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은퇴 설계 위한 부채 관리의 기술
  • 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2 08:00
  • 호수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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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전 부채 모두 상환 목표…큰 빚부터 상환한다는 생각 버려라”

은퇴하기 전 부채는 가급적 모두 상환한다는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좋다. 빚을 해결하지 못한 채 퇴직하면 고정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생활비로 써야 할 돈을 매월 은행 대출이자를 갚는 데 써야 하기 때문에 생활 수준의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은퇴를 앞두고 본인의 자산과 부채의 규모, 대출 금리, 상환기간 등을 점검하고 은퇴 전까지 부채를 어떻게 갚아 나갈지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돈 문제에 무척 긍정적이다. 긍정적으로 사는 것은 좋지만 돈에 관해, 특히 빚에 관해 긍정적으로 사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부동산, 주식이 오른다고 확신하며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익이 나고 안 나고는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영역이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오래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르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이는 빚의 속성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성공적인 은퇴 설계를 위해서는 철저한 부채 관리와 합리적 소비가 필요하다. 사진은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성공적인 은퇴 설계를 위해서는 철저한 부채 관리와 합리적 소비가 필요하다. 사진은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은퇴 전에 부채는 가급적 모두 상환해야

빚은 갚아야 할 시기와 금액이 반드시 정해져 있다. 관행적으로 빚 갚는 기간을 연장해 줄 뿐 원칙적으로는 약정기한 내에 갚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연장한다 해도 공짜가 아니다. 어차피 그에 맞는 비용, 즉 이자를 내야 한다. 빚을 내서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장기투자를 해도 된다는 공식이 성립하려면 빚 갚을 날도 내 마음대로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빚을 갚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많이 벌고 그것보다 적게 쓰면 되는 것이다. 수입을 늘리는 것보다 소비 줄이기가 훨씬 쉬우므로 덜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적게 쓰려면 저축을 먼저 하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하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돈 쓰기 참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돈은 쓰기 불편해야 덜 쓸 수 있다. 돈을 불편하게 쓰기 위해서는 카드가 아닌 현금을 쓰고 일주일 단위로 쓸 돈을 정해 놓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은퇴 설계를 위한 부채 관리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전체 부채 규모를 파악해 보는 게 출발이다. 자기 빚이 얼마인지 잘 알고 있을 것 같지만 여러 곳에서 부채를 얻은 사람들은 정확한 부채 규모를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채를 세분화해 하나하나 파악해야 한다. 여러 금융기관에 부채를 지고 있는 것을 다중채무라고 하는데 다중채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몰고 올 수 있다. 한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능하다면 한곳으로 몰고 최대한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게 관건이 될 수 있다. 한곳으로 몰기 어렵다면 부채를 하나하나 줄여 나가야 한다.

전체 부채 규모를 파악한 후에는 좋은 빚과 그렇지 않은 빚을 구분해 보는 것이 좋다. 만약, 빚으로 투자해 얻은 수익이 이자와 원금을 갚고도 남으면 좋은 빚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빚을 내서 투자했는데 수익이 생기지 않거나 수익이 이자보다 적다면 그 빚은 그렇지 못한 빚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좋은 빚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부동산이나 주식이 오르면 빌린 돈보다 큰돈을 벌어 빚을 갚을 수 있으니까 좋은 빚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시세차익은 정기적인 수입이 아니라 일시적인 수입이고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수익이 아니므로 시세차익을 노리고 빚을 내는 것은 아주 위험할 수 있다.

빚은 참 위험하다. 그래서 부채 관리의 기본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부채 관리에 있어 기본원칙이란 용도가 분명한지, 부채 금액은 적정한지, 상환계획은 구체적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전세자금, 주택 구입자금 등 그 용도가 명확한지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꼼꼼한 신용 관리를 통해 향후 대출 계획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용등급 평가에 이용되는 것은 현재 부채 수준, 신용 형태 정보, 신용 조회 정보, 상환 이력 정보 등이다. 대출의 규모가 클 경우 신용 관리만 제대로 하더라도 대출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신용 관리의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연체는 하지 말고 주거래은행을 통한 적금 등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다. 냉철한 가계부채 관리로 상환능력을 점검하고 효율적인 대출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은퇴 재무설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부채는 어떤 순서로 정리해 나가면 좋을까. 무조건 큰 빚부터 청산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 이자율이 높은 신용카드나 현금 대출부터 먼저 청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학교 학자금 대출 같은 것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두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교육과 관련한 대출의 이자는 더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상환을 통해 부채를 줄이는 데는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대출 규모가 작은 것, 상환기간이 짧은 것, 이자율이 높은 것부터 부채를 상환하는 것이 좋다.

부채 규모가 파악되고 상환 계획을 세웠다면 그다음은 효율적인 가계자산 관리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먼저 새는 비용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계획성 있는 소비를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체크카드보다는 현금을 사용해 지출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좋다. 가계부를 쓰는 것도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고객이 대출 계약서를 작성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 고객이 대출 계약서를 작성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학 학자금 대출 등은 상환 후순위에

빚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잘 쓰면 약이지만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과도한 부채는 맹독이나 다름없다. 퇴직을 앞두게 되면 빚은 줄이고 자기자본 비중을 높여야 한다. 철저한 부채 관리와 합리적 소비가 필요하다.

퇴직을 앞뒀음에도 빚이 과도하다면 ‘부채 다이어트’를 서두를 시점이다. 혹시 남의 눈을 의식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과도하게 교육비를 지출하고, 값비싼 옷을 사며 무리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면 이것은 옳지 않은 라이프 스타일이다. 이러다가는 결국 참담한 노후를 경험하게 될 수 있다. 은퇴 후 남의 시선이 아닌, 자신이 만족하는 삶을 계획하고, 그에 맞게 지출 계획을 세운다면 충분히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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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관리의 기술 Tip5

■ 부채를 세분화해 정확한 부채 규모를 파악하는 게 시작

■ 용도가 분명한지, 금액은 적정한지, 상환 계획은 구체적인지 따져라

■ 대출 규모가 작은 것, 상환기간이 짧은 것, 이자율이 높은 것부터 상환

■ 바로 상환 어렵다면 꼼꼼한 신용 관리를 통해 향후 대출 계획에 대비하라

■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체크카드보다 현금 사용해 지출 규모 파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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