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한국판 양적완화’ 실시…무제한 돈 푼다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20.03.2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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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3개월간 주 1회 한도 없이 RP 매입해 ‘한국판 양적완화’ 실시
7월 이후에는 상황 봐서 연장 여부 결정키로

한국은행이 오는 4월부터 금융기관를 대상으로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선다. 석 달간 제한 없이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다. 매주 1회 환매조건부채권(RP)를 한도 없이 매입하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동원되지 않았던 수단으로, 역대 최초 시행하는 사실상 '한국판 양적완화'라 할 수 있다.

한은은 3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4월부터 6월까지 일정 금리 수준 아래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는 주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를 도입하고, 공개 시장 운영 대상 기관 증권을 확대하는 내용 등의 '공개시장운영규정과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고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월30일 오전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하기로 한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연합뉴스

개정안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4월부터 6월 말까지 매주 1회 정례적으로 전액 공급 방식의 RP(91일 만기) 매입에 나서게 된다. 시장 유동성 수요 전액을 무제한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일부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조달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러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로금리 수준까지 간 다음에 더 이상 금리정책 여력이 없어 국채나 MBS 등을 매입하는 방식의 선진국 중앙은행 양적완화와는 다르지만, 시장 수요에 맞춰 전액을 공급하는 점에 있어서는 꼭 양적완화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시중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지면 RP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한다. 한도를 정하지 않고 RP 매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리는 기준금리(0.75%)에 0.1%포인트를 가산한 0.85%를 상한선으로 설정한다. 입찰 시 모집금리를 공고할 예정이다. 첫 입찰일은 4월2일(목요일)이다. 이후부터는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된다. 한은은 "한시적으로 운영한 이후에는 그동안의 입찰 결과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공개 시장 운영 대상 기관에 통화안정증권·증권단수매매 대상 7곳, 국고채 전문 딜러 4곳 등 증권사 11곳을 추가했다. 신한금융투자, 현대차증권, KB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DB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그에 해당한다. 기존에는 은행 16곳, 증권사 5곳으로 한정됐으나 대폭 늘렸다.

RP 매매 대상 증권에도 8개 공공기관의 특수채를 추가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자원공사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채권 등이다. 대출 적격 담보증권에도 동일한 공공기관 특수채와 은행채를 추가했다.

유효 기간은 RP 매매와 대출담보 대상 증권의 경우 다음달 1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1년간이다. RP매매 대상 기관의 경우에는 다음달 1일부터 4개월간이다.

한은은 100조 규모의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도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도록 할 방침이다. 공급 규모는 절반 수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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