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1) 스타일쉐어] ‘스쉐러’의 시대, 스타일을 발견하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1 10:00
  • 호수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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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넘어 ‘스쉐라이브’까지…스타일 플랫폼 스타일쉐어의 도전기

오늘 입은 옷을 사진 찍어 올린다. 그 옷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한다. 10대들의 ‘패션 놀이터’다. ‘ㅈㅂㅈㅇ(정보좀요)’ ‘ㄷㅇㄱㅇ(담아가요)’라는 말들로 공유와 교류 문화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스쉐러’들이 생겨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패션 정보를 묻고 답하던 놀이터는 시대에 맞춰 진화했다. 정보 공유에 그치지 않고 상품을 판매하는 커머스로 거듭났다. 2016년 커머스 기능을 도입한 후로는 Z세대의 주요 패션 플랫폼이 됐다. 15~25세 여성 중 62%의 휴대폰에 이 앱이 깔려 있다. 말 그대로 스타일을 공유하는 이 패션 커머스, '스타일쉐어’다.

스타일쉐어라는 기업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Z세대에게 인기 있는 패션 커머스여서가 아니다. 성장과 변화,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스타일쉐어는 4년 연속 연평균 225% 성장을 이뤘고, 온라인 셀렉트숍 29CM를 인수하면서 10대 여성에 그쳤던 타깃층을 20대 이상으로 넓혔다. 지난해 기준 연 거래액은 2000억원을 달성했다. 구매 전환율은 19%를 넘는다. 일반 온라인몰의 구매 전환율이 4~5%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하루 페이지 뷰는 300만을 넘고, 하루 평균 1만 개가 넘는 스쉐러(스타일쉐어 이용자)들의 콘텐츠가 업로드된다. 스타일쉐어는 이제 차세대 유니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성장성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이 선정한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됐다.

ⓒ스타일쉐어 제공
ⓒ스타일쉐어 제공

라이브 커머스 도입…이용자와 실시간 소통

이렇게 콘텐츠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 패션 커머스가 이 와중에 또 하나의 시도를 했다. 비디오 커머스의 도입이다. 고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비디오 커머스 채널 ‘스쉐라이브’가 그것이다. 브랜드와 크리에이터가 협업해 생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다. 이용자들은 생방송을 시청하는 도중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결제를 진행하거나 다른 상품을 탐색할 때도, 라이브 영상은 화면 하단에서 계속 재생된다. 수동적으로 방송을 보고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 기존의 홈쇼핑 채널 방식이었다면, 라이브 커머스는 이용자가 채널에 참여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용자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면서 채팅에 참여한다. 궁금한 점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고, 제품에 대한 정보도 추가로 요청할 수 있다.

이미 자회사인 29CM는 쇼퍼블 비디오(shoppable video) 29TV를 출시한 바 있다. 29TV는 29초의 짧고 감각적인 영상을 통해 브랜드를 발견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비디오 커머스 채널이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호흡에 맞춘 숏폼(short-form·짧은 단위로 소비되는 영상 형식)과 반복 재생 효과로 오락적 재미를 높이고, 시청 중 원하는 상품을 바로 결제할 수 있게끔 했다는 점에서 스쉐라이브와 비슷하다. 

그러나 스타일쉐어는 여기에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을 더했다. 74만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샌드박스 소속 연두콩을 비롯해 유튜버 미니월드, 애프터스쿨 출신 레이나 등 메가 크리에이터를 영입했다. 45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밤비걸은 격주로 ‘밤비걸의 동대문 라이브' 코너 진행자로 나섰고, 64만 구독자를 보유한 도진도 라이브에 참여해 봄 시즌 코디 팁을 이용자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와 크리에이터를 융합한 이유는 무엇일까. 스타일쉐어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용자들이 소비하는 콘텐츠의 포맷이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동영상과 라이브까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일쉐어는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콘텐츠에 적합한 크리에이터들을 섭외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확장해 가고 있다. 라이브를 진행하는 크리에이터, 가격과 구성이 잘 기획된 상품, 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 포맷이라는 3요소를 중시하는 것이다. ‘완판’이라는 이름으로 결과물은 입증됐다. 

올해 초 연두콩X키르시 방송은 ‘좋아요’ 16만 개를 기록하며 준비한 의류 수량을 완판시켰다. 지난해 9월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와 크리에이터 민규의 라이브 스페셜 에디션은 10분 만에 300세트가 완판됐고, 11월 FCMM·엘레쎄·키르시 30분 특가 방송 역시 완판 신화를 쓰며 순식간에 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타일쉐어는 유튜버 도진, 밤비걸 등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패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스타일쉐어는 유튜버 도진, 밤비걸 등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패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VC로부터 꾸준히 투자 유치…누적 투자 유치금액 550억

최근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스타일쉐어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포부를 갖고 있다. 특히 모바일 라이브로만 할 수 있는 쇼퍼블 콘텐츠의 포맷을 만드는 것이 스타일쉐어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미 모바일 시장의 비중은 점점 커지면서 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의 ‘2020년 패션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약 130조원에 이르는 온라인 시장에서 모바일의 비중은 60%를 돌파했다. 게다가 스트리밍 플랫폼의 영향력은 점점 확대되고, 크리에이터의 영향력도 커지는 추세다. 개인 채널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크리에이터가 늘어나는 것 역시, 광고보다 커머스의 영역으로 크리에이터들의 관심사가 옮겨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스타일쉐어는 벤처캐피털(VC)로부터 꾸준히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이미 유니콘 반열에 오른 무신사의 뒤를 이을 것이란 전망도 이들로부터 나왔다. 스타일쉐어는 최근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국내 VC로부터 250억원을 투자받았다. 프리미어파트너스, SBI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 등이 새롭게 참여했고, 기존 투자사인 KTB네트워크,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LB인베스트먼트 등도 추가 투자를 진행했다. 누적 투자 유치금액은 550억원에 이른다. 스타일쉐어는 투자금을 비디오 라이브를 비롯한 콘텐츠 개발 전반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같은 VC의 투자가 이뤄진 것은 사업 모델 확장과 M&A를 통한 성장을 거듭해 온 덕이기도 하지만, 특히 10대 여성 고객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패션 커머스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VC가 소비시장에서의 10대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10대 여성 이용자를 고정적으로 확보한 스타일쉐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실제로 스타일쉐어는 주문 내역을 현금으로 결제할 수 있는 편의점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10대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들을 확장해 왔다. 엑소, 위너 등 아이돌 그룹과 협업해 굿즈를 내놓은 행사도 그 일환이었다.

 

20대 이상, 남성 소비자도 공략한다

이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일쉐어는 ‘10대 여성들의 놀이터’에 국한되려 하지 않는다. 2019년 하반기부터 20대 이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실제 스타일쉐어 이용자 60% 이상이 20대다. 남성 이용자 비율은 13%까지 올랐다. 20대 이용자 증가에 발맞춰, 다양한 연령대가 찾아올 수 있는 플랫폼 확장에도 나섰다. 10대 여성 위주였던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고객 연령층과 취향에 맞는 맞춤형 스타일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 단일 채널이었던 스타일쉐어의 ‘인기 피드’를 ‘10대 여성’ ‘20대 여성’ ‘남성’의 세 가지 피드로 구분하고, 스타일 콘텐츠는 물론 상품, 할인 정보, 키워드 등 최적화된 정보를 받아볼 수 있게 개편했다.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는 “20대와 남성 사용자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정보를 골라 보고 싶다는 수요가 높아져 맞춤형 피드를 추가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스타일쉐어가 모든 연령과 성별을 아울러 누구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취향 탐색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타일 공모전 ‘#너다움을응원해’ 개최 역시 고객 연령층 확장 계획에 따른 것이다. 사회 통념적인 ‘미(美)’의 기준에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고유한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 스타일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용자 폭을 늘리기 위해 공모전 참여 연령대를 20대 이상으로 넓혔다. 스타일쉐어는 이용자 콘텐츠가 핵심이니만큼, 공모전에서 유저플루언서(user+influencer)를 발굴해 마케팅 활용도를 높이고 이용자의 성장도 지원하는 공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10대 유저 중에는 스타일쉐어를 기반으로 성장해 유튜브 진출 등 활동 영역을 넓힌 사례가 나오고 있다. 스타일쉐어 서포터즈인 써클 활동을 했던 ‘보윤’은 유튜브 채널을 오픈해 운영 중이고, ‘pinkish_hyewon’은 고등학생의 나이로 가방 브랜드 체리콘을 창업했다. 이 브랜드는 스타일쉐어에 입점했다. 스타일쉐어 이용자였다가 사용자 모델로 나선 ‘솔님’도 있다. ‘#너다움을응원해’ 시즌1·2는 1만 건 이상의 참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시즌1 개최 전후로 스타일쉐어 앱 내 20대 이상 이용자의 스타일 업로드 수는 20% 이상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내로 시즌3가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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