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도산 막자” 코로나19에 은행권 대출문 ’활짝’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20.04.08 11:00
  • 호수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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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등급 이하 저신용자도 연 1.5% 금리로 3000만원 대출 가능…사태 장기화 땐 금융권 동반 부실 우려도

코로나19 사태로 금융권의 대출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신용 소상공인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비싼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은행권에서 초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출 만기 연장, 이자 납입 유예도 가능하다. 정부 주도로 전 금융권이 코로나19 고통 분담에 나선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와 경기 악화 장기화에 따른 대출 부실화가 발생할 경우 전 금융권의 리스크 확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저신용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9월30일까지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 등 모든 금융권에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또 14개 시중은행에서 초저금리(연 1.5%) 대출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용등급 4~6등급 중신용자나 저신용자도 같은 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4월1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한 소상공인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자금 대출을 상담받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4월1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한 소상공인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자금 대출을 상담받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금융 당국, 초저금리 지원방안 3종 세트 내놔

먼저 금융 당국은 신용등급에 따라 ‘초저금리 지원방안 3종 세트’를 내놨다. 1~3등급 고신용자는 시중은행에서, 1~3등급 고신용자를 비롯해 4~6등급 중신용자는 기업은행에서, 4~10등급 소상공인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 초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신용등급 1~3등급의 고신용자에게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이 대출은 연매출 5억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이 대상이다. 만기는 최대 1년, 금리는 연 1.5%다. 14개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SC제일·씨티·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에서 신청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신청 이후 5영업일 안에 대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시중은행에서 이 대출을 받을 경우 연매출 1억원 이하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따로 증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연매출이 1억원을 넘어갈 경우 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POS) 자료, 부가가치통신망(VAN)사 및 카드사 매출액 자료, 전자세금계산서, 통장 사본 등 자료를 통해 매출 감소를 입증해야 한다.

4~6등급 중신용자들은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 물론 1~3등급 고신용자도 기업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 대상자는 3년간 연 1.5%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대출 한도는 음식·숙박업 등 가계형은 3000만원, 도매·제조 등 기업형은 1억원이다. 소상공인이 기업은행에서 대출받을 경우 기존처럼 지역신용보증재단(지신보)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기업은행은 고객 제출서류를 최대 10개에서 4개로 축소해 대출 지원이 빨리 이뤄지도록 했다.

4~10등급 중신용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경영안정자금을 통해서도 대출이 가능하다. 보증은 필요 없고 최대 3000만원을 연 1.5% 금리로 1년간 빌릴 수 있다. 전국 62개 소상공인진흥센터 지역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대출을 위해선 신한·하나·우리·기업·국민·경남·대구은행 계좌가 필요하다. 이 대출도 신청 후 3~5영업일 안에 받을 수 있다. 다만 금융 당국은 3가지를 중복 대출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대출 수급 안정을 위한 목적이다. 중복 수급이 확인되면 대출 회수와 금리 감면 혜택 박탈, 벌칙 금리 적용 등 불이익을 받는다.

기존 대출이 있는 소상공인은 4월1일부터 대출 상환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도 가능하다. 지원 대상은 코로나19로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대상자는 원리금 연체, 자본잠식, 폐업 등 부실이 없어야 한다. 또 3월31일 이전에 대출받은 기존 대출에만 적용한다. 대상자는 상환방식에 상관없이 신청일로부터 최소 6개월 이상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가 적용된다.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은행, 보험, 여전사, 저축은행,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거래 금융회사의 영업점을 방문해 연장이나 유예 신청을 하면 된다.

연매출 1억원 이하 업체는 별도 증빙이 없어도 피해 업체로 간주된다. 다만 연매출 1억원 초과 업체는 매출 감소를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영업한 지 1년이 되지 않아 매출액을 증빙하기 어려운 경우엔 금융권 공동으로 쓰이는 ‘경영 애로 사실 확인서’를 내면 된다.

 

대출 만기 연장·이자 납입 유예도 지원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저신용자 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현재 국내 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비율이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77%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부실채권은 가계보다는 대부분 소상공인 등 기업 여신에서 발생했다. 국내 은행의 기업 여신 부실채권은 전체 여신 부실액의 86.3%를 차지했다. 가계대출은 담보가 확실한 만큼 부실이 적게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소상공인 대출을 통해 대출 부실화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 당국은 앞으로 신규 부실 등이 발생하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난해 말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3.2%로 전년 말 대비 9.0%포인트 올랐다. 부실채권이 증가한다 해도 손실 흡수 능력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가 될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사태가 훨씬 심각하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이 확대된 것”이라며 “시중은행의 경우 신용이 높은 고객들이 대출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나 중저 신용을 가진 고객의 대출은 리스크 관리가 아무래도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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