리 인하 효과는 제약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의적절한 재정정책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저소득층 가계에 ‘푸드 쿠폰’을 지급하는 일부터 공공의료 시스템에 대대적인 인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일, 더 나아가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에 긴급 자금지원을 하는 일까지 재정이 투입될 곳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 시점까지는 호주 정도를 제외하고 대대적인 재정정책 시행을 단행한 선진국을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미국은 코로나 쇼크가 예상보다 심각하자 기준금리를 제로(0) 금리 수준으로 전격 인하했다. ⓒUPI 연합
미국은 코로나 쇼크가 예상보다 심각하자 기준금리를 제로(0) 금리 수준으로 전격 인하했다. ⓒUPI 연합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재정 풀어야

경기의 하강 위험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재정정책 시행이 지체되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 정부의 부채 규모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져 재정을 더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선거가 예정돼 있어 정치적 타협에 어려움을 겪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강력한 경기 하강’ 신호를 제시하는 만큼 선진국 주요 정당의 정치적 일정이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국채 금리가 0% 혹은 그 아래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대규모 재정정책이 불러올 재정 악화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도 저항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국가 부채의 절대 규모가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 주 안에 강력한 정책공조가 나타날 경우 급박한 경제위기 출현을 어느 정도는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월17일 미국의 므누신 재무장관이 “우리는 미국인에게 즉시 수표를 보내는 것을 살펴보고 있다”며 “앞으로 2주 이내에 수표를 제공할 방법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재정정책이 조속히 시행될 가능성이 커진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진전으로 보인다. 

물론 이 조치가 취해지더라도 2020년 상반기 대다수의 선진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시장 참가자들의 예상보다 더욱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선진국 수요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인 내수 부양 정책을 통해 급박한 경기 하강의 위험에 대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Summary

▶코로나19 팬데믹, 국제 원유시장에 직격탄

▶산유국 간 감산 합의 실패, 美 회사채 시장 패닉 가져와

▶회사채 금리 상승, 기업 실적 악화 및 주가 하락 유발

▶기업 매출 감소·소비심리 위축 시엔 금리 인하 효과 제한적

▶현 시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의적절한 재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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