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상황 상상 이상으로 심각”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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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부자들》 펴낸 고미숙 신한은행 명동역지점 부지점장 인터뷰

보통 한국에서 ‘부자’ 하면 강남을 떠올리기 쉽지만 현실에 와닿는, 금수저와는 거리가 먼 자수성가형 부자는 명동에 많다. 명동 자산가 대다수는 1980년대 명동에서 자영업을 시작해 1990년대 ‘퀀텀 점프’를 이뤘다. IMF 위기를 기점으로 헐값에 쏟아져 나온 명동 건물을 매입하며 자산가로 도약했다. 이후 본업과 임대업에 매진, 명동을 대한민국 공시지가 최고액을 매년 갈아치우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상권으로 이끌었다. 

고미숙 신한은행 명동역지점 부지점장은 VIP 전담 자산관리를 맡고 있다. 고 부지점장은 VIP 가운데 적게는 100억원대, 많게는 100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명동 대표 자산가들을 인터뷰해 최근 《명동 부자들》이란 책을 펴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명동을 포함한 전국 상권이 신음하고 있을 때 책이 출간됐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요즘 명동 상위 1% 자산가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책에서 소개한 명동 대표 자산가들조차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3년여 전 명동역지점으로 발령받았을 때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가 시작됐다. 당시 자산가들이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는데, 요즘을 두곤 ‘사드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들다’고 한다. 장사를 그렇게 크게 하는 사람들이 하루에 5만원도 못 팔고, 아예 개시하지 못할 때도 있단다.” 

보통 자영업자들 상황은 더욱 심각하겠다. 

“매출이 없으니 임대료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된다. 은행 대출 창구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반면 직장인 등은 주식 등에 대한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돈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지수가 떨어졌으니 투자해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자수성가한 명동 자산가들처럼 자신이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숙고해 봐야만 꾸준히 자산가치 상승을 이뤄내는 게 가능하다.” 

위기 상황에서 명동 자산가들의 어떤 전략을 본받으면 좋나. 

“명동 자산가들은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저축, 자산관리 등을 통해 사업을 흔들 만한 요소를 사전에 관리해 왔다. 그래서 위기에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자영업자뿐 아니라 회사원들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위기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 돈을 무시하거나, ‘이번 생은 틀렸다’면서 쉽게 포기하고 그저 하루하루 즐기며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금수저가 아니었지만 부자가 되겠다는 간절함을 놓지 않은 끝에 목표를 이룬 명동 자산가들처럼 꿈을 꾸면 좋겠다.” 

명동 자산가들을 만나면서 특별히 느낀 점은. 

“앞서 언급한 돈의 가치와도 관련된 부분인데, 자산가들 모두 독서를 정말 중시한다.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많은 굴곡을 만났는데, 독서를 통해 얻은 지혜로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자산가는 자신에게 성공 노하우를 배우러 찾아오는 젊은 상인들에게 "열심히 일하면 리어카 한 대에서 두 대로 늘릴 순 있어도 빌딩을 살 순 없다. 빌딩 사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해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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