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유지가 조합 땅?”…광주 광산구 ‘황당 행정’
  • 호남취재본부 조현중 기자 (sisa612@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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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의 본량커뮤니티센타 건립, 석연찮은 행정 논란
조합 부지에 지어야 할 건축물, 개인 땅에 버젓이 건립

광주 광산구가 본량동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사업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보조금 사업이 주민제안 사업계획서대로 이행하지 않은 탓에 원래의 사업 골격이 확 뒤틀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들어서야 할 마을협동조합 땅이 아닌 개인 사유지에 건물을 짓고, 운영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역사회에선 숱한 의혹을 초래한 광산구의 황당 행정을 두고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며 설왕설래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 본량동 복합커뮤니센터 ⓒ시사저널 조현중
광주 광산구 본량동 복합커뮤니센터 ⓒ시사저널 조현중

사업계획서 팽개친 행정, 의도일까 실수일까…개인만 배불렸다?

24일 광산구에 따르면 구는 남산동 763-18번지 부지에 국비 3억6000만원과 지방비 4000만원, 득별교부금 7000만원 등 총 사업비 4억 7000만원을 들여 연면적 249.61㎡에 지상 2층 규모의 커뮤니티센터를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사업계획대로라면 이 센터 1층에는 지역의 농산물 상설판매 공간인 동네빵집, 2층은 영화 상영과 피아노 연주 등 문화교육 공간인 다용도 회의실, 3층은 마을 공부방을 갖추기로 돼 있다. 

당초 본량동 커뮤니티센터 건립이 추진된 배경은 이렇다. 국토교통부는 국비를 투입해 개발제한구역 내 주민지원 사업에 나섰다. 개발제한구역 설정으로 불이익을 받아온 주민들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소규모 고효율 공동체 재생사업으로 주민주도 자치공간 확보는 물론 주민 소득증대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본량동 주민들은 이 같은 국토부 방침에 따라 지난 2016년 3월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계획’을 광산구에 제출했다. 이 주민제안 사업계획서에는 마을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지역주민(조합 측)이 사업 부지를 매입하고, 광산구가 시설을 건립해서 주민협의체가 프로그램 운영을 맡으며 공동판매사업 등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마을 장학사업 등을 운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진 석연찮은 행정…‘불거진 의혹’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광산구의 몇 가지 석연찮은 업무 처리가 도마에 올랐다. 주민들은 우선 사업 핵심 부분부터 애초 주민제안 사업계획서와 다르게 추진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주민들은 광산구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마을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지역주민, 즉 조합이 매입한 부지에 광산구가 국비와 지방비를 투입해 커뮤니티센터를 짓기로 돼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소수의 주민이 커뮤니티를 사유화하거나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협동조합의 합유관계는 사유나 공유관계에 비해 권리행사가 훨씬 까다롭다. 그러나 사업계획서와는 달리 마을협동조합이 구성되지 않았음에도 사업 중단은커녕 건축물은 엉뚱하게도 개인 A씨 소유 토지에 건립된 것으로 등기부 등에서 확인됐다. 

사업추진이 이처럼 첫 단추부터 잘못 꿰이면서 줄줄이 꼬였다. 의혹도 덩달아 불거졌다. 그중 하나가 조합이 아닌 개인 A씨가 당초 건립 예정 부지 매입에 실패하고, 대안으로 현재의 부지인 답(畓)을 매입하자 대지로 용도변경까지 해준 점이다. 이를 두고 세간에선 특정인 또는 특정인들에게 ‘핀셋 밀어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보다 진전된 풍문도 돌고 있다. 신분 노출을 꺼려하는 지역 유력자 등이 포함된 복수의 인사들이 보조금으로 건립된 커뮤니티센터를 사실상 ‘그들만의 공간’으로 장악하기 위해 A씨를 대신 내세웠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광산구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이 토지매입비를 모아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소유자가 빨리 매매를 원해서 일단 공동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로 계약한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또 이 관계자는 “마을 주민인 A씨가 매입한 땅에 건축물을 세웠기 때문에 사업계획서 이행에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광산구 관계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시각으로만 봐도 선뜻 이해되지 않은 부분은 남는다. 설령 A씨뿐만 아니라 다수의 주민들이 공동으로 부지를 매입했다하더라도 광산구가 이들의 토지를 설립도 되지 않은 조합 땅으로 간주하는 것은 수긍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광산구는 보조금 교부의 전제에 해당하는 협동조합 설립 여부에 대한 시사저널의 질의에 대해 “설립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는 광주 광산구 본량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시사저널 조현중
3월 17일 오후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는 광주 광산구 본량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시사저널 조현중

커뮤니티센터 건립으로 이득 얻는 사람은 누구?

석연찮은 행정은 이뿐만 아니다. 광산구는 A씨 토지 위에 5억여원의 혈세를 들여 건축물을 건립하면서 당사자간 별도 계약도 하지 않은 채 사용 승인서만 받고 건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례가 드문 사례여서 토지주나 광산구 모두에게 의혹의 시선이 쏠리는 대목이다. 이를 빌미로 추후 건물을 헐값으로 넘겨주고 받기위해 서로 ‘의도된 실수’를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외에도 토지주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어서 후유증도 예상된다. 만약 A씨가 권리 행사를 통해 건물 철거를 요구하거나 일반인 출입을 제한할 경우 분쟁으로 이어져 커뮤니티센터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소지도 있다. 일부 주민들은 지금도 토지주 A씨의 눈치가 보여 공공시설임에도 접근이 어렵다며 주민주도 자치공간 확보라는 사업취지가 사실상 퇴색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건물 준공 직후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여겨지는 주민과 다른 주민들 사이에 시설 이용을 두고 적잖은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복투자도 논란거리다. 이 커뮤니티센터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옛 본량중학교 폐교 건물에는 농산물 상설판매장과 찻집, 마을공부방 등을 갖춘 유사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에 대해 광산구 관계자는 “사업을 지원한 정부 부처가 교육부와 국토부로 제각각 달라서 별도로 추진했다”고 했다. 정부로부터 사업을 가져오는 실적에 중점을 둔 나머지 중복 투자 여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커뮤니티센터 운영도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광산구는 본량마을 공동체 네트워크라는 비영리단체가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달랐다. 커뮤니티센터는 준공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출입문이 굳게 닫힌 채 논바닥 한가운데 덩그러니 건물만 서 있을 뿐 당초 목적대로 운영된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사업주체인 마을협동조합조차 구성되지 않으면서 운영 체제와 프로그램 선정 등이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는 본량동주민센터가 임시방편으로 광산구청으로부터 건물을 떠안아 단순 관리 업무만 맡고 있다. 광산구는 향후 어떤 콘텐츠를 집어넣어 운영할지 ‘고민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쯤 되니 커뮤니티센터 건립으로 이득을 얻는 이해당사자가 있는지 세간의 궁금증을 낳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건물’을 지었는지, 지금은 누구의 ‘삶의 질’을 향상하겠다고 하는 건지 이미 많은 이곳 사람들은 이 현실을 눈치 챈 듯했다. ‘보이지 않는 손’의 뜻대로 움직여야 하는 광산구 공무원들이 안타깝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광산구 주민 이 아무개(54)씨는 “정부가 2200여명에 달하는 수혜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이 사업에 보조금을 준 취지에 비춰볼 때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씨는 이어 “국비를 가져와 지역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싶어 꾹 참고 있었지만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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