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코로나19 대확산 조짐에 ‘긴급사태 선언’ 임박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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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사이 신규 확진자 300명대로 급증하자 도쿄 등 수도권 대상 긴급사태 선언 검토

"현 시점에서는 아직 전국적이고 급속하며 만연한 상황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지난 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참의원 본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감염 확산과 관련해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가 ‘갈림길’에 서있지만, 아직 일본 내 ‘대확산’ 우려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발언 이후 일본 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결국 일본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이 임박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확진자 줄지 않자…日 정부 ‘외출 자제’ 권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언론은 6일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사태를 선언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긴급사태 선언을 이르면 7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긴급사태 선언은 지난 3월 일본 국회를 통과한 '신종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긴급사태 선언은 일본 정부의 대책 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총리가 발령할 수 있다. 긴급 사태 기준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현저하고 중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을 경우 △전국적으로 급속하고 만연하며 국민 생활과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 등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하면, 지자체 지사들도 판단에 따라 주민들에게 불필요한 외출 자제와 시설 사용 중지, 이벤트 개최 제한 요청, 지시 등을 할 수 있다. 다만 미국 등에서 취해지고 있는 '락다운(lock dow·도시 봉쇄)'와는 다르다. 특별조치법은 대중 교통에 대한 강제적 중지하는 권한을 총리나 지자체 지사에게 부여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강제적으로 금지할 수 없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시민들의 심리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신문에 "발령 후 외출을 자제하는 사람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긴급 사태 대상 지역은 감염자가 많은 도쿄도를 포함한 수도권과 오사카부, 효고현 등이 검토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일까지만 해도 "현 시점에서는 아직 전국적이고 급속하며 만연한 상황에는 도달하지 않았다"며 긴급사태 발령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주말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 3일 이후 3일 연속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0명 대로 증가한 상태다. NHK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일 기준 전날보다 362명 늘어난 4570명으로 집계됐다. 도쿄의 확진자는 이틀 연속 100명 넘게 늘어나 1033명이 됐다.

 

'제2 뉴욕'될라…일본 ‘늦깎이’ 대책에 커지는 불신

CNN은 3일(현지 시각) 일본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달 말 40명 수준에서 지난 3일 90명으로 일주일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현재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감염관리 전문가 일본 고베대 이와타 겐타로 교수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이와타 교수는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일본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이를 바꿀 용기를 가져야 한다. 도쿄가 제2의 뉴욕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를 향한 일본 언론의 불신도 깊어진 모양새다. 지난 3월28일 아베 총리가 개최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인터넷 방송국 비디오뉴스닷컴의 진보 데쓰오 대표는 "과연 일본이 잘 버티고 있는 것인가. 실제로는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 근거가 없으면 '기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반문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검사 수도 적지만 사망자 수도 많지 않다. 감염자 숫자를 숨기고 있지 않다"며 "폐렴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반드시 CT를 찍는다. CT에서 간질성 폐렴으로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반드시 코로나19를 의심하고 검사한다"면서도 확산 우려에 대해선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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