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마공원 “8번째 비극” 이번엔 조교사
  • 부산경남취재본부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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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사 A씨 고 문 기수 제기한 ‘마사회 비리’ 경찰 조사
참고인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뀐 뒤 극단적 선택 제기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소속 조교사가 지난 3월30일 숨진 채 발견돼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지난해 12월 문중원 경마 기수에 이어 개장 이후 마필관리사·기수 등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에 한국마사회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A조교사(45)는 전날 오후 6시34분께 경남 김해시 대청계곡 인근 도로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 몸에 외상 등 타살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A씨는 최근 마사회 마방심사 유착의혹과 관련해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A씨가 조사를 받은 건 사실이고,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착 의혹이 제기된 마사회 간부와 다른 조교사 3명도 소환 조사했다고 전했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경기장. ©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경기장. ©한국마사회

마필관리사·기수 등 잇단 죽음에 당혹스런 마사회, “자체 조사 중”

이번 사고는 2005년 9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공원 개장 이후 8번째 이어진 구성원의 극단적 선택이다. 한국마사회 직원, 마필관리사, 경마 기수에 이어 조교사 또한 극단적 선택을 하자 마사회는 자체 조사에 나섰다. 마사회의 한 관계자는 A씨에 대해 지난해 40승을 기록했을 만큼 우수한 조교사로 기억하며 극단적인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사회 구조는 조교사와 기수·마필관리사가 피라미드형 위계관계를 이루고 있어 충분한 조사가 요구된다. 조교사는 마구간인 ‘마방’을 배정받아 운영하고, 조교사에게 고용된 마필관리사가 말을 관리하고 훈련시킨다. 조교사와 기승(騎乘·말을 타는 것) 계약을 맺은 기수는 말을 타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때문에 어떤 기수가 어떤 말을 탈지는 조교사가 결정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조교사의 인사권은 면허 교부와 마사대부심사(마방배정심사)를 주관하는 마사회가 쥐고 있다. 

지난해 12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문중원 기수는 기수 생활에 한계를 느껴 2015년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지만 4년 넘게 마방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기수는 유서에 “마사회에 높으신 양반과 친분이 없으면 (마방 임대가) 안되는 거지 같은 경우”라고 적으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마방 배정 과정에서 마사회 간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등을 지난해 12월부터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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