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 선출직 공직자 61명 중 8명만 한국GM 차 탄다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주재홍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3.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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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소재지 ‘부평구’ 공직자들도 외면…인천지역 정치권 ‘한국GM 살리기’ 헛구호

인천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61명 중 겨우 8명이 한국GM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역 정치권이 한국GM의 경영 위기 때마다 외쳤던 ‘한국GM의 경영 정상화’에 대한 목소리가 헛구호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9월7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인천지역 경제활성화 및 쉐보레 판매증대를 위한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필우 인천자동차발전협의회 회장, 이강신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박남춘 인천시장,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문승 한국GM 협신회 회장. ⓒ한국GM 제공

유천호 강화군수 4대 보유…송영길·정유섭 의원 각각 2대 

30일 시사저널이 인천지역 국회의원 13명과 광역·기초단체장 11명, 광역의원 37명 등 61명이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를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 3명과 지자체장 2명, 광역의원 3명 등 총 8명이 한국GM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원 중에는 송영길(계양구 을) 의원과 정유섭(부평구 갑) 의원이 각각 2대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의원은 2017년식 크루즈 1대와 2020년식 트레일블레이저 1대를 소유하고 있다. 정 의원은 2014년식 알페온 1대와 2018년식 이쿼녹스 1대를 가지고 있다. 박찬대(연수구 갑) 의원은 2016년식 트랙스 1대를 를 소유하고 있다.

기초단체장 중에서는 유천호 강화군수가 4대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2010년식 알페온 1대와 캡티바 1대, 2012년식 알페온 1대와 캡티바 1대 등 총 4대를 가지고 있다. 박형우 계양구청장은 2013년식 트랙스 1대를 소유하고 있다.

광역의원 중에는 김병기(부평구)시의원이 2019년식 볼트 1대, 윤재상(강화군)시의원이 2013년식 캡티바 1대, 이용선(부평구)시의원이 2014년식 캡티바 1대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준택 부평구청장(왼쪽)이 예산으로 트래버스 1호차를 구매하고 카허 카잼 한국GM 사장으로부터 자동차 키를 전달받고 있다. ⓒ한국GM 제공

홍영표 의원·차준택 부평구청장, 한국GM차 없어

이런 가운데, 부평구지역 선출직 공직자인 홍영표(부평구 을) 의원과 차준택 부평구청장은 개인적으로 한국GM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홍 의원은 아예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의원은 한국GM의 전신 대우자동차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한국GM 대책 특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차 구청장은 본인과 배우자의 명의로 기아자동차의 2018년식 더뉴쏘렌토를 각각 1대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GM이 2019년 11월에 출시한 트래버스 1호차는 차 구청장이 개인적으로 구매한 것이 아니라 부평구청의 예산으로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박남춘 인천시장과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도 한국GM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시장은 배우자의 명의로 현대자동차의 2010년식 제네시스 1대와 2016년식 EQ900을 소유하고 있고, 이 의장은 본인 명의로 기아자동차의 2000년식 체어맨 1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 연합뉴스<br>
한국GM 부평공장의 전경. ⓒ연합뉴스

“시민들만 타란 소리냐” 비판

앞서 인천시는 2018년 9월7일 한국GM과 ‘인천지역 경제활성화 및 쉐보레 판매증대를 위한 상생협력협약식’을 맺었다.

당시 행사는 한국GM 차량의 내수판매를 활성화 하기 위해 인천지역 정치권이 나서자는 의미로 진행된 것으로 박남춘 인천시장과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 등 다수의 인천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협약일을 기준으로 한국GM의 자동차를 직접 구매한 인천지역 선출직 공직자는 송영길 의원과 정유섭 의원, 김병기 시의원 등 3명뿐이다. 

이 때문에 인천지역 선출직 공직자들이 한국GM의 위기 때만 ‘한국GM을 살리자’는 시늉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GM이 인천지역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은 상당하다. 한국GM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인천에 주소를 둔 1차 협력업체는 37개다. 부평공장 종사자와 협력업체 종사자는 약 5만명에 달한다. 

이는 인천지역 제조업체 근로자의 약 15%를 차지하는 규모다. 여기에 GM대리점과 운송업체 등을 포함하면 한국GM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근로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역사회 지도층인 선출직 공직자들이 한국GM 차량을 개인적으로 구매하지 않고, 예산으로만 구입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결국은 시민들에게만 제 돈 주고 한국GM 자동차를 사라고 강요하는 꼴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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