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도둑 제 발 저렸나” 해남군 ‘급여 반납’ 소동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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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원 자율 급여 반납 논란…강제성 논란 자초
오전 ‘급여 자진 반납’→오후 ‘성금 모으기 동참’

전남 해남군은 26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 고통분담 차원에서 전체 공직자들의 급여 일부 반납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군은 반나절쯤 지난 오후 6시께 다시 제목과 본문 내용을 ‘급여 자진반납’에서 ‘성금 모으기 동참’으로 바꾼 보도자료를 냈다.

해남군 관계자는 “급여 반납과 성금 모금에 대한 표현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며 “강제적이거나 일률적인 급여 반납이 아닌 자율 성금 모으기 형태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월 2일 해남군청 청사 앞에서 열린 ‘2020 해남방문의 해’ 현판식 (사진은 기사 본문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해남군
지난 1월 2일 해남군청 청사 앞에서 열린 ‘2020 해남방문의 해’ 현판식 (사진은 기사 본문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해남군

누가 지적한 적도 없는데…해남군 “자율 성금 실시” 강조

이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라는 평가다. 적어도 해남군의 정정 발표 이전까지는 군민과 군청 공무원, 노조, 의회 등에서는 공무원 급여 일부 반납에 대해 조용했다. 언론에서는 보도자료를 접하고 반납 급여 범위까지 정한 것을 두고 강제성이 짙다는 의심스런 시선으로 바라봤다. 나아가 굳이 명분이 좋은 일에 재 뿌리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해남군이 “강제성이 아니다”라고 정정한 자체가 강제성을 자백한 것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얘기다. 

급여 반납의 내막은 이렇다. 해남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군과 소속 3개 노조가 범정부적인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공직자들의 3월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군과 소속 3개 노조 모두가 급여 반납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3개 노조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해남군지부·해남군청비정규직노동조합·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해남군지부 등이다. 군은 급여 반납에 군 간부공직자뿐 아니라 일반직, 청원경찰, 공무직, 환경미화원을 포함한 1200여 명 전체 공직자가 자율적으로 동참을 결정했다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총 모금액이 4000여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금된 성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관내 취약계층이나 방역에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도록 지정 기탁해 쓴다고 군은 설명했다. 

해남군이 이날 내놓은 전체 공직자들의 급여 일부 반납 결정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했다. 우선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큰 급여 반납보다는 애초 일반 성금모금 방식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뒷말이 있다. 공직사회의 ‘자존심인’인 급여를 건드리는 일은 공직 내부의 불만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서다. 올해 공무원 급여는 기본급과 수당을 포함해 2.8% 인상돼 1월분부터 3월에 정산해 지급됐다. 이에 군과 노조는 5급 이상 공무원은 3월 급여 인상분인 2.8%를 반납하고, 6급 이하 공무원은 인상분의 1.4% 이내에서 자율적 성금의 형식으로 반납액을 결정했다. 공무직은 정해진 비율 없이 자율적으로 성금을 모금할 예정이다. 

 

“자율적 성금 모금 운운은 말장난”…“생색내기 그만” 

사실상 ‘타율’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직원들은 “자율 아닌 자율”이라며 눈치를 보다가 반납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한다. 군청의 한 직원은 “자율적 성금 모으기 운운은 눈가리고 아옹식의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이게 강제 징수지 무슨 자진반납이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더욱이 군수가 앞장서고 있어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취임 시부터 이미 급여의 전액을 지역 인재양성 장학금으로 기탁하고 있는 명현관 군수는 개인성금 형식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혼자만 안 내기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직원은 “취지엔 공감하지만 동료가 성금을 내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눈치를 봐야 할 것 같아 불편하다”며 “고통을 나누고 함께 극복하자는 좋은 뜻은 같이 공감하며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더욱 빛이 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해남 군민 김 아무개(54)씨는 “최근 중앙 정부와 일선 지자체에서 불고 있는 급여반납 열풍이 다소 ‘보여주기’나 ‘생색내기’라는 생각이 든다”며 “진정으로 취약계층 돕기와 경제살리기에 동참하려면 업무추진비 등 불요불급한 예산부터 삭감해 일자리 나누기에 쓰라”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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