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의대 결의대회 왜 갔나”…목포 총선 후보들 ‘공방’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고비호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1 14: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포 여당 후보, 민주당 동부권 의대 유치 행사 참석이 빌미
“순천 손들어준 격” vs “악마의 편집”…김원이 후보 참석 두고 공방

전남 동부정치권에서 점화된 전남 의과대학 유치문제가 느닷없이 목포 총선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민주당 목포 선거구 총선 후보가 동부권 후보들이 공약한 ‘전남 동남권의대 유치 결성식’ 행사에 참석한 것을 놓고 적절성 논쟁에 불이 붙으면서다. 이날 민주당 행사에서 서남권 총선 후보들이 ‘동남권 의대 추진’이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은 게 화근이 됐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전남지역 선거구 10곳의 후보자들 뒤로 전남 동남권 의대 설립 추진위 결성식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리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전남 동부권 후보와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이 3월 29일 오후 전남 순천시 조례동 소병철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공동공약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에서 첫번째 좌석에 앉아있는 김원이 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남 동부권 후보와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이 3월 29일 오후 전남 순천시 조례동 소병철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공동공약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에서 첫번째 좌석에 앉아있는 김원이 후보) ⓒ연합뉴스

동·서부권 ‘소지역감정 조짐’…목포 정치권 격돌

이날 민주당 소병철 순천·광양·곡성·구례갑 후보는 선대위 출범식과 순천 의과대학 유치를 위한 동부권지역 출마 후보 공동정책이행 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전남지역 총선 후보 10명 전원이 참석해 5개항의 공동 공약을 발표했다. 공동공약은 동부권 의과대학 설립과 권역 응급의료센터 기능 보강·확대,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석유화학 국가산단 지원특별법 제정, 순천시 선거구 조정 등이다. 공동공약 서명자는 동부권 선거구 후보 4명이지만 “공동공약은 중앙당과 정책협의를 거쳐 최종 선정했다”고 해 의대의 동부권 유치가 민주당 공약임을 천명했다.

민주당 공동공약 발표 이후 상황이 묘해졌다. 민주당이 의대의 동부권 유치가 민주당 공약임을 처음 언급하면서 자극받은 서부권 민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곧장 목포대에 의대를 유치하려는 전남 서부권의 반발을 불러왔다. 그동안 목포대 의대 유치에 ‘올인’하면서 이를 총선 공약에까지 반영했던 민생당·정의당 등 야권 후보들과 지역 주민들은 크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남 동부와 서부 간 소지역감정으로 번지는 모양새였다.  

 

‘동남권 의대 추진’ 현수막 앞에서 찍은 사진이 화근? 

이런 와중에 순천에서 열린 ‘전남 동남권 의과대 설립’ 등을 결의한 민주당 공약 발표장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전남 서남권에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김원이 후보가 이곳 공약 발표장에 참석한 것이 빌미가 돼 목포 출마 후보들은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목포 의대 유치에 공을 들여왔던 박지원·윤소하 등 야당 후보들은 김 후보의 공약 발표 장소 참석이 순천과 치열하게 경쟁을 해 온 의과대학 유치에 재를 뿌리고 순천의 손을 들어준 격이라고 공격했다. 반면 김 후보는 “당일 행사는 이 위원장의 전남 방문을 환영하고, 전남지역 10명의 후보가 모여 총선 필승과 코로나19 극복을 다짐하는 자리였다”면서 “악마의 편집”이라는 입장이다.  

민생당 박지원 후보는 31일 목포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김원이 후보가 목포의 후보인지, 아니면 순천의 후보인지 헷갈린다”며 “목포대 의과대학 유치는 목포시민과 전남 서남권 주민들의 30년 염원인데도 김 후보가 ‘동부권 의과대 유치’를 공약하는 장소에 참석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김 후보는 의대를 목포가 아닌 경쟁지역에 유치하자는 자리에 가지 않았어야 한다”면서 “중앙당 정책협의를 통해서 진행된 행사라는 사실을 알고 갔다면 시민에 대한 기만이요, 그것도 모르고 갔다면 무능의 소치”라고 힐난했다. 이어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목포 국회의원 후보로서 당연히 항의하고 자리에서 일어서야 했다”면서 “들러리 서고 사진까지 찍은 것은 목포시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준 것”이라고 공격했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 “사태가 커지자 잘못을 사과하는 대신 저와 윤소하 의원에게 목포대 의대 유치를 공동협약하자고 나온 것이 진짜 문제”라며 “중앙당과 현장에서는 한마디도 못하고 목포에 와서는 시민을 대변하는 것처럼 다른 당 후보들의 공약에 편승해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정의당 윤소하 후보는 전날 성명을 통해 “목포의 민주당 김원이 후보가 순천까지 가서 전남 동남권의과대학 설립 추진위원회 결성식에 참석했는지 도대체 납득할 수가 없다”면서 “목포대 의과대학, 대학병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것이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생당 박지원 후보는 31일 목포시의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 김원이 후보의 순천 동남권의과대학 설립 추진위원회 결성식 참석을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박지원
민생당 박지원 후보는 31일 목포시의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 김원이 후보의 순천 동남권의과대학 설립 추진위원회 결성식 참석을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박지원

박지원 “목포에 상처 줬다” vs 김원이 “찬성한 적 없다”

논란의 중심에 선 김 후보는 31일 “동남권 의대 유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목포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설치’를 목포지역 총선후보 공통공약으로 협약하고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을 제안하며 진화에 나섰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총선 필승을 다짐하는 단체 사진을 두고 일부에서 ‘서부권 후보들이 동남권 의대 설립 유치에 찬성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며 악의적으로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며 “왜곡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구태정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순천에서 만난 이낙연 상임위원장에게 재난기본소득 지급과 자영업자 지원대출 확대 등을 건의했다”며 “동남권 의대 유치에 찬성한 적 없고, 이 위원장에게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피력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전남지역 총선 후보 10명이 찍은 단체사진 논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애초에는 이낙연 위원장 환영 플래카드가 벽면에 걸렸는데 걷어내자 동남권 의대 정책협약 현수막이 나타났다”며 “이 위원장과 전남 10명의 후보들이 개별 사진을 촬영했지만, 동부권 의대유치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촬영할 수 없어 거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공약 발표로 촉발된 김·박 두 의원 간 의대 유치를 둘러싼 격돌이 선거 끝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양 측의 사활을 건 선거 판세가 초박빙인 상태에서 ‘여당 바람’에 힘든 싸움을 하는 박 의원 측이 논란에 화력을 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목포대 의과대학 유치 전도사’로서 일정 지분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박 의원으로선 승기를 잡기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인 셈이다. 반면에 선거판이 흑색선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론도 고개를 들고 있어 향후 민심 추이가 확전 여부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목포시 국회의원 후보가 31일 순천에서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에게 지역 공약사업을 담은 건의서를 건네주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원이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목포시 국회의원 후보가 31일 순천에서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에게 지역 공약사업을 담은 건의서를 건네주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원이

“정부, 의대 증원 계획없는 데 김칫국부터…”

전남 의과대 유치는 30년 숙원사업으로 여야를 불문하고 전남 동·서부권에 지역구를 둔 정치인들의 현안사업이다. 이렇다보니 수년째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앞 다퉈 의대유치 공약을 내놓고 동부권과 서부권이 갈려 논쟁을 벌이기 일쑤다. 목포는 인근에 신안·진도·완도 등 도서벽지 주민들이 많은데, 이들이 2개의 대학병원이 있는 광주까지 가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며 목포대로 의대가 유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순천은 인근에 여수산업단지와 광양제철소 등 산업시설이 많아 의대 필요성이 더 크다는 논리다. 경남 남해·하동까지 감안하면 인근에 100만명 이상의 수요가 있고 광주와도 거리도 멀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의대 신설이 지난 1996년 이후 중단됐다는 점이다. 의대 유치를 추진 중인 한 지방대 관계자는 “의사협회가 의료인력 충원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정책 방향조차 수립하지 않고 있어 언제쯤 의대 증원 결정이 날지는 미지수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