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격전지 탐방-전주병] 선후배의 질긴 싸움 김성주vs정동영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신명철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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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급 키운’ 김성주 vs ‘전주 4선’ 정동영 리턴매치
전 여당 대통령 후보 vs 전 연금공단 이사장 대결

전북 전주병 지역은 21대 총선에서 전북의 가장 핫플레이스다. 지난 20대 선거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친바 있는 김성주(56)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동영(66) 민생당 후보가 재대결하면서다. 길고 질긴 인연의 김성주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또 만난 것이다. 5선을 꿈꾸는 정 후보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내며 체급을 키운 김 후보는 호남의 명문 전주고 선후배 사이다. 김 후보가 전주고 59회, 정 후보가 48회다. 둘은 또 서울대 국사학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과거에는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간 정치적 동지로 한솥밥도 먹었다. 김 후보는 2006년 전북도의원에 당선해 정치권에 입문했고, 경쟁자인 정동영 후보가 15대 총선 정치입문 당시 정 후보를 돕기도 했다. 김 후보는 정 후보가 2012년 19대 총선 때 서울 강남을에 출마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지역구(당시 선거구는 ‘전주 덕진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왼쪽부터 김성주, 정동영, 최복기 후보 ⓒ중앙선관위
왼쪽부터 김성주, 정동영, 최복기 후보 ⓒ중앙선관위

자생력 김성주 “절치부심” vs 생존력 정동영 “무패신화” 

정 후보는 2012년 낙선 이후 2015년 서울 관악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기’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2016년 자신의 옛 지역구인 전주병으로 돌아왔다. 안방주인 자리를 놓고 두 후보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붙었고, 그 결과 정동영 당시 국민의당 후보가 현역이던 김 후보에게 989표 차로 이겼다. 0.76%의 근소한 차이였다. 이후 김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자문회의’의 전문위원 단장,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11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국민연금공단의 본사는 공교롭게도 김 후보의 옛 지역구인 전주병 지역에 있다. 정 후보는 임기 내내 각종 지역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김 후보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었다. 

정 후보는 굵직한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17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였던 그는 자타공인 거물급 정치인이다. 한때 국회엔 정동영계가 건재했었다. 정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31대 통일부 장관도 역임했다. 이후 서울 동작을에서 치른 18대 총선과 서울 강남을에서의 19대 총선, 서울 관악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연이어 낙선하며 정치적 고향인 전북 전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전주에서 ‘무패신화’를 기록한 정치인이다. 전주에서만 15·16·18·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대 총선을 앞둔 당시 순창 복흥산방에 기거하고 있던 그에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이 잇따라 찾아왔지만, 정 후보는 안철수 대표와 손을 잡고 국민의당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앙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을 때에도 지역으로 돌아와선 무난히 4선을 이뤄낼 정도로 전주에서의 생존력이 독보적이다.

반면 김 후보는 자생력이 강하다. 그는 지역에서 차근차근 정치 경력을 쌓아온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전주시의원 도전부터 시작해 전북도의원을 거쳐 19대 총선에선 전주 덕진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20대 총선에서 정 후보에 아쉽게 낙선하고 난 뒤 전주에 본사가 위치한 국민연금공단에서 이사장을 맡아 지역 장악력을 높이며 절치부심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서도 업무 평가가 좋아 지역주민의 신망을 두텁게 받고 있다. 압축된 정치 경력 20년의 김 후보의 정치력도 정 후보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관록의 정치인’ 정동영에겐 당이 약점

민생당 정동영 후보 ⓒ정동영 선거캠프
민생당 정동영 후보 ⓒ정동영 선거캠프

여론조사 상으로는 두 후보의 격차가 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MBC, JTV 전주방송,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3월 13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성주 후보는 51.5%, 정동영 후보는 30.3%로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김성주 캠프에서는 섣불리 승부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구 내에서 ‘정동영’이라는 이름이 갖는 위력 때문이다. 정동영 선거캠프의 홍보 문구 역시 ‘전주의 해결사 정동영’으로 관록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 정동영 선거캠프 관계자는 “지역 내 민주당 지지가 워낙 강해 녹록한 상황은 아니지만, 결국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은 정동영으로 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동영이라는 거물급 정치인의 ‘인물론’이 먹혀들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정 후보에게 변수는 ‘정당’이다. 민생당 소속이란 점은 그의 가장 큰 약점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민생당’이라는 정당에 의문부호를 갖는 시민들이 있다. 촉박한 후보자 등록 일정으로 인해 민생당을 차마 탈당하지 못한 정 후보는 “전북도민당 후보의 정신으로 개혁의 길에서 전북을 받들겠다”고 말하며 민생당 색채를 감춘 채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또 이번 선거에서는 후광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총선서 국민의당이 호남 지역에서 선전했던 배경에는 ‘안철수’라는 정치인이 있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자생해야 하는 입장이다. 

 

‘여당의 힘’ 김성주, 연금공단 시절 비리의혹 부메랑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 ⓒ김성주 선거캠프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 ⓒ김성주 선거캠프

김 후보는 민주당이란 든든한 우군을 등에 업고 있다. ‘집권여당의 힘!’‘문재인과 함께’라는 그의 선거 슬로건이 이를 짐작케 한다. 전북은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지역이다. 현재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최근 YTN이 의뢰해 리얼미터가 조사한 3월 2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광주·전라 지역에서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73.2%로 단연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정당 지지율 역시 민주당 64.2%, 민생당은 2.8%로 압도적인 차이다. 또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북 지역 출신이라는 것도 전주의 현 여권에 대한 지지율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는 호남 지역에서 반문재인 반민주당 정서가 강했지만, 지금은 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기대와 지지가 높다”고 했다.

김 후보는 몇개월 전까지 몸 담갔던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 프리미엄도 누리고 있다. 현재 김성주 선거캠프 현수막에는 ‘700조 국민연금을 전북 발전의 힘으로’라고 적혀 있다. 19대 국회의원 이력과 함께 ‘문재인정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을 후보 사진 옆에 큼지막하게 적어 놨다. 2015년 국민연금공단은 전북 전주 만성동 혁신도시로 본부를 이전했다. 전주 시민들에게는 ‘국민연금 이사장’이라는 직책이 남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에 김 후보 측 역시 이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김 후보의 변수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 불거진 의혹이다. 김 후보는 이사장 재직 당시 불거진 비리 의혹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정동영 선거캠프 측에서는 이번 총선의 선택기준은 ‘도덕성’이라며 몇 가지 비리 의혹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해 말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이 지역 내 노인정에 온누리상품권을 전달한 것과 관련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다. 또 최근에는 국민연금 전산시스템 구축사업과 관련한 비리 의혹으로 추가 고발당했다. 김 후보 측은 “국민연금공단이 전주에 있어서 지역 어르신들에게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한 일일 뿐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전산시스템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기본적 사실관계가 틀린 의도적 흠집내기”라고 반박했다.

 

“국제금융도시” vs “동양의 밀라노”

둘의 리턴매치가 성사되면서 공약 경쟁도 치열하다. 국회의원과 장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두 후보의 정책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공약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 두 후보의 공약은 국제금융도시 조성과 도시재생에 방점이 찍힌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김성주 후보는 국제금융도시 전주 완성을 제1 공약 카드로 뽑아 들었다. 국민연금 1000조원 시대, 전주를 기반으로 세계로 나가는 국제금융도시라는 비전을 제시한 김 후보는 전주의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통해 서울과 부산을 잇는 대한민국 금융 트라이앵글을 만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김 후보는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이 이뤄지면서 전주는 금융도시의 꿈을 꾸게 됐다”며 “앞으로 국민연금과 거래하는 30여개의 국내외 금융기관을 유치해 전북 금융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탄소 수소경제로 전주형 일자리 창출, 건강 도시·관광 거점도시 조성, 자가용 없이도 살 수 있는 도시 등을 공약했다.

반면, 정 후보는 조선 월드파크 1조원 프로젝트를 통해 전주를 ‘동양의 밀라노’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동양의 밀라노 구상은 정 후보가 초선의원 시절부터 구상하고 외쳐왔던 전주의 미래 발전 방안이다. 그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같이 체류형·체험형 관광지로 만들어 전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과거 5대 도시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조선 태조 정원 조성, 세종 빛 테마 정원 조성, 전주성 사대문 복원, 조선왕들의 27개 역사관을 담은 조선문화 정원 조성, 조선문화 체험 밸리 조성 등 5개 핵심 사업을 공약했다.

그는 또 ‘전주 4차 산업혁명 1조원 청년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프로젝트는 팔복동 탄소산업단지·수소산업단지 조성, 조촌동·여의동 일원에 드론 이동체 산단 조성, 전주 전역에 청년희망구 100개 조성 등을 담고 있다.

3월 25일 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마친 정동영(왼쪽) 후보와 김성주 후보 ⓒ김성주 페이스북 캡쳐
3월 25일 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마친 정동영(왼쪽) 후보와 김성주 후보 ⓒ김성주 페이스북 캡쳐

전주시청사 이전 논쟁 “주민 호응” vs “성급한 제안”

지난 3일 전주시덕진구선관위가 주관한 법정토론회에서 이번 선거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전주시청사 이전 공약을 놓고 두 후보의 논쟁은 불을 뿜었다. 전주시청사 이전은 정동영 후보의 공약이다. 현재 완산구 노송동에 소재한 전주시청을 전주생명과학고 부지 또는 여의동으로 옮기겠다는 게 골자다. 정동영 후보는 주민들의 호응이 좋다고 밝힌 반면, 김성주 후보는 성급한 제안이라고 맞받아쳤다.

김 후보는 “전주시청사 이전 공약은 흥미로운 제안이다”면서도 “그러나 시청 이전 문제는 전주시민 전체의 중요 문제인 만큼 철저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시청사 이전의 대표적인 사례로 대구시청사를 꼽았다. 김 후보는 “대구시청사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했기 때문에 주민들 간에 아무런 갈등이 없었다”면서 “(정 후보가)이러한 문제를 제기할 때는 어느 특정 지역을 지목하기보다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표를 얻기 위해 인후동과 여의동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던져 놓고 반응이 뜨겁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전주시청사 이전은 10여 년 전부터 이미 거론된 문제”라며 “3000여 명의 공무원이 근무하는 전주 시청에는 42개 과가 있는데 본청에는 15개 부서 밖에 없고, 나머지 부서는 모두 인근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어 행정의 비효율, 시민 불편 등 전주 위상에 맞지 않는 상황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선거 공약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밝히는 것은 공론화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화살을 되돌렸다. 정 후보는 특히 “전주는 서쪽은 개발이 되고 있지만, 우아동, 금암동 등 동쪽은 낙후된 상황”이라며 “동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치인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거를 통한 관심이 공론화의 시작”이라고 반박했다.

두 후보는 제3금융중심지 지정과 관련해서도 입장이 크게 달랐다. 김 후보는 금융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통한 인프라 확장을 내세웠다. 정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만큼 “이행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김 후보의 구상과 차이를 보였다. 다만, 전주종합경기장 문제에 대해서는 컨벤션을 중심으로 한 개발에 양 후보 모두 공감대를 이뤘고, 전주·완주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전북의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입장을 같이 했다.

양강 구도 속에 도전장을 던진 또 다른 후보로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의 최복기(69) 후보가 있다. 전직 경찰공무원 출신인 최 후보는 국가혁명배당금당 전북도당의 수석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 후보는 당 차원의 공약 외에 개인 공약은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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