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필승카드’ 된 박진 “강남 바로 세워야 대한민국 산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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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인터뷰] 서울 강남을 '탈환' 도전하는 박진 미래통합당 후보
“경제 살리기 위해 징벌적 부동산 세제 정책 등 전면 개편”
“文정부, 외교․경제 붕괴…총선에서 압승해 정권 교체 이뤄야”

“강남 참 좋은 동네죠. 그런데 만나는 사람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지난 4월1일 수서역 인근 궁마을에서 만난 박진 미래통합당 후보는 ‘마주한 민심’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손님 발길이 끊긴 상가들을 바라보며 “나라의 경제가 아무리 침체해도, 강남은 다를 줄 알았는데 오해였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강남은 대한민국 성장과 번영의 상징이다. 강남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고 강조했다.

종로에서 3선을 지낸 박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강남을은 4년 전 ‘보수 텃밭’인 강남·서초에서 유일하게 민주당이 깃발을 꽂은 지역구. 통합당은 ‘정치 9단’인 박 후보를 앞세워 ‘강남벨트’를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다만 8년의 공백 탓에 박 후보의 지역구 인지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사저널은 박 후보의 유세 현장을 동행하며, 그의 소신과 지역민심을 같이 살폈다.

 

“중진 의원의 힘으로 강남 경제 살릴 것”

박진 미래통합당 21대 총선 강남을 후보자가 4월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유세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기자
박진 미래통합당 21대 총선 강남을 후보자가 4월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유세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기자

강남 3구는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그러나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통합당의 전신)은 강남을·송파을·송파병 3곳을 민주당에 뺏기면서 판세를 넘겨준 바 있다.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는 21대 총선에서 ‘강남 필승카드’를 선별하기 위해 격론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31일 국회에서 만난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강남을은 ‘무게감 있는 후보’를 내야 해서 고민이 많았던 지역구”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통합당이 고민 끝에 내놓은 카드가 박 후보다. 정계를 떠나있던 박 후보였기에, 출마까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잠시 정치를 떠나 대학 강단에서 청년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독립정신과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다. 그런데 위기의식을 가지게 됐다. 경제, 민생, 교육, 외교, 안보 등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가 무너지고 있더라. 이대로라면 미래를 살아갈 청년들에게 남겨줄 유산이 없다. 무너진 대한민국을 바로잡고 싶었다.”

박 후보는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중진급 정치인이다. 그러나 종로에서만 내리 3선을 했기에 강남에서 박 후보는 신인에 가깝다. 때론 이름은 모른 채 ‘핑크색 점퍼’만 보고 그를 반기는 주민도 있다. 그럴 때마다 박 후보는 마스크를 살짝 내린 뒤 “이렇게 생겼습니다. 마음만은 30대인 젊은 정치인”이라며 본인을 홍보하곤 한다. 상점에서 명함을 돌리고 나온 박 후보는 “강남에서는 초선의원이라는 마음으로 긴장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며 “선거를 여러 번 치러보니 유권자 목소리를 그냥 흘려듣지 않고 하나하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강남의 신인이라면, ‘맞수’인 전현희 후보는 강남에선 낯익은 정치인이다. 전 후보는 20대 총선에서 당시 현역인 새누리당의 김종훈 후보를 누르고 깃발을 꽂는 이변을 연출했다. 박 후보는 전 후보에 대해 “18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4년 동안 함께 했고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서로 잘 알고 존중하는 사이”라며 “지난 주말 양재천에서 명함을 나눠주다가 우연히 마주쳤는데, 서로 반갑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 후보의 단점을 묻자 “실제 정책 성과를 내는 데 조금 미흡한 부분이 보인다”면서도 “이번 총선에서 서로 깨끗하고 멋있는 페어플레이를 펼치기로 했다”고 말을 아꼈다.

박 후보가 애써 웃어 보였지만, 분명 전 후보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이 많은 세곡동의 젊은 표심이 전 후보를 향해있다. 전 후보는 지난 총선 당시 세곡동에서 자신의 평균 득표율(51.5%)보다 7.6%포인트나 높은 59.1%를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세곡동 주민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세곡동에선 '분양가상한제'가 화두다. 서울시 용역 단계까지 마친 ‘위례과천선(線)’도 관심사다. 박 후보는 ‘중진의 힘’으로 이 같은 지역 숙제를 풀어내겠다는 각오다.

“세곡동에는 청년과 신혼부부가 많이 거주한다. 그래서 교통, 청년 일자리, 육아 및 보육 지원 등 청년의 생애주기에 걸친 특별 공약을 마련했다. 당선된다면 위례과천선을 조기 추진하려 한다. 강남은 교통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곳이다. 이밖에 종부세 폭탄, 분양가 상한제, 초과이익 환수제 등 징벌적 부동산 세제 정책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 결국 경제 살리기가 핵심이다.”

 

“文정부 외교‧안보 무능…정권 교체 이룰 것”

박진 미래통합당 21대 총선 강남을 후보자가 4월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유세 현장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기자
박진 미래통합당 21대 총선 강남을 후보자가 4월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유세 현장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기자

정치평론가들은 ‘총선 후’ 박 후보의 역할론을 말하기도 한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박 후보에게 힘을 싣는 이유가 ‘외교통’으로 불리는 박 후보의 능력을 신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후보는 외무고시에 합격 후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원을 거쳐 영국 뉴캐슬대학교 정치학과 조교수를 거쳤다. 이후 국회 외교통일통상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에 대해 “점수를 낮게 줄 수밖에 없다”며 거침없이 비판했다.

“정부의 외교전략과 능력을 두고 국민이 불안해한다. 한‧미동맹은 표류하고 중국에 해야 할 말을 당당히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본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있어서도 초기에 중국 눈치를 보다가 입국 금지를 하지 못하지 않았나. 한‧일관계는 역대 최악이다. 북한은 비핵화는커녕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가중하고 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 외교 정책의 자화상이다. 국회에 다시 들어가게 되면 무너진 외교·안보의 기둥을 바로 세울 것이다.”

다만 같은 진영을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최근 왼쪽으로 기울어진 정치판을 자초한 것은 ‘오만했던 보수’ 탓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민생보다는 권력싸움에 집착한 과거 보수 정권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 때문에 지난번 총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새로운 혁신 보수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기필코 압승해 보수세력을 재결집하고 2년 후 정권 교체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 모두 강남을의 판세를 두고는 말을 아끼고 있다. 각 당마다 지역구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있지만, 유독 강남을을 두고는 유‧불리를 말하지 않는다. 이유는 있다. 2016년 치러진 4·13 총선에서 여론조사 기관의 예측이 많이 빗나가서다. 지난 총선에서 배지를 단 전 후보는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김종훈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10~15% 가까이 밀렸지만, 결과적으론 51.5%의 득표율로 김 후보(44.4%)를 눌렀다. 박 후보 역시 섣불리 ‘필승’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신 앞으로의 2주를 ‘마라톤’으로 비유했다. 박 후보는 “정치라는 게 진정성과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더라. 페이스 조절을 하며 완주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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