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탁상행정 논란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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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책상 간격 늘리는 것부터 난관 학교 우려
콩나물 교실 수업 대책부터 마련해야

울산시교육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학과 동시에 실시할 예정인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 대부분의 학교 교실이 너무 좁아 책상 간격이 나오지 않고, 그렇다고 교육부의 방침을 거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오는 4월6일 개학을 앞두고 2m 거리두기와 확진환자 2명 이상 발생 시 학교 전체 일시적 이용제한 조치 등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당장 책상 간격을 늘리는 것부터 난관이다.

울산광역시교육청 청사
울산광역시교육청 청사 전경ⓒ울산시교육청

통상 교실당 단위면적인 66∼67.5㎡(20평)을 기준으로 개인 사물함과 청소도구함, 교육기자재, 교탁, 스탠딩 책상 등을 제외하면 학생 1인당 사용공간은 1.5∼2㎡로, 3.3㎡(1평)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울산지역 대부분의 학교는 과밀학급으로 책상 간격을 더 이상 띄울 수 없는 실정이다.

울산시 북구 매곡중학교는 학급당 학생수가 30.1명에 달한다. 남구 옥현중학교도 학급당 29.1명에 이른다. 또 울주군 온남초등학교(28.2명)와 중구 외솔초등학교(27.8명)도 정원(27명)을 넘는 등 울산지역 대부분의 초·중등학교가 과밀학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고등학교 사정은 더 심각하다. 울주군 범서고와 남창고의 학급당 학생수는 각각 34.7명과  30.8명으로 초등에 비해 덩치가 큰 고교생들의 활동공간이 더 비좁아 대면 접촉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과밀교실에서 여유교실 만들기 불가능

이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는 “교실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교육부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을 펴고 있다며 대책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시교육청도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

대안으로 ‘학생수 반 쪼개기’ 등도 거론되고 있으나 과밀학교에서 여유교실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가뜩이나 비좁은 교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한다는 것은 교육현장을 전혀 모르는 밀어붙이기식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울산시교육청은 학생 개인 간 거리를 최대한 확보하는 형태로 책상을 재배치하고 급식위생관리를 위해 가림막 설치, 배식시간 분산, 한 줄 식사, 간편식 제공 등 개별 학교실정에 맞도록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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