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n번방 호기심 발언’ 일파만파…총선 악재 되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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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적 해석 말한 것뿐” 해명에도 비난 쏟아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황 대표는 “호기심에 n번방에 들어온 사람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가, 비난이 커지자 “법리적 차원에서 한 얘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난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총선에 악재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n번방’ 회원 전원 신상 공개에 대한 질문을 받고 “n번방의 대표도 처벌하고 구속했지만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호기심에 방에 들어왔다가, 막상 보니 ‘적절치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이어 “다만 오랫동안 n번방에 들락날락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가입자 중 범죄를 용인하고 남아있었거나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 이후 곧바로 비난여론이 쇄도했다. n번방에 입장하려면 특정 대화방의 링크를 공유 받은 뒤 운영진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송금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 호기심만으로 입장할 수 있는 경우가 없다는 지적이다.

여권이 먼저 비판에 나섰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일 “황 대표의 몰지각한 ‘호기심’ 발언이 국민들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면서 “n번방은 단순 호기심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 대표는 n번방 가입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하고 끔찍한 범죄 가해자에게 관용을 베풀고 싶은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심각한 성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며 “제1야당 대표로 자격을 갖추려면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도 같은날 “황 대표는 텔레그램 n번방이 호기심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보이는가”라며 “그 범죄의 소굴에 오래 머문 사람만 처벌하면 되고, 상대적으로 잠깐 있었던 사람은 처벌을 면하게 해주자는 것이 미래통합당의 입장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통합당과 ‘반문연대’를 구축한 국민의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국민의당 김예림 선대위 부대변인은 “황 대표는 반인륜적 성착취 범죄도 그저 호기심에 돌담 넘어 남의 집 훔쳐보는 수준의 경범죄로 여기는 모양”이라며 “이 와중에 가해자를 두둔하는 황 대표는 ‘공감능력 제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비난이 빗발치자 통합당은 ‘n번방’ 사건은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n번방에 들어간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명단을 공개하고 일벌백계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 대표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 《황교안 오피셜TV》를 통해 “‘개별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한 부분은 법리적 차원의 일반론적인 답변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n번방 26만 명의 가해자 전원은 이런 일반론적 잣대에 해당될 수 없다”며 “무관용 원칙이 철저히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용서받을 수도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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