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 생애 첫 주택, 왜 사기 어려운가 봤더니...
  •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9 11:00
  • 호수 159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택임대사업자 제도의 근본적 모순…허점 악용해 투기 수요 접근 쉽게 만들어

결론부터. 현행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는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만한 계층이 원하는 주택 가격을 높여버리는 현상을 초래한다. 투기 수요의 유입으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못 사는 현상이 반복된다. 쉽게 얘기하면 이렇다.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는 상황에 어떤 제한도 없이 아무나 마스크를 대량으로 살 수 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우린 최근 그 폐해를 겪었다. 주택시장에서는 이런 일이 주택임대 등록 물량을 확보한다는 미명 아래 계속 이뤄지고 있다.

임대사업자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임대사업자 제도가 비조정지역 내 소형주택 가격 급등의 근본 원인이자 제도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쪽에선 규제를 하고, 한쪽에선 가격 급등의 고리를 살려놓고 있다. 모순적이다. 임대사업자 제도가 왜 생애 첫 주택 마련의 큰 장애물로 작동하는지를 파악하게 되면,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왜 계속 풍선 효과가 끊이지 않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현행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는 생애 첫 주택 마련의 큰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는 생애 첫 주택 마련의 큰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에 풍선 효과가 끊이지 않는 이유

정부는 3월1일부터 6월까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총 150만 호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조사 내용은 주로 공적 의무 위반이다. 1년에 5%의 임대료 상승을 지키는지, 임대 의무기간(4년 또는 8년)은 위반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매년 반복하겠다고 했다. 공적 의무의 종류에는 임대사업자 설명의무(임대사업자가 임차인에게 임대 의무기간, 임대료 증액 제한, 임대주택의 권리관계를 설명해야 함), 표준임대차계약서 양식 사용 의무, 임대차계약 신고 의무 등이 있다. 각각 항목에 따라 5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전수조사부터 과태료 부과가 집중될 전망이다.

임대주택은 1984년 처음 등장했다. 임대주택을 열심히 짓자는 분위기는 1994년 임대등록제가 처음 등장하면서 민간 다주택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극적인 변화는 박근혜 정부 때 찾아왔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임대소득세 감면’ 등이 추가되면서 다주택자들에게 상당한 혜택이 주어지게 됐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이름도 바뀌었다.

우리는 다주택자를 두 가지 시선으로 본다. 주택시장의 투기 수요로 보는 시각과 동시에 임대주택 공급원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공공이 충분히 주택임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고, 반대로 민간이 주택을 적극 취득한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 임대주택은 총 850만 호 수준인데, 공공이 약 160만 호를 확보했다. 2025년 기준 240만 호 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민간 임대시장은 약 700만 호 수준인데, 이 물량이 다주택자들에 의해 공급되는 주택이다.

임대주택 시장의 문제는 크게 ①장기 거주가 어려운 요건(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임대인 요구를 임차인이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 ②임대료 상승에 제한이 없는 점(시장 자율로 임대료가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최소한의 조정장치도 없음) ③과세 정의에 어긋난다는 점(임대등록을 하지 않아 소득 미신고)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임대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①과 ②가 중요한데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는 1994년 임대등록제 등장 이후 지속해서 임대등록을 한 솔선수범형 다주택자들에게 혜택을 부여했다. 이들은 소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4년부터 아주 특별한 혜택인 양도세 장특공제와 임대소득 감면을 추가 반영하면서 임대등록제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종합부동산세 역시 적용받지 않았다. 그렇게 다주택자들은 보유세(종부세)와 임대료를 통한 소득세, 주택을 매도할 때의 양도세 등 생애 주기 전체에 걸쳐 혜택을 받게 됐다. 이런 혜택에도 다주택자들은 소득 공개를 꺼렸다. 오히려 등록하지 않고 임대료를 마음대로 인상할 수 있는 환경이 낫다고 느꼈다.

대변화는 2017년 말 시작됐다. 그해 말까지 25만9000명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총 98만 호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됐다. 정부는 8·2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이 위축되자 4개월 만에 12·13 대책을 내놓았다. 이 정책은 다주택자들의 임대 등록에 불을 지폈다. ‘탈출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9년 말 기준 총 48만1000명이 150만8000호의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연 평균 12만~15만 호 정도로 등록되던 게 크게 늘어난 것이다.

2017년 임대등록 활성화 정책은 이듬해 9·13 정책 때 보완된다. 그간 양도세 장특공제나 소득세 감면, 종부세 비합산이라는 3가지 세제 혜택에 대해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에는 양도세 장특공제 혜택을 없애고, 조정지역 임대주택 등록에는 종부세 비합산 혜택을 없앴다. 이런 조정으로 2019년 임대등록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간다. 그간의 혜택이 매우컸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현재 임대사업자 제도는 ‘85㎡ 이하, 공시가격 6억원 이하(시세 8억~9억원)’에는 전과 동일한 혜택을 부여한다. 즉 10년 이상 임대 제공 시 양도소득세 70% 감면 제도, 장기일반 임대 시 임대소득 75% 감면, 그리고 종부세는 비조정지역이고 위 기준에 해당하면 비합산한다. 즉 소득세, 양도세, 종부세라는 3가지 세금을 면제하는 셈이다.

 

투기 수요가 소형주택에 몰리는 까닭

이런 모습은 총 20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온 2월20일 이후에도 여전히 유지 중이다. 임대사업자에게 이런 세금 혜택이 계속 부여되고, 그 대상이 ‘비고가, 소형주택’에 집중된다는 점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도시근로자가 생애 최초 주택을 청약이 아닌 기존 주택으로 매입할 경우 그 대상이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인 경우는 극소수다. 대부분이 첫 보금자리를 비고가, 소형주택 중심으로 매수한다. 그런데 현재 임대사업자 제도로 인해 해당 주택은 다주택자들이 매수했을 때 이익이 된다. 당연히 투기 수요가 항상 존재한다. 고가주택에 투기 수요가 발붙이기 어렵도록 제도가 개선됐는데, 정반대로 비고가 주택에는 투기 수요가 더 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된 셈이다.

역대급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2019년의 12·16 대책 발표 이후 수원, 용인, 성남 집값이 크게 올랐다. 수원과 용인, 성남 구시가지는 ‘비조정지역, 85㎡ 이하, 공시가격 6억원 이하’라는 기준에 거의 정확히 부합한다. 이 지역들만이 아니다. 수도권 중 송도를 제외한 인천시 전체가 거의 해당된다. 부천시와 고양시도 마찬가지다. 사실 과천, 분당, 광명, 광교를 제외한 나머지 수도권 전체가 저 기준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이들 지역에 실수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투기 수요가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것은 임대사업자 제도를 활용해 세금 효과를 누린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정부가 주택정책의 본질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