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 대책, 전시 상황 준하게 논의해야”
  • 김공회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4 16:00
  • 호수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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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쟁 같은 ‘코로나 사태’가 불러온 문제와 대응책

코로나19 확산에 맞서 미국과 유럽 각국이 사실상의 전시(戰時)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주민 이동을 강력 통제하고 기업 국유화까지 거론하는 등 전면전을 불사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난 전시 대통령”이라며 사태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전시경제’란 도대체 뭘까. 무엇이 다를까.

전시경제의 특징은 생산과 분배, 소비, 세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먼저 생산 면에서 전시경제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경제 일부가 기능을 멈추는, 동시에 평시에는 그렇게까지 긴요하지 않았던 특정 재화와 서비스 생산이 증가하는 경제다. 그래서 전시경제에서는 생산이 줄기도 하지만 동시에 급증하는 분야도 있다. 또 국제교류가 위축될 가능성도 큰데, 이 또한 생산을 줄이기도 하고 늘리기도 하면서 경제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분배 면에서는 어떨까. 자본주의 경제에서 분배는 보통 생산의 결과다. 사람들은 다양한 자격으로 생산에 참여하고 그 반대급부로 소득을 거둔다. 그런데 지금 생산의 한 영역이 멈추기도 하고, 또 어떤 영역은 커지고 있다. 사람들의 소득 기반이 크게 흔들려 어떤 이들은 전혀 소득을 거두지 못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더 많은 소득을 얻기도 한다.

소비 측면에서 전시상황은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소비에 ‘급’이 있다면 필수적인 소비는 계속 이어질 것이고 경우에 따라선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겠지만, 그런 범주를 벗어나는 소비활동은 위축된다. 진짜 문제는 소득을 일부라도 상실한 사람들이 필수적인 소비활동을 못 하게 되는 일이다. 반대로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군수물자 소비는 크게 팽창한다.

3월6일 육군 제2작전사령부 등 군 장병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대구국제공항을 방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6일 육군 제2작전사령부 등 군 장병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대구국제공항을 방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시경제’는 무엇이 다를까

전쟁통에는 폭동과 약탈이 만연한다. 소득이 없는 사람이 늘고, 필수 소비에서 배제돼 굶는 이들이 늘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전쟁에 적절히 대응하고 전쟁 이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약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소득 기반을 잃은 국민들이 필수적인 소비재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전시경제의 가장 중요한 경제문제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은 뭘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생산된 필수품을 국가가 강제 징발한 뒤 이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바로 배급이다. 이런 이유로 전시경제의 가장 이상적 형태는 계획경제라 할 수 있다. 물론 현재 같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런 방식을 실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게 소득 기반이 붕괴된 이들에게 소득을 국가가 나눠주는 것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을 그런 성격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소득은 한 번 쓰면 사라진다는 점이고, 필수품은 주기적으로 계속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무슨 뜻일까. 재난지원금이 주기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이번 재난지원금으로 약 10조원을 쓰겠다고 했다. 만약 이 규모가 적정한 수준이라면, 앞으로 10조원씩 10번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 그렇단 얘기다.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사람이 죽을 것이다. 전장에서 총포에 죽는 사람보다 굶어주는 사람이 많아질지도 모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쟁 때문에 경제가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GDP가 절반이 될까. 아니다. 줄어든 생산물을 사람들이 모두 소비해 줘야 그나마 절반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전시엔 소득이 없어 기본적인 소비도 못 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실제 소비는 절반 이하로, 반의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재난지원금은 경제의 과도한 축소를 방지하는 의미도 있다.

분배 측면에선 어떨까.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돈을 마구 나눠줘도 되나” “국가 재정 파탄 나는 것 아닌가?” 아니다. 왜냐하면 나눠준 돈은 거둬들이면 된다. 어떻게? 국가가 나눠준 재난지원금이 적절하게 소비에 쓰인다면 결국 필수품 생산자 손에 들어오게 되니 이때 그걸 거둬들이면 된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전시경제에서 그간의 분배 상태는 조정되기 마련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의 중요한 일부로 함께 기능하던 사람들이 전쟁 때문에 하루아침에 처지가 갈리게 됐을 때, 그 결과를 개인이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미리 계약돼 있었다는 이유로 임대료와 이자를 주고받아야 한다?’ ‘포탄과 전차를 만드는 회사의 이윤은 회사의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고, 분배에 대한 폭넓은 조정이 전시경제에 필요하다. 양차 세계대전 당시 최고 한계소득세율이 100% 가까이 치솟았던 선례를 엄중히 참고해야 한다.

생산 면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전시경제의 필요에 맞게 기존 생산설비의 용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회사에선 전차를 만들고 민간항공사에서는 전투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대표기업인 GM과 GE에 인공호흡기를 만들라고 종용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기존 생산설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기업의 생산이 줄었다고 해서 섣부르게 문을 닫고 설비를 정리하는 것보다는 일정 비용을 들이더라도 유지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사적 기업의 사적 결정의 영역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시경제에서 이런 기업은 부지기수다. 생산설비 유지 자체가 국민경제적 과제인 셈이다.

 

재난지원금이 현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이유

이런 전시경제 특유의 문제와 대응책은 코로나 경제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들이 필수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소득을 지급해야 하며, 지급된 돈은 적절하게 수거돼야 한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러한 지급-수거 과정은 수차례 반복될 수 있다. 이런 돈의 목적은 필수 소비 보장이다. 경기활성화가 아니다. 경제가 필요 이상으로 쪼그라드는 것을 방지한다는 의미도 있긴 하지만 이를 경기활성화라 하긴 어렵다. 즉 코로나 재난지원금의 목적은 골목상권 활성화가 아니다. 전쟁이 났고 언제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는데, 사람들에게 돈을 쥐여주면서 집 밖으로 나오라고 할 수 있나? 그런 맥락에서 재난지원금은 지역화폐보다는 전국화폐로 지급되는 게 기본이다.

생산과 분배 문제도 마찬가지다.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이다. 생산을 위해 필요한 두 요소, 인적 요소와 물적 요소의 건강이 적절히 유지돼야 한다. 인적 요소(인간)의 건강은 국가에 의한 주기적인 화폐 지급과 필수품에의 접근 보장을 통해 유지된다. 물적 요소(기계)의 건강과 관련해서는 금융지원이 긴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득 기반이 흔들린 정도가 다를 것이고, 어떤 이들은 심지어 이득을 보기도 할 것이다. 이에 대한 공적 조정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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