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임 로비 의혹' 향군, 노조에 5억원 주며 “상조회 매각, 문제 삼지 말라”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7 11:45
  • 호수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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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군 복지위 관계자 “상조회 매각, 절차대로 했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
향군정상화추진위 “짜고 친 고스톱... 김진호 향군 회장 고발할 것”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 상조회 매각 과정에서 라임자산운용펀드 관련자들의 전방위 로비 정황이 나온 가운데, 향군 수뇌부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상조회 매각을 심의한 향군 복지사업심의위원회(복심위) 관계자는 “향군이 절차를 무시한 채 매각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향군은 상조회 노동조합에 5억원을 주며 ‘순수한 위로금’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상조회 매각과 관련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이면 합의서를 받았다. 이상기 향군정상화추진위원장은 “상조회 매각은 결국 ‘짜고 친 고스톱’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향군 수뇌부를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향군인회상조회 직원들이 2019년 11월21일 국가보훈처 앞에서 재향군인회의 상조회 매각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뉴스1
재향군인회상조회 직원들이 2019년 11월21일 국가보훈처 앞에서 재향군인회의 상조회 매각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뉴스1

“선결 조건 해결되지 않은 채 매각”

 

라임펀드에 투자한 피해자와 장아무개 전 대신증권 센터장의 녹취록에 따르면, 김아무개 회장은 상조회뿐만 아니라 향군의 여러 자산을 사들일 계획이었다. 김 회장은 향군 상조회를 인수한 ‘향군상조 인수 컨소시엄(컨소시엄)’의 전주(錢主)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향군 상조회 인수를 위한 로비가 성공했다’고 호언장담했다. 다음은 녹취록의 일부분이다.

“이 회장(김 회장)이 로비를 되게 잘하거든요. 정말 로비할 때 어마무시하게 써요, 돈을. 여기(향군 상조회)를 한 거예요. 로비가 된 거예요. 내일 (우선협상대상자를) 따낼 거예요. 두 번째는 가령 (향군의 또 다른 자산인) 중앙고속, 그리고 금강휴게소. 이걸 하자. 들어가서 붙일 거예요.”

이들의 말 그대로,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그러나 복심위 심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됐다. 익명을 요구한 복심위 관계자는 “복심위가 향군과 컨소시엄에 선결 조건을 제시했다. ‘조건부’ 매각 승인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 조건은 실행되지 않았다”면서 “절차를 따랐다면 컨소시엄에 상조회가 매각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먼저 컨소시엄의 목적성이 불분명했다. 즉, 상조회를 실제로 운영하지 않고 되팔아 차익만 노릴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 우려대로, 컨소시엄은 향군 상조회를 보람상조에 380억원에 매각해 한 달 반 만에 60억원을 챙겼다. 이상기 위원장은 “컨소시엄은 여주학소원 장례식장을 H회사에 90억원에 팔았다. H회사 J대표는 컨소시엄의 실세로 알려져 있다”면서 “컨소시엄은 상조회를 320억원에 사서 470억원에 팔아 150억원을 남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컨소시엄의 안정성도 확신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복심위는 1차에서 부결 의견을 제시하며 “상장사의 출자 비중을 높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컨소시엄의 모든 자금은 김 회장의 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밖에도 컨소시엄은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겠다” “노조발전기금 5억원을 내고, 3년간 고용보장을 하겠다” 등의 약속을 남발했다. 복심위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선심성 약속이라고 봤는데, 실제로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향군이 신용협동조합(신협)과 체결한 지급보증이다. 상조회는 신협과 상조업무 제휴계약을 맺었는데, 이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향군이 이를 대신 이행하겠다는 공증을 섰다. 이 계약에 따르면 향군은 상조회의 조직 분리, 출자비용 변동 등이 발생하면 즉시 신협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향군은 상조회 매각을 신협에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신협은 계약해지는 물론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신협은 상조회 매각을 막기 위해 ‘향군 상조회 주식매각절차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도 했다.

향군 내부자료에 따르면, 이에 따른 피해액은 “상조회원 이탈로 최대 800억원 즉시 비용지출 가능” “손해배상 범위-잔여 수수료 약 450억원 추정” “직접적·간접적 손실(기망행위 추가)은 범위 추정불가” 등으로, “(상조회) 매각 진행 시 회사 정상운영 불가”라고 밝히고 있다. 향군 측은 “신협과의 지급보증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 “앞으로 법적 다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향군 측 “이사회 결의 거친 사안”

이런 와중에 향군은 상조회 노조에 위로금 명목으로 5억원을 전달했다. 컨소시엄이 노조발전기금 명목으로 주기로 한 5억원을 향군이 대신 지불한 모양새다. 다음은 향군이 노조에 써준 확인서 내용이다.

"재향군인회는 상조회 주식매각에 따른 상조회 직원 위로금으로 금(金)오억원을 지급하기로 하였으며, 2020. 2. 24. 해당 금액을 재향군인회 상조회 법인 계좌로 이체한 것을 확인합니다. 또한 상기 위로금은 인수 컨소시엄(SPC) 매수법인의 매각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매각에 따른 노동조합과 직원들을 위로하는 순수한 자금이며 노동조합의 뜻에 따라 집행되기를 바랍니다."

확인서는 5억원에 대해 "순수한 자금” “(상조회) 매각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향군은 노조 측에 ‘상조회 매각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식의 이면 합의서를 강요했다. 이와 관련해 향군 측은 “위로금 5억원은 이사회 결의를 거친 사안”이라면서 “매각 과정에서 노조 측이 시위를 많이 열었다. 이를 잘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향후 법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이면) 합의서를 받아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상기 위원장은 “은행에 예치된 상조회 고객 예수금은 안전한지, 상조회에 가입한 향군 회원들의 피해는 없는지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닌 만큼 국가보훈처·국토교통부·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검찰 등 관계기관의 합동조사가 필요하다”면서 “김진호 회장이 2019년 11월27일 이사회에서 상조회 매각 업무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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