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면 속 아이들 건강 지키기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1 16:00
  • 호수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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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증상자 이송 체계 구축하고 개인위생 교육해야

코로나19 확산의 여파가 유치원과 학교의 학사 일정에까지 미치고 있다. 3월2일로 예정됐던 개학이 3차례나 연기돼 4월6일로 미루어졌다. 국내 19세 이하 확진자는 3월18일 0시 기준으로 525명이고 이 중 0~9세가 87명, 10~19세가 438명이다. 이 연령대의 사망자는 1명도 없다. 또 최근 어린이 확진자 자료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감염률이 낮으며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경미하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어린이는 기침, 인후통, 발열 등 증상이 있기는 했으나 폐렴이 확인된 경우는 드물었다.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쓰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 어린이에게 코로나19가 덜 걸리고 경증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스나 메르스 유행 때도 유사했다. 사스는 8000명 이상이 감염돼 774명이 사망했지만 확진자 중 18세 미만은 5%도 되지 않았다. 어린이는 사스나 메르스에 감염돼도 증상이 경미했고 사망한 사례도 드물었다. 홍역이나 수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홍역과 수두는 어릴 때 걸리면 가볍게 지나가고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성인이 감염될 경우 더 심하게 앓고 합병증인 폐렴이 생겨 입원 치료를 받거나 사망할 위험이 훨씬 더 높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어린이가 잘 걸리지 않는 이유

코로나19가 성인보다 아이들에게 가볍게 지나가는 이유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어린이와 성인의 면역반응 차이 때문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어린이는 선천성 면역이 있어 성인에 비해 침입한 코로나19를 잘 이겨내는 것이라는 추측이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호흡기가 더 건강하고 기저질환도 거의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문제는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어린이 확진자가 코로나19를 전파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코로나19 진단은 비인두나 구인두 도말 검사나 가래 검사에서 바이러스 증식을 확인하므로 전염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어린이는 친구, 이웃, 가족과 밀접 접촉이 많은 특성이 있으므로 감염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이유로 초·중·고 개학 시기 결정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자칫 학교 안에서의 코로나19 전파가 가정을 통해 지역사회 전파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개학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학교 내 의심 증상자 발생 시 이송 체계를 구축하고 보건교사가 학생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직 보건교사가 없는 학교는 보건 인턴교사나 간호사를 배치해야 한다.

또 호흡기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학생은 등교시키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출석 인정을 해야 하며 기저질환이 있는 교직원도 학교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의 기준을 마련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예방해야 한다. 세면대, 문 손잡이, 난간, 책상 등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곳을 1일 1회 이상 소독하고 휴식시간에 환기를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 대상 개인위생 교육이다. 이번 기회에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쓰며 밀착 접촉을 피하도록 하는 교육을 철저히 한다면 개인위생 습관을 가진 성인으로 자라 향후 찾아올 감염병 유행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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